[비즈한국] 애플이 사진전을 연다. ‘야간 모드 챌린지’로 말 그대로 밤에 야간 모드로 찍은 사진을 두고 우수작을 뽑는 사진전이다. 1월 29일까지 아이폰11, 혹은 아이폰 11 프로의 야간 모드로 찍은 사진을 인스타그램이나 트위터에 올리고, @NightmodeChallenge 해시태그를 달면 된다. 혹은 shotoniphone@apple.com 으로 원본 사진을 보내도 된다.
이 사진전의 목적은 아이폰11의 카메라가 야간에도 훌륭한 사진을 만들어낸다는 것을 보여주는 데에 있다. 스마트폰의 카메라는 점점 더 성능이 좋아지고 있고, 센서 그 자체 뿐 아니라 프로세서와 소프트웨어 처리를 더해 훌륭한 사진을 그려내고 있다. 그 결과 중 하나는 바로 야경 사진이다.
밤에는 빛이 모자라게 마련이고, 디지털카메라는 그 안에서 최대한 피사체 정보를 수집해서 이미지를 만들어내야 하기 때문에 감도를 높이고, 셔터 속도를 높이게 된다. 흔들리거나 혹은 노이즈가 잔뜩 끼어서 선명하지 않은 사진이 나오게 마련이다. 개인적으로는 필름부터 사진을 찍어온 ‘사진꼰대’ 입장에서 '밤에 사진을 왜 찍나’ 하는 묘한 거부감이 잠재의식 속에 남아 있는 것 같다. 어쨌든 기술은 밤에도 사진을 잘 찍는 방법들을 꾸준히 연구해 왔고, ‘똑똑한 카메라’인 스마트폰은 결국 이 문제를 풀어냈다.
먼저 아이폰11의 카메라를 보자. 애플은 아이폰11의 카메라를 강조했는데 실제로도 제품을 쓰면서 가장 큰 변화로 느껴지는 게 사진이다. 처음에는 ‘늘 찍던 사진 뭐가 많이 다를까?’ 하는 생각이었는데 카메라는 매일 쓰는 기능이고, 그 차이가 그 어느 때보다 많이 느껴지는 게 이번 세대 아이폰이다.
특히 나이트 모드와 딥 퓨전은 이전과 전혀 다른 사진을 만들어준다. 한 마디로 이게 말이 되나 싶을 만한 사진이 나온다. 원리는 간단하다. 사진을 아주 많이 찍어서 겹치는 것이다. 이건 사진 전문가들이 포토샵에서 직접 손으로 처리하던 편집 기법인데 스마트폰은 벌써 몇 년 전부터 이 기술을 활용해 왔다. 아이폰은 기종을 가리지 않고 일단 셔터를 누르면 순간적으로 사진을 7~8장씩 찍어서 흔들림과 노이즈, 밝기 등을 보정해 왔다. 아이폰11은 이를 더 극단적으로 활용한다.
아이폰11에 더해진 나이트 모드는 야경이나 어두운 곳에서 카메라를 켜면 화면 왼쪽 위에 셔터 개방 시간을 띄워준다. 보통 2~3초가 많이 보인다. 말 그대로 2~3초 동안 사진을 찍는다는 것이다. 빛이 없는 곳에서 셔터를 오래 열어놓는 것은 사진의 가장 기본 기술이다. 그런데 애플의 나이트 모드는 셔터를 길게 열어두는 장노출은 아니다. 3초동안 짧은 사진을 계속 찍는다. 수십, 수백 장의 사진을 찍어서 한 장으로 합치는 것이다. 각 소스가 되는 프레임은 어둡게 나오겠지만 흔들림이 없고, 노이즈는 사진을 많이 겹칠수록 소프트웨어로 잘 지워낼 수 있다. 그래서 노이즈도 없고, 배경과 사람이 모두 잘 나오는 사진이 만들어지는 것이다.
사진을 많이 찍는 입장에서 보면 지금 아무리 비싼 디지털카메라도 아이폰이 찍어낸 사진을 한 번에 찍을 수는 없다. 사람이 포토샵으로 하나하나 만지던 작업을 셔터가 눌리는 순간에 처리하는, 그러니까 만들어낸 사진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결과물은 스마트폰으로 찍은 게 맞나 싶을 만큼 훌륭하다.
물론 밝은 광원을 찍으면 렌즈 표면에 상이 맺히면서 사진에 반사된 이미지가 찍혀나오는 고스트 현상이 이슈가 되기도 했다. 아이폰11의 기본 사진 프로세스가 뛰어나기 때문에 더 아쉬운 부분이다. 차라리 밤에 사진을 못 찍을 것 같으면 생기지 않았을 불만이 아닌가 싶기도 하다. 사실 고스트나 플레어는 자연스러운 광학 현상이다. 카메라 렌즈 제조사들은 이를 억제하기 위해 렌즈 표면에 고가의 코팅을 입히고 난반사를 통해 최소화하곤 한다. 한 마디로 아이폰11 카메라 렌즈에 좀 더 좋은 코팅을 씌웠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사실 이번 사진전은 야간 모드 챌린지보다 역광 사진 챌린지를 하면 어땠을까 싶다. 아이폰11 사진에 가장 놀라고 있는 부분은 밤보다 빛이 아주 강한 상황에서다. 밝으면 사진이 더 잘 나오는 것 아닌가 하지만 사실 빛을 제어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특히 역광 사진, 혹은 한 장면 안에 밝은 곳과 어두운 곳이 함께 찍히는 상황에서는 사진을 원하는 대로 찍기 어렵다. 특히 얼굴이 검게 나오기 때문에 ‘역광에서는 사진을 찍으면 안 된다’는 게 오래 전부터 사진의 상식처럼 통하던 것이다. 물론 요즘은 디지털 카메라의 관용도가 높아지면서 역광을 잘 활용해서 예쁜 사진을 담아내고 있지만 여전히 쉽지 않은 건 사실이다.
아이폰11은 역광처럼 극단적인 상황에서 황당한 결과물을 만들어낸다. 찍어놓고도 ‘이게 가능한가?’ 싶다. 물론 이건 아이폰 뿐 아니라 요즘 스마트폰 카메라들도 계속해서 좋아지는 부분이다. 이 역시 사진을 여러 장 찍어서 겹치는 기본 원리는 같다. 애플은 ‘스마트 HDR’이라는 이름을 붙였고, 그 결과는 상당히 만족스럽다. 어떻게 보면 늘 보던 사진이 아니기 때문에 낯선 느낌이 있을 정도인데, 다르게 보면 우리가 사물을 보는 것과 꽤 비슷하게 찍어준다. 태양부터 그림자 속 이미지까지 모두 살려주기 때문에 역광 사진을 찍는 맛이 있다. 적절한 플레어가 비치는 재미도 있다. 그래서 자꾸 태양을 넣어서 사진을 찍게 된다.
나이트 모드나 역광을 담아내는 스마트 HDR 모두 과거에는 터부시되던 장면을 담아낸다. 사실은 피할 것이 아니라 몇 가지 기법을 통해서 더 아름답게 찍을 수 있는 장면이기도 하다. 다만 그 과정이 후보정 작업을 통해 이뤄지기 때문에 쉽지 않았을 뿐이다. 그걸 대신해줄 수 있는 것은 광학 기술이 아니라 이미지 처리를 맡는 프로세서와 소프트웨어다.
누군가는 ‘이건 진짜 사진이 아니’라고 할 수도 있다. 하지만 결국 후보정, 후처리 작업도 하나의 사진을 만들어내는 과정이고 스마트폰은 이를 즉각적으로, 또 쉽게 처리해주는 똑똑한 카메라다. 디지털카메라의 위기가 계속해서 언급되는데, 이 역시 빛을 다루는 사진사의 역할 뿐 아니라 사진이라는 결과물에 접근하는 인식, 그리고 이를 카메라에 반영할 수 있는 유연함을 통해 풀어낼 수 있을 것 같다. 스마트폰은 디지털카메라의 대체나 경쟁의 개념이 아니다. 센서 판형과 렌즈 크기는 절대 배신하지 않는다. 다만 스마트폰은 그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사진을 해석하는 또 다른 방법을 통해 더 나은 결과물을 만들어냈을 뿐이다.
스마트폰 사진은 사진의 대중화를 이끌어냈고, 그 대중화를 바탕으로 더 나은 결과물을 만들어가고 있다. 2019년 스마트폰들이 모두 ‘사진’을 중심에 들고 나왔을 때는 ‘이제 발전의 동력이 떨어진 것 아닌가’라는 생각이 없지 않았는데 새 스마트폰을 쓰기 시작한 지 이제 두 달이 지나는 사이 ‘가장 필요하고 큰 효과를 낼 수 있는 변화였구나’라는 생각이 든다. 아이폰11을 두고 우스갯소리로 ‘전화도 되는 카메라’라고 했던 이야기에서 웃음기가 빠지고 있다.
최호섭 IT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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