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부산저축은행 파산 이후 채권을 넘겨받은 예금보험공사가 채권 일부인 경기도 시흥시 소재 대한불교영각사재단 헐값 매각 논란이 급기야 법정공방으로 비화되고 있다.
영각사재단 측은 S 회계법인의 평가를 근거로 1600억 원 이상의 가치가 있는 봉안당(납골당) 사업을 시흥시의 우왕좌왕 행정으로 예보가 100억 원에 헐값 매각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예보는 봉안당 허가권자인 시흥시가 직권 취소 입장을 보여왔고, 사업에 적합하지 않아 적정한 가격에 매각했다는 입장이다.
예보는 부산저축은행 피해자들에게 수시로 배당을 해왔지만 지금까지 배당금액은 전체 피해액의 30%에 그치고 있다. 영각사재단 매각 대금도 피해자들에게 배당된다. 이런 점에서 영각사재단 매각 가격에 대한 적절성 논란은 식지 않을 전망이다.
영각사는 2만 5004기를 분양할 수 있는 연면적 7007㎡ 대형 봉안당을 갖추고 있으며 부산저축은행 사태 유탄을 맞으면서 준공 완료 후 전혀 분양이 이뤄지지 않았다.
예보는 2018년 수원지방법원에 영각사재단 법원 회생절차를 신청해 공개입찰 방식으로 매각을 진행했고, 지난해 9월 100억 원을 적어낸 하이글로벌그룹이 낙찰을 받았다.
그리고 지난해 11월 20일 수원지법에서 열린 ‘관계인집회’를 통해 100억 원 매각이 일단락되는 듯했다. 하지만 이에 불복한 영각사재단 측이 즉시항고장을 제출하면서 수원고등법원에서 치열한 법정공방을 예고하고 있다.
비즈한국이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2010년 S 회계법인이 영각사재단 봉안당 사업 가치를 평가한 조사에서 봉안당 1기당 원가 800만 원으로 2만 기 분양권을 감안하면 투입 원가와 이익을 가산한 비용은 1615억 원으로 산출했다. 반면 관리비는 1기당 연간 5만 원 수준으로 잡혔다.
1995년 시흥시는 영각사에 사설납골당 허가를 내줬고, 2005년 현 영각사재단이 봉안당 사업권을 인수했다. 영각사재단은 이후 8만여 기를 추가로 증축하는 내용의 사업계획서를 제출해 부산저축은행으로부터 834억 원을 투자받았다.
하지만 부산저축은행이 부도를 맞아 2011년 영업정지에 이어 2012년 파산하면서 영각사재단 봉안당 사업도 정지됐다. 부산저축은행 사태로 대출한 자금을 쓸 수 없었던 영각사재단도 부도를 맞았다.
부산저축은행 파산관재인인 예보는 이런 연유로 영각사재단 최대 채권자가 됐다. 예보는 전체 영각사재단 봉안당의 76.9%에 해당하는 1만 9237기를 담보로 잡게 됐다.
예보는 2018년 법원에 신청한 ‘영각사재단 봉안당 회생절차 돌입 사유’에서 봉안당이 운영되지 않았고 사업권에 대해 시흥시가 직권 허가취소를 할 수 있어 매각을 하려한다고 밝혔다. 예보는 이런 이유로 영각사재단 봉안당 가치를 100억 원 미만으로 봤다.
예보 관계자는 “2012년 S 회계법인에 의뢰한 결과 1기당 250만 원, 2만기의 가치가 500억 원으로 평가됐고 여기에 각종 매각비용을 차감한 비용을 현재가치로 산출하면 100억 원에도 못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법원에 신청한 회생절차 기간 만료 시점이 지난해 12월 말이었다. 회생절차 만료 후에는 경매로 매각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며 “회생절차 기간 만료 이전에 공개 입찰을 진행한 결과 100억 원이란 가장 높은 가격을 낸 하이글로벌이 낙찰돼 결국 100억 원에 회생계획안이 통과됐다”고 설명했다.
또한 이 관계자는 “시흥시에서 봉안당 분양을 막아왔다. 제약 조건이 많고 팔기 어려운 봉안당이었다”며 “영각사재단 봉안당 주요 재산인 토지와 건물이 대출에 대한 담보로 제공돼 있고 부채가 1500억 원에 달했다. 주차장 시설도 미비했고 폭 5m 이상 진입도로가 필요함에도 개발제한구역에 있다. 영각사재단이 이런 공사가 하기도 어려워 보였다”고 덧붙였다.
영각사재단 봉안당 매입자 측인 하이글로벌그룹 관계자는 “적정한 가격으로 매입을 했다. 아직까지 정해진 것은 없으나 장기적으로 봉안당 사업을 하기 위해 매입했다”고 말했다.
시흥시의 오락가락 행정도 ‘헐값 매각’ 의혹을 부추기고 있다. 1995년 시흥시의 영각사 사설 봉안당 설치 허가 6년 후 2001년 ‘장사 등에 관한 법률’이 개정되면서 사설납골당을 설치·운영하고자 하는 자는 민법에 따른 재단법인 설립 형태를 갖춰야 한다.
이로 인해 영각사재단의 발목이 잡히는 듯했다. 영각사재단은 비공식재단으로 1995년 이후 현재까지 민법에 따른 공식 재단법인으로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시흥시는 법 개정 5년 후인 2006년 영각사재단에게 각종 건축물 증축·용도변경 건까지 승인했다.
하지만 영각사재단 매각 전후 시흥시는 영각사재단에 대한 허가 당시 재단법인 요건을 충족하지 못했다며 소급 적용을 통해 직권 허가취소 입장을 보여왔다.
이러한 시흥시의 입장 번복으로 결국 2010년 S 회계법인 평가액 1615억 규모의 6%에 불과한 100억 원에 영각사재단 봉안당이 매각되면서 ‘헐값 매각’ 의혹을 키웠던 셈이다.
원칙적으로 소급 적용이 불가능한 행정처분과 관련한 논란이 거세지면서 시흥시는 영각사재단 봉안당 사업에 대한 ‘직권 허가취소’ 결정을 연기한 상태다.
영각사재단이 시흥시를 상대로 제기한 ‘설치·관리권자 지위확인’소송에서 수원지방법원이 영각사재단의 손을 들어줬기 때문이다. 법원은 영각사재단의 봉안당 설치·관리권자 지위까지 인정했다.
이에 대해 시흥시는 항소를 포기했고, 그대로 판결이 확정됐다. 시흥시 관계자는 “영각사재단 봉안당 직권 허가취소를 연기했다. 사후 허가취소 여부에 대해 법률자문을 구한 상태다. 직권 허가취소는 불가능하지 않고 사회적 형평성을 따져 가능하다는 판례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영각사재단과 유사한 사례인 성남시의 남서울공원 납골당 조성사업 허가취소에 대해 대법원은 2014년 행정처분의 사후적 직권취소가 부당하다는 원심 판결을 확정한 바 있다.
영각사재단 측 관계자는 “예측 불가능한 (시흥시의) 행정 탓에 봉안당에 대한 가치 산정이 제대로 되지 않았다. 결국 76.9%라는 지분을 가진 예보에 의해 납득할 수 없는 매각이 이뤄졌다”며 “제대로 된 가치 산정에 따른 매각을 위해 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 제값을 받게 되면 부산저축은행 피해자들에게 돌아가는 배당금도 늘어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장익창 기자
sanbada@bizhankook.com[핫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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