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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얼 실리콘밸리] '배달앱 공룡'은 플랫폼 노동 문제를 해결할까

거대기업의 배달앱 M&A 경쟁, 언론·영화엔 플랫폼 노동 문제 화두

2020.01.06(Mon) 16:51:52

[비즈한국] 배달앱 ‘배달의민족’이 해외 자본 독일 딜리버리히어로(DH)에 인수됐습니다. 가격은 5조 원 가까이 됐습니다. 한국 배달앱 전체를 통합한 셈인데요. 덕분에 한국 배달앱 시장을 독점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대두됐습니다.

 

기업 인수·합병(M&A) 열풍은 한국만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아마존은 영국시장을 노리며 영국 배달앱 딜리버루에 5억 7500만 달러(6715억 원)를 투자했습니다. 딜리버리히어로의 대주주 내스퍼스와 네덜란드의 테이크어웨이는 배달앱 저스트이트를 인수하려 합니다. 저스트이트는 영국, 유럽의 시장에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습니다. 테이크어웨이는 동유럽에서 영향력을 가지고 있지요. 유럽, 미국 시장의 주도권을 다양한 업체들이 노리고 있는 셈입니다.

 

배달앱 ‘배달의민족’이 해외 자본 독일 딜리버리히어로(DH)에 인수됐다. 가격은 5조 원 가까이 됐다. 자료=배달의민족 페이스북

 

아시아 시장 또한 빠르게 통합 중입니다. 구글의 지주회사 알파벳 또한 인도네시아의 배달 서비스 고젝에 120억 달러를 투자했습니다. 동남아 최대 배달 업체인 그랩은 일본 소프트뱅크가 이끄는 비전펀드에 14억 6000만 달러(1조 7051억 원)를 투자받았지요. 비전펀드는 그 외에도 쿠팡이츠, 도어대시 등의 앱에도 투자했습니다. 앞서 소개한 내스퍼스는 중국 배달앱에도 공격적으로 투자하고 있습니다.

 

거대 기업이 앞다퉈 배달앱에 투자하는 이유는 뭘까요? ‘유망해서’일 겁니다. 음식 배달 서비스가 그만큼 시장성이 크다는 거겠지요. 배달 강국이던 한국은 물론이고, 테이크아웃, 드라이브 스루, 식당 중심이던 서구조차 음식 배달 서비스가 강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우려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습니다. 우선 소형 레스토랑의 위기입니다. 뉴욕 타임스는 ‘가상 식당의 등장’을 기사로 다루면서 이를 이야기했습니다. 배달 서비스가 커지면서 소형 레스토랑에서 음식을 먹는 일이 점점 사라진다는 거지요. 한국에서도 대두되고 있는 ‘자영업의 위기’가 미국에서도 와닿기 시작한 셈입니다.

 

플랫폼 노동, 특히 배달 서비스 노동에 문제를 고발한 영화도 나왔습니다. ‘미안해요 리키’가 그렇습니다. 이 영화의 감독 켄 로치는 이전 영화 ‘나, 다니엘 블레이크’로 황금종려상을 받은 전설적인 예술영화 감독입니다. 최근 상을 받은 ‘기생충’과 마찬가지로, 세계의 불합리한 불평등 문제를 다루었던 영화였습니다.​

 

영화 ‘미안해요 리키’ 메인 예고편.

 

‘미안해요 리키’도 비슷합니다. 다만 주제가 배달앱, 플랫폼 노동에 대한 것이지요. 택배회사와 계약을 맺고 배송 개인사업자가 된 주인공 리키는 가족을 살리려 애를 씁니다. 하지만 노력하면 노력할수록, 비정한 플랫폼의 ‘성과’에 맞추다 보니 건강도 잃고, 가족과의 관계도 소원해집니다. 부상을 입어도 플랫폼은 개인의 잘못으로 돌립니다. 켄 로치 감독은 노력해도 불행해지는 플랫폼 노동을 냉정하게 다뤘습니다.

 

저널리즘이든 예술이든, 플랫폼 노동의 문제를 다루는 데는 성공했습니다. 두 분야는 ‘고발’에 그 가치가 있지, 대안을 만들어야 하는 의무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이렇게 생각해볼 수 있겠지요. 플랫폼 노동에 미래, 대안은 없을까.

 

그 대답은 나오고 있습니다. 처음에 등장한, 배달의민족이 그렇습니다. 배달의민족은 초창기부터 ‘배달 로봇’을 만들어야 한다는 생각을 했다고 합니다.

 

배달의민족의 실내 배달로봇 ‘딜리타워’.

 

지난해 10월 실내 배달 로봇 ‘딜리 타워’를 본사 건물에서 실험했습니다. 음식을 로봇에 넣고 층수를 입력하면 딜리 타워가 대신 배달해주는 방식입니다. 이렇게 하면 배달부가 더 많은 배달을 소화할 수 있습니다.

 

12월에는 건국대와 합작으로 실외로봇을 실행에 옮겼습니다. 배달부 없이 직접 배달하는 로봇입니다. 교통법규 등을 자율적으로 지켜야하기 때문에 실내 로봇보다 훨씬 어려운데요. 실외 로봇은 25일 동안 총 2219건의 주문을 문제없이 소화했습니다.

 

배달의민족의 실외 배달로봇 라이프.

 

질 낮은 노동을 로봇으로 대체할 수 있다고 합니다. 얼핏 생각하면 인간의 존엄을 살려주는 방법 같기도 합니다. 또 생각해보면 배달이 업인 사람에게는 일자리가 사라진다는 뜻이기도 하지요.

 

예술이나 저널리즘은 본질적으로 과거를 보여줍니다. 그에 반해 혁신기업은 미래를 외치지요. 혁신기업의 배달 혁신에는 당장의 질 나쁜 노동, 장기적으로는 일자리의 ‘종말’이 보입니다. 배달 서비스 종사자는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요? 국가는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요?

 

세상의 문제는 개인이 대처할 수 있는 문제와 그럴 수 없는 문제로 나뉩니다. 기술의 발전을 통한 불평등은 후자에 속합니다. 개인이 아니라 사회가 해결해야 합니다. 해결법을 찾지 못하더라도, 문제를 제기해야 사회 구성원이 해답을 고민할 수 있을 겁니다. 그런 의미에서 뉴욕타임스의 기사와, 켄 로치 감독의 영화는 문제 제기를 했다는 점에서 가치가 있을 듯합니다. 해답을 제시하지 못했다 하더라도 말이죠. 혁신의 부작용에 대해 고민하게 하는 노동 현실, ‘배달 앱 노동 문제’였습니다.​ 

김은우 NHN에듀 콘텐츠 담당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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