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음악과 디저트에는 공통점이 있다. 건조하고 반복적인 일상을 입가심하기에 적당하다는 것. ‘가토 드 뮤지끄(gâteau de musique)’는 우리에게 선물처럼 찾아온 뮤지션과 디저트를 매칭해 소개한다.
몇 년 전, 그냥 마들렌이 아니라 뭔가 특별한 마들렌이 먹고 싶다는 생각에 벼락같이 사로잡혀있던 어느 날, SNS에서 우연히 ‘마롱 글라쎄가 들어간 머스코바도 풍미 마들렌에 레몬과 럼으로 글라쎄’라는 치명적인 문구를 발견한다. 한 글자도 이해할 수 없었지만 내가 찾던 뭔가 특별한 마들렌임에 틀림 없었다.
마들렌 몽블랑 옆에 줄지어 서있는 케이크들이 눈에 들어왔다. 그동안 살면서 먹었던 케이크와는 많이 다른 생김새에 홀려 충동적으로 여러 개를 사버리고 말았다. 집에서 먹으며 감탄했다. 다음 날 또 갔다. 그 다음 날 또 갔다. 쁘띠가토를 처음 본 순간이고, 메종엠오(Maison M.O)에 처음 간 순간이었다. 정교하게 빚은 프랑스식 양과자에 눈을 뜬 순간이었다.
그런 메종엠오가 며칠 전에 문을 닫았다.
8분 21초에 나의 심정이 담겨있다.
김트리오 – 난 어떡해
난 어떡해 난 어떡해 가버리면 난 어떡해
김트리오는 트럼펫 연주자 ‘베니 김(김영순)’, ‘단장의 미아리고개’를 불렀던 가수 이해연의 세 자녀인 김파, 김단, 김선으로 구성된 밴드다. 1973년에 미국으로 이민을 간 이들은 미국의 디스코, 펑키 음악을 들고 79년에 귀국했다. 삼미 슈퍼스타즈부터 SK와이번즈로 이어지는 인천 야구팬들의 응원곡으로 유명한 ‘연안부두’가 바로 김트리오의 노래다.
‘난 어떡해’는 한국 대중음악을 사랑하는 보석 같은 DJ, 타이거디스코가 종종 LP로 틀어주는 노래다. 같은 앨범에 수록된 ‘똑딱똑딱’에선 김트리오의 빼어난 연주실력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다.
이 한 곡으로는 마음이 달래지지 않는다.
베이비복스 – 나 어떡해
메종엠오의 마지막 크리스마스 케이크를 주문했다. 메종엠오의 크리스마스 케이크는 매년 그 형태를 달리했는데 이번엔 ‘파리 브레스트’였다. 바퀴 모양의 파리 브레스트에 녹색과 빨간색을 더해 크리스마스 리스 모양으로 엮어냈다.
새로운 시도와 감각으로 돋보이던 기존의 메종엠오 가토들과는 다르게 크리스마스 케이크는 프랑스 양과자에 대해 잘 알든 모르든 상관없이 누구나 즐길 수 있게 만들어진다. 입맛이 각기 다른 여럿이 모이는 크리스마스를 배려하듯이.
두껍게 올린 피스타치오 크림은 고소하고 부드럽다. 하단에 숨어있는 새콤한 딸기크림, 딸기, 씹히는 느낌이 좋은 슈가 조화를 이룬다. 풍성하게 담긴 크림의 존재감이 부담스러울까 크림 가운데 슈가 한 줄 더 숨어있다. 경쾌하고 즐거운 것이 영락없는 크리스마스 파티다. 맛에 대한 칭찬이 거듭될수록 아쉬움은 더해진다. 이런 케이크를 더 이상 만날 수 없다.
NRG – 나 어떡해
나 어떻게 해 구해 줘 빨리
메종엠오는 몇 달 뒤 다시 돌아온다고 한다.
필자 이덕은? 무역학과를 졸업하고 두 번의 창업, 자동차 영업을 거쳐 대본을 쓰며 공연을 만들다 지금은 케이크를 먹고 공연을 보고 춤을 추는 일관된 커리어를 유지하는 중. 뭐 하는 분이냐는 질문에 10년째 답을 못하고 있다.
이덕 작가
writer@bizhankook.com[핫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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