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적자 전환이 예상되는 부광약품이 이번에도 대규모 배당을 실시해 그 배경에 관심이 모인다. 통상적으로 적자 기업의 경우 배당을 하지 않거나 최소화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례적인 행보다. 일각에서는 오너 일가의 승계를 위한 결정 아니냐는 지적마저 나온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을 보면 부광약품은 지난해 말 1주당 0.05주를 주주에게 배당했다. 배당 주식은 총 304만 7549주다. 현금도 주당 200원씩 총 121억 9014만 원(자기주식 제외)을 주주에게 환원했다.
부광약품의 지난해 3분기(누적) 연결기준 실적은 크게 후퇴했다.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각각 1168억 883만 원, 34억 1754만 원으로, 전년 대비 23.17%, 90.2% 감소했다. 특히 같은 기간 당기손익은 132억 1979억 원 적자로 돌아섰다. 2019년 연간 실적 역시 당기순손실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부광약품은 2011년 이후 9년 연속 배당을 실시하고 있다. 앞선 8년은 당기순손실을 기록한 적이 없다. 오는 3월 발표될 2019년 연간 실적에 더욱 관심이 모이는 이유다. 증권업계의 한 관계자는 “당기순이익 적자 가능성이 높아진 상황에서 배당을 실시하는 것이 흔한 일은 아니다”라면서 “4분기 실적에 따라 연간 실적이 호전될 수 있지만 전년 대비 역성장을 피하기 어려운 상황이라 배당이 적절한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부광약품의 이 같은 배당은 상장사임에도 불구하고 오너 일가의 지분율이 비교적 높은 점과도 무관치 않아 보인다. 현재 부광약품은 오너일가와 고 김성률 공동창업주 일가가 40% 넘는 지분을 가지고 지배하고 있다. 오너 일가의 지분을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김동연 부광약품 회장과 아들 김상훈 이사가 각각 9.61%, 7.47%를 쥐고 있다. 이외 김동연 회장 일가 지분까지 합하면 오너 일가의 지분은 24.45%에 달한다.
공동창업주 고 김성률 명예회장 일가는 정창수 씨와 김기환 씨가 각각 12.11%, 5.67%의 지분을 가진 것으로 기록됐다. 오너 일가와 공동경영인의 지분을 더하면 총 42.23%에 달한다. 배당의 42.23%는 오너 일가와 공동창업주 일가의 몫이다. 이번에 이들이 챙기는 배당금은 51억 4791만 원 수준이다. 배당 주식은 128만 6979주다.
경영권 승계 과정에서 필요한 실탄을 마련하기 위한 배당이 아니냐는 주장도 설득력을 얻는다. 지난 2018년 4월 김동연 부광약품 회장은 아들 김상훈 이사에게 지분 400만 주를 증여하는 등 경영권 승계를 본격화했다. 당시 주가 기준 1170억 원 규모다.
최근 부광약품이 자사주 매입 후 소각을 진행 중인 것도 경영 승계 관점에서 해석이 가능하다. 부광약품은 주주 가치 제고를 목적으로 지난 1월 8일부터 4월 7일까지 191만 6000주(발행주식 총수의 3.2%)를 매입해 소각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회사 측이 예상한 매입 금액은 250억 원이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소액주주의 지분이 대량 매입될 경우 오너 일가의 지배력이 더욱 공고해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부광약품 관계자는 “지난 2018년 실적은 전년 매출로 인식된 리보세라닙 양도대금 400억 원이 제외되면서 ‘기고효과’가 발생했다”면서 “당기순이익은 미국 에이서 테라퓨틱스 등 지분의 가치평가에 따라 미실현 손실이 반영돼 적자 전환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이 기간 실적 감소는 지분 평가에 따른 일시적인 현상으로 판단된다”라면서 본원 사업부문 매출은 견고한 성장을 이루고 있다고 말했다.
경영 승계를 위한 무리한 배당 아니냐는 지적에는 “이번 배당은 상법에 따른 배당한도에 못 미치는 금액을 배당했다”면서 “오너 일가의 금융소득세 세율은 일반 주주보다 더욱 높아 배당을 통해 오너 일가에 유동성을 몰아줬다는 지적은 적절하지 않다”고 설명했다.
박호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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