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인류가 만들어낸 최악의 무기로 손꼽히는 ‘핵무기’.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떨어진 원자폭탄은 거대한 버섯구름과 함께 다이너마이트 2만 톤에 달하는 에너지를 방출했고, 수십만 명이나 되는 사람들의 목숨을 즉시 앗아갔다. 그 후로도 방사능 낙진과 오염에 의해 그 두 배가 넘는 피해자들을 만들어냈다. 원자폭탄 이후 위력이 훨씬 증대된 수소폭탄이 만들어졌고 냉전 기간 인류는 ‘핵무기 공포’에 시달려야 했다.
이런 핵무기에 최근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핵무기이지만 위력을 최소화한 저위력 핵무기의 등장이다. 저위력 핵무기란 약 20킬로톤(kt)에 상당하는 폭발력을 가진 핵무기를 기준으로 그보다 위력이 낮은 핵무기를 말한다. 참고로 1킬로톤은 TNT 폭약 1000톤의 위력에 해당한다. 지난해 12월 20일, 미국에서 2020 회계연도 국방수권법이 트럼프 대통령의 서명을 거쳐 발효됐다.
미 국방수권법에서 승인한 2020 회계연도 국방예산은 총 7299억 달러로, 기본예산 6584억 달러와 전쟁수행예산 715억 달러로 구성돼 있다. 국방수권법에는 포함되지 않은 81억 달러의 국방 관련 추가예산을 합하면, 총 국방예산은 7380억 달러에 달한다. 2019년 7159억 달러와 비교하면 221억 달러 증가한 수치다. 이러한 미국의 국방예산 가운데는 저위력 핵무기의 배치에 필요한 예산도 포함되어 있다.
대표적인 미군의 저위력 핵무기로는 전투기나 폭격기에서 투하되는 B61-12와 SLBM, 즉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인 트라이던트 II에 탑재되는 W76-2 핵탄두가 손꼽힌다. 사실 저위력 핵무기는 새로운 개념은 아니다. 과거 냉전 시절의 전술핵무기, 즉 비전략핵무기 가운데는 20킬로톤 미만의 위력을 가진 것들이 많았다. 대표적인 것이 데이비크로켓(Davy Crockett) 핵 무반동포로 세계에서 가장 작은 핵무기 중 하나였으며 그 위력은 TNT 폭약 10~20톤에 불과했다. 한때 주한미군에도 배치된 적이 있었다.
하지만 지금의 저위력 핵무기는 비전략핵무기 외에 전략핵무기에 탑재되고 있다는 점에서 큰 차이가 있다. 특히 트라이던트 II는 미국의 대표적인 전략핵무기로 그동안 100킬로톤 위력의 W76과 90킬로톤 위력의 W76-1, 그리고 475킬로톤 위력의 W88 핵탄두를 수발에서 십여 발씩 탑재했다. 반면 새로 탑재되는 W76-2 핵탄두의 위력은 5~7킬로톤으로 추정되고 있다. 위력은 낮은 반면 명중률은 상당하다. 원형 공산 오차는 90m 이하로 알려져 있으며 슈퍼신관을 사용해 ‘핵 벙커버스터’로 사용이 가능하다.
지난해부터 양산에 들어간 W76-2 핵탄두는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실전 배치될 예정이다. 그렇다면 만약 저위력 핵무기가 유사시 사용된다면 그 피해는 어느 정도일까?
지난 2017년 봄 미 매사추세츠공과대학교에서 발간한 인터내셔널 시큐리티(International Security)지에는 “새로운 세기의 무력파쇄공격(The New Era of Counterforce)”이라는 글이 실렸다. 이 글에는 북한 내 다섯 곳의 목표물을 대상으로 W88 핵탄두를 장착한 트라이던트 II 미사일을 사용했을 때와 저위력 핵무기인 B61을 사용했을 때를 비교한 시뮬레이션 결과가 담겼다. 우선 트라이던트 II 미사일을 이용해 10발의 W88 핵탄두를 투하했을 경우 어마어마한 위력으로 인해 남북한에서 200만~300만 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반면 저위력 핵무기인 B61 20발을 투하했을 때 목표지점에서만 100명 미만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시뮬레이션 결과만 놓고 본다면 저위력 핵무기는 기존 핵무기들과 달리 최소한의 피해로 최대한의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물론 아무리 저위력 핵무기라 하더라도 자칫 전 세계적인 핵전쟁으로 번질 수 있다는 점에서 미국 내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적지 않다.
김대영 군사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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