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2020년 모빌리티 업계 최대 관심사 중 하나는 단연 ‘택시운송사업 전액관리제’다. 일찌감치 전액관리제를 시행 중인 카카오 모빌리티와 같은 플랫폼 사업자에 젊은 운전기사들이 몰리고 있는 가운데, 택시법인들이 사납금 제도를 포기하고 새로운 시대에 적응하지 못한다면 모빌리티 업계에서 결국 도태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액관리제는 운전기사들이 날마다 내야 하는 사납금(운송수입금)을 없애고, 월급제로 운전기사들을 관리하는 걸 골자로 한다. 사납금 때문에 장시간 운전해야 하는 택시기사들의 처우 개선을 목적으로 수년 전부터 꾸준히 논의된 제도였다. 3월 택시·카풀 사회적대타협기구에서 본격적으로 다뤄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지난 8월 이 제도를 명시한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서 2020년 1월 1일 시행이 확정됐다.
플랫폼 사업자들은 올해부터 이미 전액관리제를 내세워 운전기사를 모집해왔다. 타다를 운영하는 VCNC는 서비스 시작 1년 만에 운전기사를 9000여 명 가까이 끌어들였다. 카카오 모빌리티가 운영 중인 ‘카카오T블루’, ‘카카오T벤티’ 운전기사들도 모두 전액관리제로 급여를 관리받는다.
20~30대 예비 택시 운전기사들은 플랫폼 사업자로 몰리고 있다. 택시운전자격시험을 치른 A 씨는 “카카오T크루에 지원하려고 택시운전자격시험에 응시했다. 돈을 조금이라도 더 벌고 싶은 젊은이들에게 사납금은 부담될 수밖에 없다. 카카오가 월급제로 운영한다고 해 솔깃했다. 매출 초과 달성 시 인센티브도 있어 해볼 만할 것 같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중·장년층이 택시법인을 선호하는 것도 아니다. 50대 응시자 B 씨는 “국토교통부에서 개인택시 면허 양수 조건을 완화한다는 얘길 듣고 시험에 응시했다. 사납금이 존재하는 법인택시보다는 개인택시 면허를 매입해 일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실제로 서울시내 법인택시 가동률은 갈수록 떨어지고 있다. 서울시에 따르면 올해 법인택시 가동률은 10월 기준 49.4%로 2018년 51.4%에 비해 하락했다. 법인택시 운전기사 수 역시 2018년 3만 1251명에서 올해 10월 기준 3만 694명으로 하락해 3만 명 붕괴를 목전에 두고 있다.
그런데도 택시법인들은 사납금 제도를 포기할 생각이 없어 보인다. 오히려 일부 법인들은 전액관리라는 명목으로 운전기사들의 사납금을 3만~5만 원 높게 책정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됐다. 한 택시법인 소속 운전기사는 “법인들이 전액을 관리하겠다는 명목으로 운전기사들이 내야 할 사납금을 높여 임금 협상을 시도하고 있다. 실적에 따라 월급을 깎겠다는 법인도 있다. 무늬만 월급제일 뿐인 것”이라고 토로했다.
이에 택시법인 관계자는 “월급제로 운영하면 운전기사들을 제대로 관리할 수 없다. 걷어들이는 돈에 제한을 둬야 운전기사들이 근무시간에 노는 것을 막을 수 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한 모빌리티 업계 관계자는 “운전기사들의 근무 행태를 관리하는 건 사납금 제도 말고도 많다. 몇몇 법인들은 이미 GPS(위성항법시스템) 등으로 운전기사들을 관리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가만히 앉아 있으면 돈 들어오는 사납금 제도가 택시업계의 발전을 막고 있다”고 반박했다.
택시법인들이 의미만 바꿔 사납금제를 유지하려는 움직임이 언론을 통해 알려지자 국토교통부는 20일 택시법인에 ‘택시운송사업 전액관리제 지침’을 전달했다. 국토부는 이 지침에서 “기존 사납금 방식과 유사하거나 변형된 형태의 사납금 방식을 명칭이나 형태를 불문하고 불허한다. 실적에 따라 정액 급여를 삭감하는 경우도 인정하지 않는다”고 통보했다.
새해부터 실시되는 택시법인들의 전액관리제 시행 실태에 따라 모빌리티 업계의 판도가 달라질 것으로 보고 관련 업계는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국토부는 “시행 시기에 맞춰 지방자치단체와 합동 실태조사를 하고, 불법 사항에 대해서는 엄정하게 처분할 계획이다. 앞으로 전액관리제가 차질 없이 정착할 수 있도록 철저하게 준비할 것”이라고 밝혔다.
박찬웅 기자
rooney@bizhankook.com[핫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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