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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환경에너지 확대" 공언에도 풍력발전 속도 못 내는 까닭

인허가 조건 까다롭고 국내 업체 경쟁력 떨어져…해상풍력 키우려하지만 육상보다 더 어려워

2020.01.17(Fri) 15:27:51

[비즈한국] 문재인 정부 출범과 함께 ​친환경에너지로의 전환을 공언했지만, 현실에서는 육·해상 풍력발전이 인허가 단계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강원도 대관령 일대에 조성된 풍력발전단지. 사진=비즈한국 DB

 

풍력발전 설치를 위해서는 3000KW 이하는 지자체, 3000KW 이상은 산업통상자원부(산업부)에서 ‘발전사업허가’를 받아야 한다. 그 다음 환경부와 신림청의 환경영향평가를 거쳐 지방자치단체 및 관계기관의 ‘개발행위 허가 및 기타 인허가’를 받게 된다. 중대형 풍력발전기 1기의 발전용량은 2000~3000KW 규모다.​

 

산업부 관계자는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2017년 5월부터 현재까지 풍력발전사업 허가가 완료된 건이 약 100건”이라고 전했다. 하지만 그 이후 단계인 소규모환경영향평가와 전략환경영향평가, 환경영향평가까지 진행된 건은 많지 않다.

 

‘환경영향평가 정보지원시스템’을 통해 확인한 결과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2017년 5월 10일 이후 전략 환경영향평가는 접수조차 되지 않았고, 소규모 환경영향평가는 19건이 접수 후 본협의가 완료됐다. 환경영향평가는 1건이 접수 후 본협의가 완료됐다.

 

한국풍력산업협회 관계자는 “지자체 인허가의 방법은 두 가지다. 개발행위 허가와 도시군개발계획이다. 개발행위 허가는 개별 법을 각개격파하는 것이고, 도시군개발계획은 해당 지자체의 도시계획으로 풍력단지를 건설하는 것으로 보면 된다. 개발행위 허가로 가면 발전용량이나 사업면적 기준에 따라 소규모 또는 일반 환경영향평가를 받는데, 최근에는 대부분 사업이 소규모 환경영향평가를 받고 있다. 환경영향평가로 가게 되면 인허가 검토항목이 많아지기 때문이다. 도시군개발계획으로 가면 해당 지자체의 도시계획사업으로 들어가기 때문에 전략 환경영향평가를 별도로 받게 된다”고 설명했다. 

 

#태양광발전은 143%, 풍력발전은 84% 그쳐

 

발전사업 허가부터 환경부·​산림청 인허가까지 2~3년이 걸린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타 신재생에너지 보급 규모에 비해 속도가 더디다는 게 업계의 공통 의견이다. 업계에서는 허가 지연의 가장 큰 어려움으로 ‘정부 의지’​를 꼽는다.

 

문재인 정부는 2017년 12월 ‘재생에너지 3020 이행 계획’을 통해 국내 재생에너지의 발전 비중을 2016년 기준 7.0%에서 2030년까지 20.0%까지 늘리겠다고 발표했다. 이에 따라 2030년까지 추가로 설치 예정인 국내 풍력 용량은 약 16.5GW(육상 약 3GW, 해상 약 13GW)에 달한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 반환점을 맞이한 현 시점의 실적은 좋지 않다. 지난해 8월 산업부가 발표한 ‘환경과 공존하는 육상풍력 발전 활성화 방안’에 따르면 추진 지연 중인 주요 육상풍력사업만 80건이다. 풍력에너지 보급 규모를 살펴봐도 2018년 168MW(목표 대비 84%), 2019년 상반기에는 133MW(목표 대비 20.4%)에 그친다. 2018년도 태양광 에너지 보급 실적이 목표 대비 143%인 데 비하면 풍력발전 분야는 갈 길이 멀다.

 

2018년도 우리나라 태양광 에너지 보급 실적은 목표 대비 143%이었으나 풍력발전은 목표 대비 84%에 그쳤다. 태양광발전기와 풍력발전기가 나란히 있는 해외 모습.

 

풍력발전소 개발 절차에서 주로 걸림돌이 되는 건 환경영향평가를 비롯한 인허가 절차와 지역주민 민원이다. 업계 관계자들은 “풍력발전의 필요성에 대한 합의가 부족하다”고 입을 모았다.

 

익명을 요구한 풍력발전 사업자는 “정부는 신재생에너지의 확대를 말하지만 실제 허가를 내고 정책을 집행하는 공공기관 및 관련 부처는 환경단체나 지역주민 눈치를 보기 바쁘다. 현 정부가 시민단체나 주민의 의견을 많이 반영하는 편이어서다. 문제는 시민단체 내부에서도 재생에너지, 특히 풍력과 관련해서 통일된 의견이 나오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런 외부 영향을 받다 보니 집행이 까다로워졌다는 게 관계자들의 공통된 의견”이라고 말했다.

 

#해외와 기술·​가격 격차로 국내 업체 경쟁력 떨어져

 

국내 풍력발전 시장이 정체된 사이 정부 지원금으로 외국 기업들의 배만 불려주는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풍력발전 업계 관계자는 “풍력 터빈만 해도 국내 기업 제품의 사업성이 외국 것보다 현저히 떨어진다. 가격도 30%까지 차이 나 공기업은 몰라도 민간 기업은 외국 기업 부품을 쓸 수밖에 없다. 특히 해상 풍력은 아직까지 국내 기업이 건설하고 운영하는 기술이 부족해 해외 기업이 들어와 지원금을 받아 개발하는 실정”이라고 전했다.

 

위진 GS E&R 풍력사업부문 상무는 “전 세계에서 풍력은 가장 싼 발전원으로 꼽힌다. 설비 대형화, 시장 확대가 이뤄지면서 가격 경쟁력도 높아지고 있다. 후발주자로 뛰어든 우리나라에서는 아직까지 규모의 경제를 이루지 못해 가격이 높다. 풍력발전기는 기계를 넘어서 빅데이터 사업이라고 봐야 하는데, 데이터가 축적되기에는 국내 상황이 충분치 않다. 기술 격차는 선진국과 10년 이상 난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풍력산업의 중심을 육상에서 해상으로 옮기려 시도 중이다. 9일 해상 풍력발전소 설치 시 주변 해안 및 섬 지역을 지원하는 ‘발전소 주변지역 지원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국회에서 통과됐다. 하지만 업계는 해상발전 역시 걸림돌이 많다고 설명한다.

 

앞서의 풍력발전 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주민 민원 등 현재 허가 절차가 간단치 않은 육상풍력 대신 해상풍력을 제도적으로 ​키우려는 움직임을 보인다. 하지만 해상풍력은 육상보다 설치 규모가 훨씬 크고 어업권 보상도 얽혀 있어 문제가 더 복잡하다”고 말했다.

 

위 상무도 “전 세계 어느 나라도 육상을 다 안 채우고 해상으로 나가는 경우는 없다. 필요성에는 공감하지만 해상풍력발전소 설치는 육상보다 더 어렵기 때문에 정부 기대만큼 활성화가 쉽진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보현 기자

kbh@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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