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CES 2020에서 현대자동차가 우버와 파트너십을 맺고 에어택시 시장에 뛰어든다고 밝혔다. 현대자동차는 미국 현지 시각 6일 키노트를 통해 ‘S-A1’으로 부르는 전력 기반의 수직 이착륙기 개발을 발표하고 이착륙 스카이포트, 그리고 차량까지 연동되는 UAM(Urban Air Mobility, 도심 항공 모빌리티) 콘셉트를 공개했다. 현대자동차는 2028~2030년 상용화를 목표로 하며, 2030년 29개국 시장 진출을 예상한다.
현재 에어택시의 현실화에 가장 가까이 다가선 ‘우버 에어’의 생태계에 완성차 기업이 직접 항공기를 만들어 참여하는 것은 처음이다. 아무래도 현대자동차의 발표를 통해 이뤄지다 보니 현대자동차를 중심으로 볼 수밖에 없지만 이 파트너십 사례는 우버가 이 에어택시 사업을 만들어가는 대표적인 사례일 뿐 아니라 두 회사에게도 커다란 의미가 있다.
#두 회사는 왜 손을 잡았나
에어택시에는 아직까지도 불안한 시선이 많다. 현실적으로 가능한가 하는 의구심 때문이다. 우버는 이를 플랫폼으로 해결하려고 하는데, 서비스 시작 몇 년 내에 일반 택시 수준 혹은 그보다 더 저렴한 요금으로 이용할 수 있다고 본다. 결국 이 사업의 성패는 항공기와 스카이포트 운영의 큰 부담이 인프라로 자리 잡아 안정적인 수익 구조가 만들어지는 데에 달려 있다. 우버는 파트너십을 통해 안정적인 운영을 약속하고, 현대자동차는 충분히 사업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하는 듯하다.
우버가 현대자동차에 기대하는 것은 생산, 즉 대중화다. 우버 엘리베이트의 에릭 앨리슨 대표는 제조와 공급의 가능성을 높게 본다는 점을 언급했다.
“항공우주회사들은 항공기에 많은 기술과 경험을 갖고 있지만, 소형 제품을 대량 생산하는 것은 조금 다른 일입니다. 현대자동차의 참여는 낮은 가격에 품질이 높은 자동차를 만드는 생산 경험이 eVTOL(electric Vertical Take Off and Landing, 전기 동력 수직이착륙 항공기)에 적용된다는 의미가 있습니다. 현대자동차는 특히 전기자동차를 대량 생산한 경험이 있기 때문에 품질이 뛰어나고 대중화를 앞당길 수 있는 eVTOL 생태계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결국 우버가 우버 에어 서비스에서 추구하는 것은 에어택시의 대중화이고, 이를 현실로 만들려면 항공기가 더 많아져야 한다. 그 과정에서 대량 생산으로 eVTOL의 공급은 늘고, 가격은 내려가야 한다. 이와 가장 가까운 경험을 해본 곳이 바로 완성차 업계이고, 현대자동차는 높은 품질의 대량생산에 확실한 경험을 갖고 있다.
#현대자동차는 어떻게 드론을 개발했나
그렇다면 현대자동차는 어떻게 이렇게 갑자기 UAM 시장에 뛰어들 수 있었을까? 여기에서 이 비즈니스의 복잡성, 그리고 파트너십의 중요성이 드러난다. 우버는 꽤 오랫동안 우버 에어 서비스를 준비하면서 미항공우주국(NASA)과 미국연방항공청(FAA), 미국교통부 등 미국 정부 기관들과 기술부터 규제, 특허 등을 논의했고, 전 세계의 eVTOL, 항공우주산업을 연구하는 기업들과 파트너십을 맺어왔다.
이를 통해 우버 자체적으로도 몇 가지 레퍼런스 설계를 갖고 있다. 우버는 지속적으로 홍보 영상 등을 통해 자체 디자인한 레퍼런스 항공기들을 공개한 바 있는데, 직접 생산 계획은 없었다. 우버는 이를 파트너십으로 개방하겠다는 의지를 비쳐왔는데, 현대자동차를 통해 실제로 직접 eVTOL 설계를 지원하고 파트너십을 맺어 생산으로 이어지는 첫 사례가 만들어진 셈이다.
이는 마치 구글이 안드로이드의 콘셉트와 그 뼈대가 되는 AOSP를 만들어서 누구나 기기를 만들어 시장에 참여할 수 있게 개방하고, 구글 플레이 파트너십으로 자체 안드로이드 서비스 생태계를 관리하는 것과 비교해볼 수 있다. 우버는 이를 위해 eVTOL의 설계에서 여러가지 기술을 확보했고 지금도 텍사스대학을 비롯해 많은 대학에 연구 지원을 하면서 eVTOL 기술을 개발하고 파트너십을 통해 아이디어와 기술을 제공할 수준의 레퍼런스 설계를 완성했다.
두 회사가 어느 정도 기술 교류를 하고 있는지는 공개하지 않았는데, 우버는 더 많은 기업들이 참여할 수 있도록 오픈소스처럼 개방형 기술을 지속적으로 확보해 다양한 레퍼런스 eVTOL을 만들 수 있도록 지원할 계획이다. 현재 eVTOL을 설계하고, 프로토 타이핑하는 스타트업들도 많기 때문에 현대자동차 수준의 기업이 항공기를 만드는 것은 충분히 가능한 일이다.
#현대자동차는 UAM을 어떻게 운영할까
현대자동차 역시 단순히 보여주기 위한 발표나 협업은 아니다. 최근 현대자동차에 합류해 UAM을 총괄하는 신재원 부사장은 최근까지 NASA에서 이 에어택시에 대한 연구를 해 왔고, 우버 엘리베이트와도 긴밀한 관계를 유지해왔다. 어떻게 보면 신재원 부사장의 합류가 현대자동차와 우버 엘리베이트의 파트너십을 상징하는 인사다.
아무리 대량생산을 한다고 해도 이 eVTOL은 현재 자동차처럼 개개인이 소유하는 운송수단은 아니다. 현재 대중교통수단처럼 기업 혹은 정부가 직접 항공기를 운항하고, 이들이 내릴 스카이포트를 건설, 운영해야 한다. 우버 에어는 이 운영 주체들이 쉽게 참여하고, 일관되게 운영을 하면서 이용자들이 편리하고 안전하게 이동할 수 있는 플랫폼을 제공하는 서비스다. 한마디로 우버는 eVTOL과 스카이포트를 하나도 갖지 않는다.
그렇다면 현대자동차의 역할은 eVTOL의 제조사일까, 아니면 운영까지 뛰어드는 것일까? 현대자동차는 아직 직접적으로 항공기와 스카이포트 운영 여부를 밝히지는 않았다. 우버 역시 모든 부분을 열어놓고 있다. 현대자동차가 직접 서비스 형태로 참여할 수도 있고, 버스회사처럼 특정 기업이 현대자동차의 S-A1을 구입해서 우버 에어에 진입할 수도 있다. 아직은 이를 확실히 언급할 단계는 아니다.
다만 현대자동차는 키노트를 통해 지상용 차량과 항공기를 연결해주는 ‘허브’로서 스카이포트를 기획하고 있기 때문에 직접 운영하는 것까지 열어놓고 기대할 수 있다. 당연히 시장은 빠르게 확대될 것이고, 세계 여러 도시의 상황에 따라서 다른 비즈니스가 이뤄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우버 에어는 어디까지 왔나
마치 공상과학 영화 속 한 장면처럼 비쳐졌던 우버 에어는 상당히 빠르게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지난해 우버 엘리베이트 서밋을 통해 공개된 것처럼 우버는 올해 2020년 시범적으로 서비스를 시작하는 데에 무리가 없고 이 플랫폼에 참여하는 기업들은 더 확대되고 있다.
에릭 앨리슨 대표도 “파트너십의 범위가 점점 더 넓어지고, 어떤 기업들과 어떤 파트너십을 맺을지에 대해서도 다양한 가능성이 있다”며, “신생 기업이 시장에 참여할 수 있는 파트너십도 열려 있다”고 말했다. 우버는 이번 파트너십 현장에서도 ‘교통의 운영체제’라는 말을 언급했다. 그만큼 다양한 생태계 확장과 참여가 이 에어택시 성공의 중요한 바탕이 될 것이라는 이야기다.
시장도 빠르게 확장될 것으로 보인다. 현대자동차의 참여가 우리나라, 서울의 우버 에어 서비스와 관계가 있을까 싶어 질문을 던지긴 했지만 아직 정확한 서비스 시기와 연결 지을 수 있는 단계는 아니다. 다만 에릭 앨리슨 대표는 현재 2023년 상용 서비스를 예고한 미국 로스앤젤레스, 댈러스, 그리고 호주 멜버른 등에서 준비가 착실히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규제 혁신도 차근차근 진행 중이다. 이미 미국 교통부는 관련 규제를 에어택시의 원활한 확장과 안전 등 제도권으로 흡수하면서 서비스를 만들어갈 계획을 갖고 있다고 밝혔다. 따라서 시범 서비스, 초기 서비스 도시들에서 우버 에어 서비스가 원활하게 정착되면 서비스 뿐 아니라 관련 제도들까지도 전 세계로 무리 없이 확장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 CES에 국토교통부를 비롯한 정부 관계자들이 참석한 것 역시 이런 규제 혁신의 흐름을 엿볼 수 있다.
미국 라스베이거스=최호섭 IT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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