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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강남4구·마용성광 공급 늘려야" 김구철 주거환경연합 지원단장

"수요 많은 강남 재건축·재개발 막으면 집값 더 뛰어…총선 한 달 전 대규모 집회"

2020.01.17(Fri) 11:40:03

[비즈한국] 올 3월 중순 전국 100여 개의 재건축·​재개발(정비사업)조합이 정비사업 규제에 반발하는 대규모 집회를 연다. 지난해 9월​ 관리처분계획 피인가 정비사업단지 42곳(1만여 명)이 참가한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 소급적용 반대집회’​보다 참여 예상 단지가 두 배 이상 많다. 이들은 △재건축 정밀안전진단 △분양가상한제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 △인허가 지연 △사업비·​이주비 등 대출 규제를 ‘정비사업 5대 규제’로 규정하고 완화 및 철폐를 주장할 계획이다.

 

지난해 12월 16일 정부는 고가주택 대출규제를 골자로 하는 부동산 대책을 내놨다. 2017년 6·19 부동산대책, 8·2 대책, 2018년 9·13 대책에 이어 네 번째, 후속 조치까지 포함하면 총 18번​의 주택시장 안정화 대책이다. 정부는 12·​16 대책을 발표하면서 24주간 지속된 서울 집값 상승의 발원지로 ‘강남권 재건축’을 꼽았다.

 

지난해 11월 분양가상한제 적용지역 지정 발표 이후 미지정지역을 중심으로 국지적 과열을 보이자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 적용지역을 확대하고, 고가주택 대출규제를 강화했다. 주택 보유 부담 강화와 양도소득세제 개편도 병행했다. 그러면서도 서울 아파트는 2019년과 2020년 약 4만 호 이상 공급돼 실수요에 해당하는 주택 공급 물량은 충분하다고 판단했다. 

 

전국의 재개발·​재건축 조합은 정부의 부동산대책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 12·​16 대책 한 달째를 맞은 1월 15일, 김구철 주거환경연합 및 미래도시시민연대 조합경영지원단장을 만났다. 주거환경연합은 도시 및 주거환경에 대한 정책적 대안을 제시하는 국토교통부 산하 비영리법인이다. 전국 재개발·​재건축조합 모임인 ‘미래도시시민연대’를 지원기관으로 뒀다.

 

서울시 정비사업전문관리업체인 ‘토코마’ 설립자이기도 한 ​김구철 단장은 ​서울 강남구 도곡렉슬, 강동구 둔촌주공, 고덕주공2단지 아파트 등 87개 정비사업장을 컨설팅했다. 정비사업전문관리업체란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에 따라 재건축·재개발사업의 사업성 검토, 조합 설립, 사업시행인가 등의 업무를 대행·자문하는 회사다. 김 단장은 현재 둔촌주공아파트 재건축조합원이기도 하다. 

 

지난해 9월 열린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 소급적용 반대집회’​를 주도한 김 단장은 올 3월 중순 대규모 집회를 계획하고 있다. 다음은 김구철 단장과 나눈 일문일답.

 

김구철 주거환경연합 조합지원단장. 지난해 9월 열린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 소급적용 반대집회’​를 주도한 김 단장은 3월 중순 대규모 집회를 계획하고 있다. 사진=임준선 기자

 

Q. 지난해 9월 ‘민간택지 분양가한제 소급적용 반대 집회’ 이후 국토부가 관리처분계획 피인가 재건축·재개발단지에 적용 유예기간을 줬다. 분양가상한제 시행령이 바뀌기 전(지난 10월 29일)에 관리처분계획 인가를 신청한 단지는 4월 말까지 입주자 모집공고를 내면 분양가상한제를 적용받지 않는다. 실제 분양가상한제 적용을 피해갈 단지는 얼마나 되나.

A. 전체로 따지면 10여 개 단지, 1000세대 이상 대형 단지를 기준으로는 서울 강동구 둔촌주공아파트, 강남구 개포주공4단지​, 서초구 신반포3차경남아파트 재건축조합이 4월 말 입주자모집 공고를 목표로 사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관리처분계획 인가를 받은 단지가 이주와 철거를 마쳐야 착공 및 입주자 모집을 할 수 있는데 관리처분계획 인가를 신청한 단지가 6개월 안에 이 모든 절차를 밟는 건 사실상 불가능하다.

 

Q. 재개발·​재건축조합이 또다시 집회를 여는 이유는.

A. 공급, 특히 소비자 수요가 집중된 지역의 공급 규제를 막기 위해서다. 서울을 포함해 대도시 구도심지역에 공급을 늘리는 방법은 재개발·​재건축 이외에는 어떤 방법도 없다. 수요자가 희망하는 지역에 공급을 늘리지 않고 주택가격 안정을 이룬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고 본다. 정부가 재건축·​재개발사업을 지원하는 정책으로 선회해 공급을 늘려나간다면 1~2년 후 분명 주택시장이 안정될 것이다. 그 사이 잠깐 가격이 오를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 집값 안정에 도움이 될 거다. 오래된 아파트에서 불편을 겪는 주민들의 삶의 질을 개선하는 것은 두말할 것 없다. 당장 정부의 태도 변화를 기대할 수 없지만 4·15 국회의원 선거를 기점으로 정책 변화를 기대하며 3월 16일로 예정된 궐기대회에 모든 역량을 쏟을 계획이다. 

 

Q. 정부는 실수요에 대응하는 주택 공급은 충분하다고 한다. 최근 집값 상승의 원인을 공급 부족으로 보나. 

A. 주택 공급이 수요를 감당할 수 있다면 집값이 오를 이유가 없다. 수요가 공급보다 많은 곳에선 가격이 오른다. 가장 중요한 것은 소비자가 원하는 지역의 주택 공급이다. 서울​ ‘강남 4구(강남·​서초·​송파·​강동구)’와 강북 ‘마·​용·​성·​광(마포·​용산·​성동·​광진구)’ 지역은 실수요에 대응하는 공급이 부족한 상황이다. 현재 서울 송파구 잠실진주아파트나 미성크로바아파트 등 후분양을 생각하는 일부 단지를 제외하고 관리처분계획 인가를 받은 단지는 대부분 2020~2021년 일반분양을 완료할 것으로 보인다. 2021년 일반분양 물량 2만여 세대로 반토막 나고, 2022년부터는 서울 ‘강남4구’​ 공급 절벽이 예상된다. 정부는 3기 신도시나 외곽 지역의 공급 물량을 내세워 공급 절벽이나 공급 부족 사태는 결코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변하지만, 수요가 없는 지역의 공급확대 정책은 오히려 미분양 사태를 야기하는 등 건설경기를 후퇴시키고 기업과 정부의 재정부담을 늘리는 악순환의 고리가 될 것이다.

 

Q. 강남에 살고 싶어하는 사람은 많다. 공급이 이런 수요를 모두 감당할 수 있나. 

A. 물론 불가능하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수변 지역이나 인프라가 잘 갖춰진 특정 지역의 주택은 그 가격을 감당할 수 있는 계층이 매입해 살게 된다. 그걸 부정할 수는 없다. 하지만 법적으로 재건축과 재개발이 가능한 주택을 정비해 새로운 주택을 공급하고 적정 수준의 가격을 유지하자는 것이다. 투기세력이 걱정된다면 다주택자에 대한 보유세 인상이나 보유기간에 따른 양도소득세를 강화하면 된다.

 

Q. 공급 방법이 왜 재개발·​​재건축이어야만 하나. 

A. 수요가 몰린 지역에서 신규 택지개발이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이런 곳에는 이미 오래전 아파트가 지어졌다. 서울시가 2022년까지 공공주택​ 8만 호를 공급하겠다는 계획에서도 재개발·​​재건축단지의 임대주택이 큰 부분을 차지하는 게 이런 이유다. 1만 2000여 세대를 조성하는 강동구 둔촌주공아파트의 경우 1200세대가 임대주택이다. 서울시는 용적률 등 규제를 완화하는 대신 조합으로부터 임대주택 세대를 건축비 수준으로 싸게 가져간다. 이렇게 매입한 주택을 시세의 80% 수준으로만 임대해도 매입가 2배 수준의 임대보증금이 들어온다. 이 돈은 다시 서민주택사업에 쓰이는 선순환이 이뤄진다. 

 

재개발·재건축조합 모임인 미래도시시민연대와 주거환경연합이 지난 9월  주최한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 소급적용 반대집회 모습. 사진=차형조 기자

 

Q. 대표적인 재개발·​​​재건축 규제는 무엇이 있나.

A. 재건축 3대 규제로 꼽히는 △재건축 정밀안전진단 △분양가상한제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다. 과거 재개발·​​​재건축의 가장 큰 규제는 층수와 용적률 규제가 전부였지만 최근 규제가 강화됐다. 재건축 정밀안전진단의 경우 법적으로 지어진 지 30년이 지나면 안전진단을 거쳐 재건축을 할 수 있다. 하지만 안전진단 규정이 강화되면서 지금은 주민의 생활환경이 불편해도 붕괴 우려만 없으면 재건축을 할 수 없다. 이마저도 재건축 판정이 난 단지와 그렇지 않은 단지 간 차이가 명확하지 않다. 일반분양주택 분양 상한가를 정한 분양가상한제도 문제다. 개발의 이익을 토지와 건물의 원소유주인 조합원도 가져갈 수 없는데 외부인이 이를 ‘로또 분양’​식으로 취하는 건 부당하다. 여기에 얼마전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제에 합헌결정도 내려졌다. 양도소득세가 잘 정착된 나라에서 미실현 이익까지 과세하는 게 옳은 일인가 하는 의문은 여전하다. 헌법상 문제가 없더라도 추후 법 개정이 필요해 보인다. 

 

Q. 다른 규제도 있나.

A. 인허가 지연과 사업비·​이주비 등 대출 규제다. 현재 압구정동 현대아파트, 송파구 잠실주공5단지와 강남구 은마아파트와 같은 재건축 단지는 재건축 정밀안전진단을 통과한 뒤 정비계획 수립단계를 넘지 못하고 있다. 서울시가 집값을 걱정해 이유 없이 인허가를 지연시키고 있다. 12·​16대책에 따라 대출 규제가 이주비까지 적용되면 사실상 재건축은 더 불가능해진다. 서울 강남 지역 중고층아파트의 경우 15억 원 미만 아파트가 없다. 이곳 거주민 중 수억 원대 이주비를 직접 조달할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다. 결국 새로운 정비사업이 줄고, ​초기 정비사업도 진척이 없으니 공급 절벽이 가속화되는 것이다. 

 

Q. 집회 추진 계획은 어떻게 되나 

A. 국회의원 선거 한 달 전인 3월 16일 전국 재건축·​재개발 조합 100여 단지와 함께 이 같은 규제에 반대하는 궐기대회를 열 계획이다. 설날 이후 주거환경연합 총회가 끝나면 구체적인 일자와 장소가 확정될 것이다.​

차형조 기자

cha6919@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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