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식품의약품안전처가 도라에몽과 유사한 ‘식약애몽’ 캐릭터를 만들어 이를 홍보물 자료에 사용해 물의를 빚고 있다. 강제징용 피해자 배상 문제와 일본의 수출 규제로 인해 한일 갈등이 지속되는 와중에 정부가 일본의 대표 캐릭터를 베껴 제작했다는 점에서 비판의 목소리가 거셌다. 비난 여론이 일자 식약처는 뒤늦게 게시물을 삭제했다.
지난 7일 식약처는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 트위터에 중국·일본·베트남의 새해 첫날 음식을 알려주는 카드 뉴스를 게시했다. 그러나 여기에 등장한 캐릭터가 도라에몽과 외형과 설정이 매우 흡사해 빈축을 샀다. 이 캐릭터는 ‘식약애몽’이라 소개됐고 “어디든 갈 수 있는 문으로 이웃나라에서는 새해에 어떤 음식을 먹는지 알아볼거다몽”이라는 글이 덧붙여졌다. 도라에몽 만화에 나오는 ‘어디로든 문’을 연상케 하는 지점이다.
게시물이 올라간 지 하루가 지난 8일 저녁 SNS 이용자들 사이에서 비난 여론이 거세졌다. 정부 부처인 식약처가 저작권 보호에 대한 인식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주를 이뤘다. 저작권법에 저촉되지 않는다고 해도 일본에 대한 국민 여론이 안 좋은 상황에서 굳이 일본 캐릭터를 표방해야 했느냐는 비판도 적잖았다. 일본에서 정식으로 이의를 제기할까 봐 우려된다는 의견도 있었다.
김신혜 YK법률사무소 변호사는 “패러디는 원본 캐릭터를 새롭게 재해석해서 또 다른 의미를 전달하는 것인데 식약애몽 캐릭터는 도라에몽 캐릭터 일부를 수정해서 도라에몽의 이미지와 인지도에 얹혀가려는 것으로 생각된다”며 “캐릭터 특징이나 이름 등을 보면 도라에몽 캐릭터와 거의 유사해서 일반인들이 도라에몽으로 오인할 우려가 있다. 표절에 해당해 저작자의 상표권이나 디자인권 등을 침해할 여지가 있어 보인다”고 의견을 밝혔다.
물론 저작권법 제35조의 3에 따라 저작자의 정당한 이익을 부당하게 해치지 않았다는 게 인정되면 ‘공정 이용’으로 간주해 법적으로 문제가 없을 수 있다. 하지만 도라에몽에 대한 저작권이 아직 유효한 상황에서 식약애몽이라는 2차적 저작물을 만들기 전 원저작권자에게 사전 동의를 받지 않았다면 유족이나 유언집행자로부터 손해배상이나 사용금지 가처분 등의 청구를 당할 수 있다. 도라에몽의 저작권은 1996년 사망한 일본 작가 후지코 F 후지오와 후지코 프로덕션에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저작권은 사후 70년까지 유효하다.
국가 기관이 저작권 인식이 부재하다는 지적이 제기된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 11월 인사혁신처는 EBS와 별다른 협의 없이 공식 유튜브 채널인 ‘인사처tv’에 ‘펭수’와 똑 닮은 ‘펑수’를 등장시켜 국민들의 뭇매를 맞았다. 이에 대해 인사처는 박람회 홍보용으로 임시로 만들어진 캐릭터라고 해명했다.
식약애몽을 둘러싼 논란이 증폭되자 식약처는 8일 밤 11시 30분경 뒤늦게 게시물을 내렸다. 이번 논란에 대해 식약처 측은 기획 단계에서 실수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식약처 온라인대변인은 공식 페이스북페이지를 통해 “패러디 디자인을 하려던 생각으로 만든 캐릭터였지만 그것이 하필 일본 캐릭터였다는 점과 아무리 패러디라는 것이 드러나게 했더라도 복제의 위험이 있다는 점을 심각하게 생각하지 못했다”며 “지적과 관심에 감사하다”고 해명했다.
김명선 기자
line23@bizhankook.com[핫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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