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우후죽순 생겨나는 ‘가짜 펭수 굿즈’에 한국교육방송공사(EBS)가 몸살을 앓고 있다. EBS 캐릭터 ‘펭수’ 이미지를 사용한 아동복, 인형, 휴대폰 케이스 등 가짜 굿즈가 쿠팡·G마켓·11번가 등 오픈마켓을 통해 유통되고 있다. 현재 EBS는 ‘저작권법 위반’으로 가짜 굿즈에 대응하고 있지만, 지식재산권 침해를 막기 위해선 적극적으로 움직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자이언트 펭TV’ 공식 홈페이지 시청자 게시판을 보면 굿즈에 대한 시청자들의 관심과 우려를 확인할 수 있다. ‘특정 제품이 정식 굿즈가 맞는지’ 진위를 묻는 글부터 가짜 굿즈를 신고하는 글도 있다. 한 시청자는 “인터넷에 검색하면 펭수 관련 (가짜) 상품이 너무 많아 펭클럽(펭수 팬클럽)으로서 속상하다. 카카오프렌즈처럼 정식 라이선스를 체결한 업체 상품을 구매하고 싶다”는 글을 올렸다.
EBS는 자이언트 펭TV 공식 홈페이지에 저작권·초상권 침해 사례 제보를 받고 있지만, 가짜 굿즈 유통을 막기엔 역부족이다. EBS 측은 지난해 12월 “펭수의 많은 인기로 펭수·제작진·EBS가 허가하지 않은 저작권·초상권이 침해당하는 사례가 많다. 저작권 침해 제보를 받는다”고 공지했다. EBS 관계자는 “팬들이 펭수의 지식재산권을 함께 지키자는 마음으로 전방위로 엄청난 양의 제보를 주고 있다. 갖고 있는 모든 인력과 소스를 동원해 대응하고 있지만 가장 큰 문제는 사업자가 바뀌면서 다시 판매하거나, 상관없다는 식으로 반응하는 경우”라고 설명했다.
#늦어진 디자인 출원 때문에 적극 대응 어려워
EBS는 ‘펭수’의 지식재산권과 관련해 활발하게 움직이고 있다. 지난해 9월에는 도형코드 ‘펭귄, 옷을 입고 있거나 의인화된 새 또는 박쥐, 헤드폰’에 대한 도형상표를 출원했으며 11월에는 03류(화장품), 05류(기저귀), 09류(애플리케이션), 25류(의류) 등에 대한 ‘펭수’ 명칭의 문자상표를 출원했다. 올해 1월 14일에는 ‘펭하’와 ‘펭바’ 같은 유행어에 대한 상표도 출원했다.
하지만 디자인 출원은 늦어지고 있다. 디자인권은 제품의 출처 표시가 아닌 ‘제품의 형상 자체’를 보호한다. 쿠팡, G마켓 등 오픈마켓에서 쉽게 찾을 수 있는 ‘가짜 펭수 굿즈’는 대부분 상표적 사용이 아닌 디자인의 사용이기 때문에 상표권 침해로 보기에 애매한 측면이 있다. ‘상표적 사용이 아닌 디자인적인 요소 때문에 수요자가 구매하면 문제가 안 된다’는 취지의 대법원 판례도 있다. 이런 경우 디자인으로 등록이 돼야 가짜 굿즈를 잡을 수 있다.
공우상 공앤유 특허사무소 변리사는 “저작권 인정 여부는 법원에서 다퉈야 해서 시간이 많이 걸린다. 반면 디자인 등록이 돼 있다면 비교적 간단하고 빠른 대응이 가능하다. 유사한 사례로 디즈니의 ‘미키마우스’ 판례가 있다. 디즈니가 미키마우스를 도형상표로 등록해 놨는데 제3자가 미키마우스 인형을 만들어 판 사건이다. 판례는 미키마우스 인형을 상표적 사용으로 안 봐서 상표 침해가 아니라고 판단했다. 디자인을 등록해 대응한다면 위와 같은 사례는 간단한 문제가 될 수 있다. 캐릭터 사건은 저작권, 상표권, 디자인권이 복합적으로 작용해서 복잡하다. 미리 준비해 상황에 맞도록 적절하게 권리화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EBS 관계자는 “저작권, 상표, 디자인 모두 출원을 준비 중이거나 완료한 상태다. 적극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중”이라고 밝혔다. EBS는 펭수의 디자인권 출원을 신청했다고 얘기했으나, 아직 특허청 특허정보검색서비스(KIPRIS)에서 검색되지는 않는다.
#오픈마켓 관리에도 한계 “처벌 더 강화해야”
가짜 굿즈 주요 판매처인 오픈마켓의 책임을 물을 수도 있다. 오픈마켓은 저작권, 상표권 침해 상품의 판매를 알면서도 방관할 경우 공동불법행위에 대한 책임을 물 수 있다.
관련 판례도 있다. 대법원은 ‘1. 오픈마켓 운영자가 제공하는 인터넷 게시공간에 게시된 상표권 침해 게시물의 불법성이 명백하고 2. 오픈마켓 운영자가 위와 같은 게시물로 인하여 상표권을 침해당한 피해자로부터 구체적·개별적인 게시물의 삭제 및 차단 요구를 받거나, 그 게시물이 게시된 사정을 구체적으로 인식하였거나 그 게시물의 존재를 인식할 수 있었음이 외관상 명백하며 3. 기술적, 경제적으로 그 게시물에 대한 관리·통제가 가능한 경우에 대해 오픈마켓 운영자가 공동불법행위 책임을 질 수 있다’라고 판시한 바 있다.
오픈마켓들은 지식재산권 침해를 예방하기 위해 등록기준 혹은 심의기준을 뒀지만 사실상 제 역할을 못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오픈마켓 특성상 모든 건을 일일이 검수할 순 없다. 신고 페이지를 운영하면서 신고 건별로 파악하고 조치를 취한다. 알고 방치하는 경우는 없지만 일부 판매자는 지적을 받으면 문제되는 제품을 내리고, 교묘하게 상품명이나 이미지, 혹은 사업자를 바꿔 다시 판매하기도 한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근본적인 문제 해결을 위해선 지식재산권 관련 처벌이 강화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공우상 변리사는 “지식재산권 강국을 위해서는 처벌이 더 강화돼야 한다. 우리나라는 관련 논의가 부족해서 카피 문제가 심각하다”고 지적했다.
김보현 기자
kbh@bizhankook.com[핫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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