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공직자. 사전적 의미로는 공무원, 국회의원 등 공직에 종사하는 사람을 일컫는다. 고위공직자의 경우 막강한 권력을 갖고 있는 만큼 더욱 높은 수준의 감시가 필요하다. 그래서 공직자윤리법은 4급 이상 고위공직자의 재산을 공개하도록 한다. 덕분에 우리는 그들의 관심 기업을 엿볼 수 있다. 그들이 투자한 주식을 통해서 말이다. 고위공직자의 투자노트를 들여다봤다.
‘공직자주식열전’ 첫 번째 주인공은 최근 청와대를 사직하고 4·15 총선 도전장을 낸 유송화 전 춘추관장이다. 유 전 관장은 1968년 4월 6일생으로 전라남도 고흥 출신이다. 송원여자고등학교를 졸업하고 1990년 이화여자대학교에서 경제학과 학사를 받았다. 이후 서울시립대학교 도시과학대학원 석사 과정과 동국대학교 대학원 북한학과 박사 과정을 밟았다.
1995년 제2대 노원구의회 의원으로 본격적인 공직생활을 시작했다. 2003년에는 노무현 정부 당시 대통령비서실 행정관으로 적을 옮겼다. 2007년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사업추진단 총괄조정관, 2013년 서울시여성가족재단 경영기획실장, 2015년 더불어민주당 상근부대변인, 2017년 대통령비서실 제2부속 비서관을 거쳤다. 2019년 1월 대통령비서실 직할 대통령비서실 춘추관장을 연임하다 올해 1월 총선을 위해 사직서를 냈다.
유 전 관장은 공직자재산 신고 대상자가 되는 2018년과 2019년 두 차례에 걸쳐 자신과 직계 가족(본인, 배우자 및 본인의 직계 존·비속)의 재산을 공개했다. 2019년 기준 그가 신고한 재산은 10억 7535만 원이다. 이 가운데 1억 1284만 원은 유가증권에 투자했다. 전년 1억 1725만 원보다 소폭 감소했다.
유 전 관장이 신고한 유가증권 가운데 인공지능(AI) 관련 회사 지분이 눈길을 끈다. 유 전 관장이 직접 지분을 투자하지는 않았다. 그의 배우자가 투자한 것. 공직자윤리위원회에 따르면 유 전 관장의 배우자는 2019년 3월 기준 비상장사 인터마인즈와 마인즈랩 주식 각각 8000주, 1만 1990주를 소유했다. 유 전 관장이 신고한 이 두 주식의 가치는 9995만 원이다. 전년 대비 평가액 변동은 없었다.
유송화 전 춘추관장은 비즈한국과의 통화에서 “배우자가 투자한 내용이기 때문에 정확한 투자 목적은 모른다”면서 “AI 분야에 관심이 많아서 투자를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유 전 관장의 배우자가 직접 경영에 참여하는지를 묻는 질문에는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이사로 활동하고 있는 것으로 기억한다”고 말했다.
#인공지능 기술력 바탕으로 정부·기업 투자 유치 활발
마인즈랩과 인터마인즈 모두 AI 관련 회사다. 2014년 1월 8일 설립된 마인즈랩은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대왕판교로에 본사를 두고 있다. 서울대를 졸업한 회계사 출신 유태준 대표가 회사를 이끌고 있다. 마인즈랩은 AI 기술을 기반으로 특정 사람의 목소리를 생성하기도 하고 여러 목소리가 겹쳐 있는 음성파일을 하나의 목소리로 분리해주기도 한다. AI를 통해 텍스트 분석도 가능하다. 주어진 텍스트를 독해해 문맥을 파악하고 질문에 적당한 답을 내 소비자에게 제공하는 서비스도 주요 사업모델 가운데 하나다. 이미지 분석도 가능하다. 가령 패션에 대한 텍스트를 입력하면 이미지로 구현할 수 있다.
마인즈랩의 기술력은 업계의 긍정적인 평가를 이끌어냈다. 수상 경력도 화려하다. 마인즈랩은 2019년 금융감독원, 금융위원회가 주최하는 코리아핀테크위크에서 우수기업상을 수상했다. AI 관련 장관상은 4년 연속 수상했다. 2016년 공공기술사업화 대상(미래창조과학부 장관상), 2017년 대한민국ICT대상 지능정보부문 대상(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상), 2018년 대한민국창업대상(산업통상부장관상), 2019년 대한민국 SW기업 경쟁력 대상(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상) 등이다.
기술력이 인정받으면서 매출 역시 가파른 상승세를 기록했다. 2016년 24억 8248만 원이던 매출은 2017년 68억 3402만 원, 2018년 105억 9686만 원으로 2년 만에 4배가량 성장했다. 마인즈랩은 업황 호조를 등에 업고 상장을 준비 중이다. 기업공개(IPO) 주관사로 NH투자증권, 하나금융투자를 선정하고 상장 절차를 밟고 있다.
정부도 마인즈랩의 성장 가능성을 보고 직접 투자했다. 마인즈랩의 사업보고서에서 2018년 말 기준 마인즈랩의 주요 주주 현황을 보면 유태준 대표가 22.31%(9만 4825주)로 최대주주이고 한국전자통신연구원이 10.7%(4만 5459주), 산업은행이 5.88%(2만 5000주)를 보유하고 있다.
글로벌 유통기업 ‘아마존GO’를 꿈꾼다는 인터마인즈도 AI 기반 솔루션을 제공하는 회사다. 본사는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대왕판교로에 위치했다. 광고·유통 분야에 경험이 풍부한 김종진 대표가 회사를 이끌고 있다. 2016년에 설립된 인터마인즈는 연혁이 짧다. 매출 역시 2018년 기준 5억 원 미만으로 마인즈랩에 비해 아직은 시작 단계다.
하지만 인터마인즈가 보유한 AI 기술의 인지도는 꾸준히 오르고 있다. 이마트와 신세계아이앤씨가 지난 2019년 7월 인터마인즈에 각각 5억 원(5.3%), 10억 원(10.5%)을 출자해 지분율 5.3%를 확보하는 등 경쟁력을 인정받았다. 이외에도 LG유플러스, 한화손해보험, 현대카드 등 국내 주요 기업과 협력관계 맺으면서 성장 가능성을 밝혔다.
인터마인즈는 동영상 이미지를 분석하는 AI 기술에 강점을 보인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를 기반으로 리테일테크(소매 유통에 정보통신기술 결합) 솔루션을 제공한다. 인터마인즈는 글로벌 무인점포인 아마존고의 한국형 점포를 가능케 할 것이란 기대를 받고 있다. 실시간으로 소비자의 행동을 분석해 결제 내역 리스트를 제공하는 등의 서비스로 무인점포 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인터마인즈의 리테일테크 기술에 대한 업계의 평가는 긍정적이다. 지난 2019년 11월에는 마이크로소프트웨어와 IT조선이 주최한 ‘2019 대한민국 인공지능대상’에서 유통 부문 인공지능대상을 수상했다.
#인공지능 기술, 차세대 ICT 먹거리 기조 이어질 듯
인공지능은 글로벌 경제에서도 거스를 수 없는 화두가 됐다. 다양한 산업과 결합이 가능해서다. 최윤희 나이스디앤비 선임연구원은 “인공지능은 2030년까지 약 13조 달러의 추가 경제 산출물을 창출할 것으로 전망된다”면서 “이로 인해 세계 GDP를 연간 1.2% 증가시킬 것으로 예측된다”고 말했다.
인터마인즈, 마인즈랩 등 AI 기업 역시 높은 잠재력을 인정받고 있다. 우리 정부는 AI 관련 사업을 미래 먹거리 산업으로 보고 투자를 늘리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따르면 AI 연구개발(R&D) 관련 정부 예산은 2016년 1300억 원에서 작년 2700억 원으로 2배 이상 늘었다.
앞으로도 이 같은 투자 기조는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6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방송통신위원회의 신년 첫 업무보고를 받는 자리에서 “우리가 IT 강국을 넘어 AI 강국으로 도약할 수 있는 충분한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고 본다. 그 잠재력을 현실로 끌어내는 것이 정부가 할 일”이라며 의지를 드러냈다.
실제 글로벌 주요 기업들은 인공지능 관련 특허 전쟁이 한창이다. 세계지적재산권기구(WIPO)에 따르면 2019년 기준 특허를 가장 많이 가진 기업은 8000여 개를 보유한 IBM이다. 이어 마이크로소프트사가 6000개에 육박하는 특허를 보유해 2위에 이름을 올렸다. 국내 기업은 삼성이 5000여 개로 도시바에 이어 4위를 차지했다.
인공지능은 향후 기업 성장의 성패를 좌우하는 근간으로 작용해 기업의 인공지능 역량에 따라 매출 성과에 쏠림 현상이 발생할 것이란 설명이다.
국내 시장도 인공지능 관련 사업의 확대가 예상되고 있다. 최 연구원은 “국내 인공지능 시장은 현재 초기 단계로 2017년 9500만 달러(1110억 5500만원)에서 2022년 9억 5900만 달러(1조 1210억 7100만 원) 규모로 연평균 58.8%의 성장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마인즈랩은 본 보도 이후 유송화 전 춘주관장의 배우자가 공직자 재산신고 기준일 이후인 지난 2019년 6월 소유 지분 전량을 매각했다고 알려왔습니다.
박호민 기자
donkyi@bizhankook.com[핫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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