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EBS 인기 캐릭터 ‘펭수’ 상표에 이어 펭수의 유행어인 ‘펭하(펭수 하이)’와 ‘펭바(펭수 바이)’ 상표까지 제3자가 먼저 출원한 사실이 비즈한국 취재 결과 확인됐다. 특히 이 세 상표의 출원을 대리한 변리사가 동일인인 데다가 ‘펭하’, ‘펭바’ 상표출원인은 이 변리사의 친동생으로 드러나 논란이 예상된다. EBS는 12월 31일 현재까지 두 명칭에 대해서 상표를 출원하지 않았다. (관련기사 [단독] '펭수' 상표출원, EBS 늑장 부리는 새 선점당했다)
지난 11월 26일 서 아무개 씨는 ‘펭하’ 명칭으로 38류(인터넷방송업), 09류(애플리케이션), 16류(교재 등 문구류), 41류(프로그램 제작업), 28류(완구)에 대해 상표를 출원했으며 12월 13일에는 16류(고무지우개 등 문구류), 25류(의류)에 대해 출원했다.
서 씨는 또 같은 대리인(변리사)을 통해 12월 13일 ‘펭바’ 명칭으로도 16류와 25류에 대해 상표를 출원했다. ‘펭하’와 ‘펭바’ 명칭으로 서 씨에 의해 출원된 상표는 모두 심사대기 중이며 EBS는 두 명칭에 대해 상표를 출원하지 않았다(12월 31일 기준).
유튜브 채널 ‘자이언트 펭TV’에 자주 등장하는 ‘펭하’와 ‘펭바’는 펭수의 인기와 더불어 유행어로 자리잡았다. 하지만 특허청 심사관에게 관련 정보가 제공되지 않거나 출원공고 후 2개월 내 이의 신청이 들어오지 않으면 EBS와 무관한 제3자인 서 씨가 펭수의 대표 유행어 ‘펭하’, ‘펭바’의 상표권을 갖게 될 수 있다.
특허청 상표심사정책과 관계자는 “일반적인 인사말과 같은 유행어는 식별성을 고려해 등록이 안 될 수도 있다. 물론 펭수의 유명세를 고려할 개연성도 있지만, 개별 구체적 사안에 따라 판단하기 때문에 심사를 해봐야 알 수 있다”고 설명했다. EBS 관계자는 “변리사를 통해 대응할 예정”이라고 답했다.
문제는 ‘펭수’ 캐릭터의 유명세를 이용하려는 상표 브로커다. 이번 ‘펭하’, ‘펭바’ 상표출원을 대리한 서 아무개 변리사는 이미 ‘펭수’ 상표와 관련해 13건의 출원을 대리했다. 심지어 ‘펭하’, ‘펭바’ 상표는 모두 이 변리사의 친동생 이름으로 출원돼 있다. 이에 대해 서 변리사는 “펭하, 펭바 상표는 출원인이 익명으로 신청하길 원해서 내 친동생 이름으로, 즉 차명으로 출원했다. 유튜브 채널 구독자가 50만 명일 때, 펭수 굿즈가 나오기 전에 출원 절차를 밟았다. 상표 브로커가 직업인 사람이 있고, 직업은 아니지만 좋은 상표를 선점하려는 사람도 있다. 브로커는 ‘안 되면 말고 되면 좋은 일’이라는 생각으로 투자를 한다. 상표가 등록되면 EBS에 팔 수 있고 직접 굿즈 사업을 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상표 브로커를 대리한 변리사에게는 책임이 없을까. 특허청 대변인실 관계자는 “부정목적이 있는 상표를 대리하였다는 점만으로 해당 건을 대리한 대리인에게 변리사법 의무 위반이 있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단, 출원인이 상표 브로커인 것을 알면서 대리인이 고의적으로 이를 도왔다거나, 대리인이 상표 선점을 같이 계획하는 등의 구체적인 사정이 확인된다면, 변리사법 제8조의 2 품위유지 및 성실공정의무 위반의 소지가 있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대한변리사협회 측은 “현행법상으로 문제가 없지만 ‘변리사 윤리’ 측면에서는 문제가 될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고 전했다. 협회 관계자는 “변리사 제도는 산업 발전을 위해 존재하기 때문에 변리사에게 ‘특허청 상표출원 대리’라는 독점적인 권한도 주는 것이다. 이런 측면에서 상표 브로커는 국가 산업 발전에 이바지하기보다 저해하기 때문에 그들의 업무를 대리하는 일은 지양해야 한다. 특허청은 변리사법에 변리사자격심의위원회를 둬서 직업윤리에 반하거나 고객 비밀을 노출하는 등의 일에 처분을 내리고 있다. 다만 구체적인 사안별로 상표 브로커가 맞는지, 미리 알고 있었는지 등 세세하고 신중한 절차를 거친다”고 밝혔다.
현재 출원된 ‘펭하’, ‘펭바’ 상표권이 최종 등록된다면 출원인 서 씨는 펭수 소속사인 EBS의 상표적 사용에 대해 사용금지를 요청할 수 있다. 만약 ‘펭하’ 명칭으로 38류(인터넷방송업)에 대해 상표가 등록되면 EBS가 유튜브 채널 이름으로 ‘펭하’를 쓰고 싶어도 쓸 수 없는 상황이 생긴다.
한편 펭수가 등장하는 유튜브 채널 ‘자이언트 펭TV’ 구독자 수는 157만 명을 돌파했다(12월 31일 기준). 유튜브 채널의 인기에 힘입어 굿즈 사업도 성황리에 이어지고 있다. 동원참치와 같은 식품광고뿐 아니라 의류, 도서, 문구 등의 굿즈도 반응이 좋다. ‘펭하’, ‘눈치 챙겨’, ‘펭러뷰’ 등 유행어도 인기다.
최근 판매를 시작한 ‘펭수 2020 캘린더’에는 유행어 ‘펭하’를 응용한 ‘펭하신년’이라는 글자가 쓰여 있다. 펭수는 12월 31일 서울시장, 서울시교육감, 서울경찰청장, 종로구청장, 시민대표 12명이 참여하는 보신각 타종 행사에도 참석하는 등 한동안 유명세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김보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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