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작년 영국 BBC에서 한국에서 유행하는 단어로 ‘꼰대(Kkondae)’를 소개해 화제가 된 적이 있다. 사실 한 시대를 풍미했던 유명한 인물들도 말년에는 그다지 좋지 못한 평가를 받는 경우가 많다. 자신의 고정관념을 고수하고 새로운 시대의 흐름을 쉽게 받아들이지 못하는 꼰대가 되기도 한다. 안타깝게도 아인슈타인 역시 그 벽을 넘지는 못했다.
아인슈타인은 젊은 시절, 뉴턴 시대의 고전 물리학의 종말을 선언하며 우주의 시간과 공간은 절대적이지 않다는 ‘미친 생각’을 만들어낸 몽상가였고, 그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우주의 모습을 더 완벽하게 묘사했던 개척자였다. 하지만 정작 스스로가 구시대의 원로가 되었을 때에는 새로운 젊은 물리학자들의 도전에는 인색한 사람이 되었다.
#우주는 변하지 않는다?
밤하늘은 항상 한결같다. 어제와 오늘, 그리고 내일의 밤하늘이 다르지 않다. 그래서 오랫동안 인류는 우주가 항상 변함없이 한결같은 세상이라고 생각했다. 20세기 초까지 인류에게 우주는 시간이 흘러도 변하지 않는 세상이었다. 간단하게 생각하면 변함없는 우주라는 개념은 직관적으로 당연하게 여겨진다. 하지만 오랫동안 많은 물리학자들과 천문학자들은 이 한결같은 우주의 모습을 수학적으로 묘사하기 위해 많은 고생을 했다.
우주를 관통하는 중요한 힘 중 하나인 중력을 처음으로 수학적으로 정확하게 기술한 물리학자 뉴턴에게도 한결같은 우주를 묘사하는 문제는 쉽지 않았다. 우주에 있는 모든 천체는 중력에 의해 서로 끌어당긴다. 거리가 멀어지면 중력의 세기가 아주 약해지기는 하지만, 그래도 거리가 아무리 멀리 벌어져도 미미하게나마 중력은 작용한다.
뉴턴은 우주의 크기가 유한하다면, 그 유한한 우주 공간 안에 있는 모든 물질이 서로 잡아당기는 중력에 의해 각 천체의 거리가 서서히 가까워져야 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뉴턴 시대 천문학자들이 보기에 시간이 흐를수록 별과 별 사이 거리가 가까워지는 듯한 낌새는 보이지 않았다. 뉴턴도 당연히 우주는 시간이 흐른다고 해서 수축하거나 팽창하지 않는, 항상 한결같은 세상이라고 생각했다.
결국 뉴턴은 항상 한결같은 우주의 모습을 완성하기 위해, 우주 공간이 끝없이 무한한 세상이라는 가정을 했다. 우주 공간이 정말 무한한 세상이라면, 아무리 천체끼리 중력을 주고받는다 하더라도 결국 사방에서 작용하는 모든 중력이 합해지면 모두 상쇄될 수 있다. 이러한 가정을 통해 당시 천문학자들은 우주가 당연히 무한한 공간이라고 생각했고, 당연히 그런 무한한 우주는 어떤 특정한 시점에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그냥 무한히 먼 과거부터 이미 무한한 크기로 존재했다고 생각했다.
#우주 상수, 아인슈타인의 자충수
중력에 대한 뉴턴의 한계를 뛰어넘어, 중력의 본질에 한 발짝 더 다가갔던 아인슈타인 역시 우주는 항상 한결같은 정적인 우주(Static Universe)라고 생각했다. 시간이 흐르면서 수축하거나 팽창하는 우주는 실제로는 일어날 수 없는 미친 생각으로 여겼다.
하지만 공교롭게도 아인슈타인이 시공간의 휘어짐으로 중력을 정확하게 기술했던, 중력장 방정식(Field Equation)에는 그가 헛소리로 치부했던 바로 그 미친 생각이 충분히 실현될 가능성이 내포돼 있다. 20세기 아인슈타인과 서신을 주고받으면서 활발한 토론을 이어갔던 네덜란드의 물리학자 빌럼 드 시터(Willem de Sitter)는 아인슈타인의 장 방정식을 이용해 시간이 흐르면서 서서히 시공간이 팽창하는 우주의 모습을 하고 있는 수학적인 해를 증명했다.
시공간 자체가 팽창하면서 먼 은하들 사이 거리가 조금씩 더 멀어지는 과정을 보여주는 영상. 우리 우주는 사실 이처럼 팽창하고 있다. 영상=Martin Kornmesser, Luis Calcada, NASA, ESA/Hubble
소련의 수학자 알렉산드르 프리드만(Alexander Alexandrovich Friedmann)도 직접 증명한 결과를 갖고, 아인슈타인에게 수축과 팽창이 벌어지는 우주가 자연스럽게 유도될 수 있다는 것을 설득하려고 했다. 하지만 아인슈타인은 생각을 바꾸지 않았다.
심지어 아인슈타인은 자신의 중력장 방정식 속에서 자꾸만 수축하거나 팽창하려고 하는 우주의 모습을 억지로 정적인 우주에 끼워 맞추기 위해 우주 상수(Cosmological constant)를 인위적으로 방정식에 추가했다. 흥미롭게도 아인슈타인 역시 수학보다는 자신의 직관을 더 우선시했던 셈이다.
꼰대 아인슈타인에게 도전장을 내민 당돌한 젊은이 중에는 벨기에 출신의 물리학자 조지 르메트르가 있다. 르메트르는 사실 신학교를 졸업한 젊은 신부였다. 그는 수학과 물리학에도 재능과 흥미를 보이며 하버드 천문대와 MIT를 거쳐, 이후 일식 원정대로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이론을 증명한 물리학자 아서 에딩턴의 학생이 되어 본격적인 물리학 연구에 뛰어들었다.
르메트르는 대부분의 물리학자들과 다른 성장 과정을 보낸 덕분에, 고전적 물리학의 세계관에 얽매이지 않고 더 유동적인 상상을 펼칠 수 있었다. 이후 르메트르는 아인슈타인의 중력장 방정식을 적용해 시간이 흐르면서 우주가 팽창하는 모습이 자연스럽게 유도된다는 것을 보였다.
이후 젊은 르메트르는 학회장에서 아인슈타인을 만났고 자신의 멋진 결과를 소개했다. 자신이 존경하는 물리학계 거장에게 결과를 인정받고 싶었던 순수한 ‘팬심’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꼰대 아인슈타인은 젊은 르메트르의 마음에 상처를 주는 말을 남겼다.
“자네, 계산은 정확하지만 물리학은 영 엉망이군.”
훗날 르메트르는 당시 상황을 회고하면서 아인슈타인에게 개인적인 서운함은 없었다고 추억했다. 르메트르는 아인슈타인의 이러한 따가운 핀잔에도 굴하지 않았다. 그는 자신의 결과에 분명한 확신을 갖고 있었다. 그는 자신이 아닌 아인슈타인이 틀렸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의 생각은 적중했다.
#아인슈타인의 실수, 그리고 반전
결국 20세기에 등장한 천문학계의 황태자, 에드윈 허블에 의해 르메트르의 주장이 맞았다는 것이 관측을 통해 입증되었다. 허블은 동료 휴메이슨과 함께 우리 은하 주변 다양한 은하들까지의 거리를 측정했고, 각 은하가 우주 공간에서 얼마나 빠른 속도로 어떤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는지 운동 상태를 관측했다.
놀랍게도 허블과 휴메이슨은 우리 은하 주변 대부분의 은하들이 우리에게서 멀어지고 있으며, 더 먼 거리에 떨어진 은하일수록 멀어지는 속도가 더 빨라진다는 것을 확인했다. 이는 분명 우주의 시공간 자체가 팽창하기 때문에 관측되는 은하들의 후퇴 현상이었다. 결국 억지로 우주 상수까지 끼워 넣으면서까지 정적인 우주를 고집했던 아인슈타인도, 허블이 제시한 명백한 관측 증거 앞에서 무릎을 꿇었다.
실제로 아인슈타인은 정적인 우주를 만들어내기 위해 우주 상수를 끼워 넣은 일을 일생의 가장 큰 실수로 추억했다고 한다. 그런데 이후 꾸준히 진행된 외부 은하 관측을 통해 우주 상수가 재평가 받는 일대 사건이 벌어졌다.
1998년 천문학자 아담 리스와 사울 팔머터의 연구팀은 각각 먼 은하들을 관측한 결과를 발표했다. 먼 은하들의 거리와 후퇴 속도를 비교해, 먼 과거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우주의 팽창 속도가 어떻게 변해왔는지를 비교했다. 놀랍게도 이들은 우주 팽창이 일정한 속도로 유지되거나 느려지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시간이 흐를수록 더 빨라지는 ‘아첼레란도(Accelerando)’ 가속팽창을 하고 있다는 증거를 발견했다.
우주의 모든 물질은 서로 끌어당기는 중력이 작용할 것이다. 따라서 중력만 생각한다면 오히려 시간이 흐를수록 우주가 수축해야 할 것 같지만, 그 반대로 점점 빠르게 우주의 팽창이 가속되고 있던 것이다. 결국 천문학자들은 관측으로 확인된 우주의 가속팽창을 설명하기 위한 나름의 꼼수를 만들었다. 우주 전역에 아직 정확한 정체를 알 수 없는 미지의 에너지가 존재하며, 이 에너지는 중력과 반대로 우주의 시공간을 더 크게 팽창시키는 일종의 반중력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이 반중력의 역할을 하는 미지의 에너지는, 아인슈타인의 중력장 방정식에서 우주가 수축하지 않게 막아주는 우주 상수와 동일한 역할을 한다. 아인슈타인이 정적인 우주에 끼워 맞추기 위해 억지로 자신의 방정식에 추가한 우주 상수는 이후 허블이 우주가 실제로 팽창하고 있음을 발견하면서 아인슈타인 스스로도 인정하는 흑역사로 여겨졌다.
그런데 이제는 우주 상수가 오히려 시대를 앞서 예측한 반중력 에너지, 암흑에너지로 다시 주목을 받게 되었다. 재미있게도 아인슈타인은 틀려도 맞는 엄청난 실력을 다시 보여준 셈이다.[1]
#하지만 초신성에 문제가 있다
당시 먼 은하들의 초신성을 이용해, 먼 우주와 가까운 우주의 팽창 속도를 비교해서 우주의 팽창 속도가 더 빨라지고 있다는 것을 발견한 천문학자들은 그 공로로 2011년 노벨 물리학상의 주인공이 되었다. 논문이 발표되고 나서 비교적 짧은 시간에 수상하면서 일각에서는 아직 충분한 검증을 거치지 않은 발견에 섣부른 수상이 아닌가 하는 비판이 일었다. 하지만 그 이후로 우주는 가속팽창 하고 있으며 그 가속팽창의 원인은 암흑에너지라는 생각은 21세기의 가장 중요한 우주론적 패러다임의 하나로 자리를 잡아갔다.
백색왜성이 옆의 동반성에서 질량을 보충받으면서 한계 질량을 초과할 때 폭발을 하는 Ia형 초신성의 모습을 보여주는 영상. 영상=NASA's Goddard Space Flight Center/Walt Feimer
2011년 이후 특히 가장 많이 지적된 부분은 바로 당시 연구팀이 먼 은하까지의 거리를 구하기 위해 활용했던 Ia형 초신성에 관한 문제였다. 보통 Ia형 초신성은 수명을 다한 백색왜성이 그 옆에 인접한 동반성에게서 물질을 흡수하면서 다시 질량이 무거워지는 과정에서 폭발한다. 재밌게도 이 종류의 초신성들은 동반성에서 물질을 뺏어오면서, 태양 질량의 약 1.4배라는 특정한 질량(찬드라세카르 질량)을 초과할 때 폭발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즉 우주의 Ia형 초신성은 살이 찌기 시작한 백색왜성이 딱 특정한 질량보다 더 무거워질 때 폭발한다. 그래서 천문학자들은 모든 Ia형 초신성이 폭발 순간의 질량이 동일하기 때문에 폭발 순간의 최대 밝기도 비슷할 것이라 기대한다. 또 최대 밝기에 이르고 나서 다시 밝기가 어두워지는 경향도 비슷하다. 바로 이 특징 덕분에 언제 터질지 몰라 미리 터지기 전부터 모니터링하면서 지켜볼 수 없는 초신성의 최대 밝기를 유추할 수 있다. 우리가 관측할 수 있는 초신성은 이미 최대 밝기를 지나 서서히 어두워지는 모습이지만, 그 어두워져가는 경향을 거꾸로 추적해 가장 밝았던 폭발 순간의 최대 밝기를 알아낸다.
이처럼 고유의 밝기를 다른 물리 법칙을 바탕으로 유추할 수 있어 거리를 재는 데 활용하는 천체들을 ‘표준촛불(Standard candle)’이라고 한다. 초신성 외에 일정한 주기로 밝기가 밝아졌다가 어두워졌다가를 반복하는 변광성이나, 성단 내에서 두세 번째로 가장 밝은 별의 밝기가 대부분 비슷하다는 성질을 활용한 표준촛불도 있다. 그런데 이 초신성을 정말 정확한 표준촛불로 활용할 수 있는지에 대한 논란이 오랫동안 지속되고 있다.
특히 최근 새로운 연구에 따르면 아주 먼 거리에 떨어진 은하에서 폭발한 초신성과 비교적 가까운 최근 우주에서 터진 초신성 사이에는 유의미한 밝기 차이가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즉 과거의 우주와 요즘의 우주에서 폭발하는 초신성의 최대 밝기가 다르다. 시간이 흐르면서 우주 전반의 화학적 함량이 변하기 때문이다. 빅뱅 직후 초기 우주에는 초신성들이 얼마 터지지 않았고, 초신성들이 남긴 다양한 화학 조성이 충분하지 않았다. 최근 우주로 오게 되면 그간 폭발한 다양한 초신성들 덕분에 더 무거운 금속 원소들이 보충되면서 화학적으로 다양하고 풍요로운 우주가 되었다.
같은 씨앗을 뿌려도 토양 성분에 따라 자라는 식물의 상태가 다르듯, 초기의 척박한 우주와 요즘의 비옥한 우주에서 만들어지는 별들의 성질도 당연히 달라질 수 있다.
천문학자들은 오래전부터 다양한 항성 진화 시뮬레이션을 통해 시간에 따른 별들의 진화 양상 차이를 예측했다. 그리고 이번에는 약 9년에 걸친 방대한 관측 데이터를 바탕으로 실제 먼 우주에서 폭발한 초신성이 가까운 요즘의 우주에 비해 최대 밝기가 더 어두운 것을 확인했다. 추가 관측을 통해 이번 연구 결과가 정말 실재하는 것으로 검증된다면, 더 이상 Ia형 초신성은 우주의 나이와 무관하게 동일하게 적용할 수 있는 표준촛불로서 활용하기 어려워질 수 있다.
#그러면 암흑에너지는?
더 흥미롭게도, 이번에 지적한 초기 우주와 요즘 우주의 초신성 밝기 차이가 앞서 우주 가속팽창의 근거로 활용된 그 차이와 비슷하다. 2011년 노벨 물리학상의 주인공이 된 당시 연구팀의 주장에 따르면, 거리가 먼 은하들은 가까운 은하들보다 후퇴 속도에 비해서 거리가 먼 정도가 더 크다. 이를 근거로 당시 연구팀은 우주가 시간이 흐를수록 팽창 속도가 빨라지는 가속팽창을 한다고 주장했고, 그것을 설명하기 위해 암흑에너지라는 새롭고 낯선 개념이 도입된 것이다.
하지만 공교롭게도 이번 연구팀이 관측 데이터를 바탕으로 우주의 화학 조성에 따른 별들의 진화 양상을 구현하는 항성 진화 모델로 계산한 초신성의 밝기 차이를 비교해보면 딱 암흑에너지의 필요량만큼 차이가 난다. 만약 정말 초신성의 밝기가 시간이 가면서 변화하고 있다면, 그리고 이번 연구에서 지적한 것과 비슷한 경향으로 변화하는 것이라면 과거 암흑에너지와 우주 가속팽창의 첫 번째 관측 증거에 의구심을 던질 수밖에 없게 된다.[2][3]
암흑에너지는 굉장히 빠른 시간에 천문학뿐 아니라 물리학의 영역으로 들어와, 다양한 방식으로 연구되고 있다. 하지만 암흑에너지를 지지하는 직접적인 증거는 초신성 관측 결과가 유일하고, 다른 증거들은 모두 초신성을 통한 발견에 기반을 둔 간접적인 추론과 증거일 뿐이다.
특히 최근 가장 정밀한 우주배경복사를 관측한 플랑크 위성의 연구 결과를 보면, 흥미롭게도 우주배경복사에서 추론한 우주의 팽창률(67km/s/Mpc)은 초신성 관측으로 추정된 우주의 팽창률(73km/s/Mpc)에 비해 느리게 나타난다. 그리고 두 가지 방식으로 관측된 우주 팽창 속도의 불협화음은 우주의 가속팽창 여부에 물음표를 던지고 있다.
엄밀하게 이야기하면 지금으로서는 암흑에너지의 존재를 뒷받침하는 직접적인 증거는 2011년 노벨 물리학상을 수상한 초신성 관측뿐이며, 우주배경복사와 같은 다른 관측들은 오히려 초신성 데이터와 조금씩 어긋나는 모습을 보인다.
그리고 이번에는 애초에 이 초신성 관측 자체가, 초신성은 우주의 나이와 상관없이 항상 한결같은 밝기를 유지한다는 잘못된 전제로 인한 오차일 수 있다는 본격적인 문제 제기가 시작되었다.
AvERA 시뮬레이션으로 구현한 암흑에너지가 없는 우주의 진화 과정. 위 빨간색이 고전적인 암흑에너지를 고려한 우주의 진화 과정이고, 가운데 파란색이 이번 시뮬레이션에서 가정한 암흑에너지가 없는 우주의 진화 과정이다. 녹색은 20세기 중반 받아들여지던 아인슈타인-드시터의 모델을 구현한 것을 비교한 것이다. 영상=István Csabai et al.
이 새로운 싸움이 어떻게 종지부를 찍을지는 아직 알 수 없다. 처음부터 세간의 많은 관심과 많은 의구심을 함께하며 우리 시대의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자리 잡은 암흑에너지. 과연 그 운명은 어떻게 될까? 일부 천문학자들은 그냥 미지의 에너지에 ‘암흑’이라는 거창한 이름이 붙으면서 관측적 증거가 아직 충분하지 않은데도 빠르게 새로운 패러다임이 되면서 일종의 마케팅이 되어버렸다고 지적한다.[4]
다시 뜨거운 논란의 중심에 서게 된 암흑에너지와 우주 가속팽창의 운명은 앞으로 어떻게 될까? 여러 번의 추가 검증을 거쳐 우리 시대의 굳건한 패러다임으로 다시 자리매김할 수 있을까? 아니면 다른 선례와 마찬가지로 결국 한때의 즐거웠던 흑역사로 사라지게 될까? 어쩌면 머지않은 미래, 우리의 후손들에게 “나 때는 말이야, 우주가 가속팽창한다고 믿던 시대가 있었다”라며 지금 시대를 추억하게 될지도 모른다.
[1] https://www.nature.com/articles/537S201a
[2] https://ui.adsabs.harvard.edu/abs/2019arXiv191204903K/abstract
[3] https://iopscience.iop.org/article/10.3847/0067-0049/223/1/7
[4] https://academic.oup.com/mnrasl/article/469/1/L1/2982870
필자 지웅배는? 고양이와 우주를 사랑한다. 어린 시절 ‘은하철도 999’를 보고 우주의 아름다움을 알리겠다는 꿈을 갖게 되었다. 현재 연세대학교 은하진화연구센터 및 근우주론연구실에서 은하들의 상호작용을 통한 진화를 연구하며, 강연과 집필 등 다양한 과학 커뮤니케이션 활동을 하고 있다. ‘썸 타는 천문대’, ‘하루 종일 우주 생각’, ‘별, 빛의 과학’ 등의 책을 썼다.
지웅배 과학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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