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음악과 디저트에는 공통점이 있다. 건조하고 반복적인 일상을 입가심하기에 적당하다는 것. ‘가토 드 뮤지끄(gâteau de musique)’는 우리에게 선물처럼 찾아온 뮤지션과 디저트를 매칭해 소개한다.
누군가에게 반할 때 그 이유는 셀 수 없이 여러 가지. 검지로 마우스 스크롤을 마구 돌릴 때 수많은 정보가 동공 위를 스친다. 재생 버튼을 누르기도 전에 백예린의 영상 앞에서 검지가 멈췄다. 아직 노래를 듣기 전인데 마이크를 쥔 백예린의 팔뚝에 새겨진 문신 때문에. 굉장히 멋있어서.
백예린 – 지켜줄게
백예린의 목소리는 노루궁둥이버섯 같기도, 하얗고 둥그런 무스 케이크 같기도 하다. 그 목소리를 슬렁슬렁 어깨가 좌우로 흔들거리는 박자 위에 얹는다. 곱게 빚은 박자 위에 백예린의 목소리가 올라가면 듣는 사람의 귀는 살살 간지럽다가 이내 녹아내린다. 그리고 백예린의 노래가 끊임없이 이어지기를 갈망한다.
백예린 – Popo(How deep is your love?)
이미 발표된 노래만으로는 성이 차지 않았던 사람들은 유튜브에서 백예린의 노래를 찾아 나섰다. 페스티벌 무대에서 백예린이 부른 미발표곡 직캠영상은 그들에게 한 줄기 빛이 되었다. 가사가 영어라서 소속사 비즈니스맨들의 탁자에서 통과를 하지 못한 걸까. 예술가와 함께하는 비즈니스맨들은 때론 많은 걸 놓치거나 오판을 한다.
백예린 – Square
직캠 영상으로 사랑받았던 대부분의 노래는 백예린이 기존 소속사를 나와 작년 12월에 발표한 정규 1집 앨범 ‘Every letter I sent you’에 실렸다. 무려 2장의 CD에 18곡이 빽빽하게 담긴, 백예린의 팬들에게 보내는 편지 같은 앨범이다. ‘Datoom’을 제외한 모든 노래가 백예린이 노래를 부를 때 익숙하다는 영어로 가사가 구성됐다.
더군다나 ‘Square’는 2년 전에 만든 노래라는 사실을 사람들이 많이 알고 있음에도 앨범 발매와 동시에 차트 1위를 차지했다. 원래 백예린은 이 노래를 정식 발매할 계획이 없다고 언급했던 것에 비춰보자면 이 노래를 향한 팬들의 집념이 가져온 결과라고 할 수 있겠다.
백예린 – Bunny
르 페셰 미뇽(le péché mignon)의 메이플 양배 무스는 백예린의 목소리를 쏙 빼닮은 가토다. 하얗고 몽글몽글한 모습이 ‘Bunny’를 들으며 먹기에 딱 좋겠다. 르 페셰 미뇽의 무스케이크는 몽글하고 단아하게 생긴 무스크림이 속을 감추고 있어 눈으로 아무리 뜯어봐도 그 맛을 추측할 수가 없다.
백예린은 최근 유독 예쁜 손예진과 현빈이 주연으로 나오는 드라마 ‘사랑의 불시착’ OST를 불렀다. 며칠 뒤엔 첫 단독공연을 하는데 예매가 시작되자마자 순식간에 매진됐다. 한껏 모았던 원기옥을 한 번에 방출하듯 활동을 시작한 백예린이다. 최근 Lim Kim, CL과 마찬가지로 기존 소속사를 나와 한껏 힘차게 날개를 펼치기 시작했다.
백예린 – 다시 난, 여기(사랑의 불시착 OST)
메이플 양배 무스는 그 모습뿐 아니라 맛 또한 백예린의 노래를 듣는 것과 비슷한 경험을 준다. 부드러운 촉감의 메이플 무스 속에 시원하고 은은한 향의 양배 젤리가 숨어있다. 메이플 무스와 양배 젤리의 부드럽고 은근한 조화가 백예린의 목소리 같다면 캐러멜은 존재감이 뚜렷한 비트가 되어 이를 받쳐주는 동시에 예리하게 파고든다. 덕분에 심심할 틈이 없다. 포크가 오가며 줄어드는 가토를 보면 초조해지며 하나 더 사올 걸, 아니 두 개 더 사올 걸 후회한다.
재능과 노력과 실력을 모두 겸비한 요즘 젊은 음악가들은 더 이상 기약 없이 참거나 기다리지 않는다. 좀 더 빠르고 직관적으로 접근할 수 있는 시스템과 플랫폼과 기회 모두 가까운 곳에 있다. 삶과 젊음과 내가 어제 만든 노래의 싱싱함 모두 유한하다. 백예린의 단 하나의 곡이라도 묵혀지고 감금되어 썩어 없어지는 일 없이 알뜰살뜰하게 싱싱한 상태로 팬들의 귀에 닿기를 바란다. 그리고 백예린은 스스로 그것이 가능한 환경을 구축하는 중이다.
백예린 – 그건 아마 우리의 잘못은 아닐거야
필자 이덕은? 무역학과를 졸업하고 두 번의 창업, 자동차 영업을 거쳐 대본을 쓰며 공연을 만들다 지금은 케이크를 먹고 공연을 보고 춤을 추는 일관된 커리어를 유지하는 중. 뭐 하는 분이냐는 질문에 10년째 답을 못하고 있다.
이덕 작가
writer@bizhankook.com[핫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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