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메뉴바로가기 본문바로가기
전체메뉴
HOME > Target@Biz > 이슈

지난해 소비자물가 상승률 0.4%, 가시지 않는 디플레 공포

1999년, 2015년 이후 세 번째 0%대 상승률…일본식 장기 불황으로 이어질까

2020.01.10(Fri) 12:31:22

[비즈한국] 지난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통계 작성 이래 가장 낮은 0.4%를 기록하면서 디플레이션(경기 침체 속 물가하락) 공포가 가시지 않고 있다. 연간 물가가 0%대로 떨어진 것은 외환위기가 벌어졌던 1999년(0.8%)과 메르스 사태가 터졌던 2015년(0.7%) 이후 세 번째다.

 

정부는 지난해 무상복지 확대와 농산물 공급 과잉에 따른 일시적 현상이었다며 올해는 물가가 반등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하지만 1999년, 2015년 사례에서 드러나듯 0%대 저물가는 소비 위축에 의해 발생한다. 한국은행도 2019년 민간소비 증가세가 약화됐다고 분석한 바 있다. 문제는 민간은 물론 국책 연구기관에서도 올해 역시 수요 위축에 따른 0%대 저물가를 예상한다는 점이다.

 

0%대 저물가 지속은 디플레이션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를 키워 소비를 더욱 위축시킨다. 사진은 서울 시내 한 점포의 모습. 사진=연합뉴스


0%대 저물가 지속은 디플레이션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를 키워 소비를 더욱 위축시킨다. 이는 일본식 장기 불황으로 이어질 수 있다. 또 물가가 정부 전망치보다 하락하면 세수가 감소하면서 위기에 사용해야 하는 재정에 악영향을 준다. 자칫 올해 경제도 저물가에 발목이 잡히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는 것이다.

 

정부는 지난해 12월 19일 ‘2020년 경제전망’을 발표하면서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1.0%로 전망했다. 소비가 개선되고 있고, 농산물과 석유류 등의 가격이 상승으로 전환되면서 소비자물가가 지난해에 비해 오를 것으로 예상했다. 특히 민간소비가 고용 증가세 지속과 복지 분야 예산 확대 영향으로 올해 2.1% 증가하면서 소비자물가 상승에 도움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한국은행도 지난해 11월 29일 ‘경제전망 보고서’에서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정부와 같은 1.0%로 예상했다. 한은은 국내외 경기 회복세와 공급 분야 물가 하방 압력 완화로 올해 소비자물가가 지난해보다 상승할 것으로 전망했다.

 

하지만 이러한 전망치는 불과 몇 개월 전에 비해 하향조정된 것이어서 올해 소비자물가가 1%대 상승률을 유지할 수 있을지에 의구심을 던지고 있다. 정부는 지난해 9월 국회에 2020년 예산안을 제출할 당시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1.5%로 제시했다. 3개월 만에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를 0.5%포인트나 낮춘 셈이다. 한은도 지난해 7월에 내놓은 경제전망에서는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지금 전망치보다 0.3%포인트 높은 1.3%로 내다봤었다.

 

정부와 한은이 내놓은 소비자물가 전망치는 민간 경제연구기관은 물론 국책연구기관보다도 높은 수준이다. LG경제연구원은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0.8%로 전망했다. 이마저도 상반기에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0.6%에 그치다 하반기에 경기가 회복되면서 1.0%로 오를 것으로 추정한 덕분이다.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의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는 LG경제연구원보다 더 낮은 0.6%다.

 

이처럼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0%대 소비자물가 가능성이 커지면서 디플레이션 우려도 가시지 않고 있다. LG 경제연구원은 “저물가 기조 장기화 시 인플레이션 기대가 낮아지면서 디플레이션이 발생할 리스크는 점차 확대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소비자물가가 정부 전망치보다 낮아질 경우 발생하는 또 하나의 문제는 세수 감소다. 정부는 다음 연도에 들어올 세수를 예측해서 예산안을 마련한다. 이때 세수 추정에 쓰이는 기준은 경상 성장률인데 이는 실질 성장률에 물가 상승률을 더한 수치다. 경상 성장률을 사용하는 것은 세금을 내는 개인이나 기업의 수입이 수익(성장률)뿐 아니라 임금·가격 인상분(물가)과 연동되기 때문이다. 소비자물가 상승률 둔화는 결국 사회 전체 물가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정부가 거둬들일 수 있는 세금 액수가 당초 예상보다 줄어들 수밖에 없다. 일반적으로 경상 성장률이 0.1%포인트 떨어질 때마다 세수는 2000억~3000억 원 정도 줄어든다.

 

정부는 지난해 9월 예산안을 짤 당시 경상 성장률을 3.8%로 잡았다. 실질 성장률은 2.6%, 물가 상승률은 1.2%(소비자물가 상승률은 1.5%)로 한 것이다. 정부는 이 경상 성장률을 토대로 올해 세수가 292조 원을 기록할 것으로 내다봤다. 그런데 12월에 내놓은 경제전망에서는 경상 성장률이 3.4%로 하락했다. 실질 성장률이 2.4%로 떨어진 데다 물가 상승률도 1.0%로 하향 조정한 때문이다. 물가 상승률 하향 조정에는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 하락(1.5%→1.0%)이 큰 영향을 미쳤다.

이승현 저널리스트

writer@bizhankook.com

[핫클릭]

· [베를린·나] 예측 불가 유럽의 공항 "어디까지 겪어봤니?"
· ​식약처, 일본 도라에몽 빼닮은 '식약애몽' 캐릭터 물의
· [현장] 타다 2차 공판, 본격 공방 앞두고 검찰 인사 '변수'
· [단독] BTS 진 '한남더힐' 추가 매입, 단체생활 정리하나
· "우리는 노예였다" 근로기준법 사각지대 '5인 미만 사업장'


<저작권자 ⓒ 비즈한국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