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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IT업계 '한국 러시', 웃고 싶지만 미국이…

무역분쟁 여파로 한국 교두보 삼아 세계시장 진출 노려…미국 '보복' 가능성도

2020.01.17(Fri) 12:15:24

[비즈한국] 미·중 무역분쟁으로 해외 시장 진출에 차질이 생긴 중국 정보통신(IT) 기업들이 한국을 겨냥하고 있다. 한국을 세계 진출의 교두보로 삼겠다는 것이다. 합작사 설립, 공동 사업 개발 등 다양한 형태의 연대를 통해 한국 기업의 글로벌 네트워크를 활용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최근 중국 IT 기업들이 한국 진출을 모색하는 가운데 올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한국을 방문하면 중국 기업들의 한국 러시가 더 빨라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지난 12월 23일 문재인 대통령과 시진핑 주석이 정상회담 전 악수하는 모습. 사진=청와대 제공

 

중국의 한 로봇 개발 스타트업은 지난달 한국 총판 회사를 선정했다. 양사는 콘텐츠 개발 및 해외 판매에 협력키로 하는 한편 네이버·SK텔레콤 등 국내 대기업과의 비즈니스 연계를 강화할 계획이다. 이 회사는 알리바바·텐센트 등 중국 대기업으로 거액을 투자받은 유니콘으로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로봇 스타트업이다.

 

앞으로 국내 대기업과 소프트웨어·콘텐츠 협력을 함으로써 중국 색깔을 벗고 미국·일본, 유럽 등 해외 시장 진출을 꾀할 계획이다. 더불어 한국 회사로부터 소프트웨어 개발·운영 노하우를 습득하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 

 

이 회사 관계자는 “미국이 화웨이 등 중국 IT 기업을 강하게 억눌러 세계 시장 진출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이에 대한 활로로 글로벌 콘텐츠 경쟁력이 있는 한국과 손잡고 세계 시장으로 뻗어나가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20에서도 이런 기류를 엿볼 수 있다. 올해 CES에는 중국 업체들의 참여가 급감했다. 알리바바그룹과 샤오미는 올해 행사에 불참했고, 그간 대규모 전시장을 열었던 화웨이는 규모를 대폭 줄였다. 통신장비업체 ZTE(중싱통신)도 미국 지사가 소규모 부스를 연 것으로 대신했다. 

 

공산국가인 중국 기업들로선 통상마찰을 빚고 있는 미국 행사에 참여하기 어려운 데다, 대규모 부스를 차려 신기술을 자랑했다간 자칫 미국의 눈 밖에 날 수도 있다는 판단했다. 

 

실제로 미·중 무역분쟁 이후 중국 기업들은 정중동 행보를 보이고 있다. 마켓 타깃을 해외에서 내수로 돌렸고, 해외 시장에서도 광고·마케팅을 줄이고 현 거래선을 유지하는 데 애쓰고 있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다만 중국 대기업들이 투자한 스타트업을 활용한 해외 시장 활로 모색은 이어지고 있다. 중국의 한 액셀러레이터는 “AI(인공지능) 등 일부 신기술 분야는 중국이 한국을 앞서기 시작해 한국 기업들의 기술 협력 수요가 적지 않다”며 “중국 기업들로서도 한국을 거치면 동남아시아 등 해외 시장 진출이 용이해 서로 협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최근 알리바바가 1500억 원을 투자한 중국 교육 스타트업이 한국 진출을 염두에 두고 국내 기업들과 교섭하고 있으며, 중국의 한 대형 부동산 스타트업도 국내 대기업과 손잡고 해외 시장을 노크하고 있다. 

 

중국 기업들로선 한국이 해외 시장 진출을 위한 최적의 파트너다. 한국은 중국은 물론 미국·영국·호주 등 서구 선진국들과 경제·외교적으로 가깝고, 대기업들의 글로벌 네트워크가 구축돼 있어서다.

 

올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한국을 방문하면 중국 기업들의 한국 러시가 더 빨라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2011년 중·일 관계가 댜오위다오 분쟁으로 급랭하자 일본 관광객의 중국 방문은 물론 기업 협력도 뚝 끊겼다. 그러나 2014년 시 주석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화해의 제스처를 취하자 다시 민간 부문의 협력이 활발해졌다. 현재 중국의 일본 관광객 수는 연 800만 명에 달한다.

 

다만 한국이 중국 기업의 성장을 돕거나 해외 진출의 발판 역할을 할 경우 미국의 보복 위험에 노출될 수 있다. 금융·IT 분야에서 미국과 중국의 패권 경쟁이 첨예하며 미국은 중국의 기술 발전을 견제하려는 입장이다. 중장기적으로 미국의 입김에 따라 한·중 합작 사업이 급랭하거나 국내 기업에 피해가 발생할 가능성도 있다.

 

중국 액셀러레이터는 “중국으로선 한국이 일본보다 정서적 거리가 가까워 함께 사업을 펼치기 좋다”며 “부동산에 집중했던 과거와 달리 기업 중심의 투자가 늘어날 것이다. 다만 미국은 사업을 펼칠 때 상존하는 리스크”라고 설명했다.​

김서광 저널리스트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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