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우리는 경쟁과 전략을 이야기할 때 거대 기업의, 이름만 들어도 멋진 경영 전략을 떠올리지만 가장 치열한 경쟁의 장은 골목과 지역 상권에서 벌어진다. 골목에서 벌어지는 경쟁이 그토록 치열한 것은 대부분 영세하고, 브랜드가 없고, 그 수가 너무 많아서다. 그래서 그 모양새를 보자면 개개인이 벌이는 난전에 가깝다.
이 난전에서 승리하기 위해선 무엇을 해야 할까?
우선 얕보지 말아야 한다. 수많은 사람들이 자영업과 골목의 전쟁을 가볍게 여기고 진입하곤 한다. 하지만 시장은 우리 예측대로 흘러가지 않는다. 우리가 예측했던 그 쉬워 보이는 수익은 실제로는 거둘 수 없다.
자기 능력을 자가 평가할 때 발생하는 인지적 편향을 설명한 ‘더닝-크루거 효과’가 있다. 무능력한 사람은 자기 자신을 과대평가하고, 유능한 사람은 자신을 과소평가하는 경향성을 말한다. 어떤 사항에 대해서 제대로 알지 못할수록 과신하기 쉽다. 만약 자영업과 특정 지역의 상권이 돈 벌기에 만만하게 보인다면, 자신이 정말 아는 게 무엇인지부터 우선 체크해보라.
두 번째로 시장의 변화를 잘 관찰하고 받아들여야 한다. 타인에게 관심 없는 것이 인간의 본성이긴 하나, 골목의 전쟁에서 몸담고 있다면 절대로 그렇게 해서는 안 된다. 소비자들이 무엇을 좋아하고 다른 경쟁자들이 어떻게 하는지를 늘 살펴보고 고민해야 한다.
소비자들은 매우 변덕스럽고 까다롭고 빠르게 변하는 존재들이다. 소비자의 요구를 제대로 따라가지 못한다면 외면 받게 될 수밖에 없다. 그렇기에 다른 경쟁자들과 소비자들의 상황을 늘 예의주시하고 교류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소비자들이 변덕스러운 존재라는 것을 고려하면 나의 아이템과 방향성이 변화에 적합한지 또한 판별할 수 있다. 변화를 주기 어려운 아이템과 종목일수록 변화에 매우 취약하다는 것을 명심하자.
세 번째로 경쟁에 대한 잘못된 환상에서 벗어나야 한다. 언제부턴가 대형 자본이 마치 불공정한 경쟁인 것처럼 이야기하곤 한다. 이것은 엄연한 착각이다. 누군가 자본에서 우위를 차지하고 진입을 한다면, 우리는 자본이 아닌 다른 분야에서 우위를 가지고 있어야 한다. 더군다나 상대방이 남들보다 많은 자본을 가지고 진입했다면 그만큼 잃을 것도 많은 상황이다. 이런 양면성을 고려하지 않고 그저 더 많은 자본으로 우위를 차지하는 게 불공정하다 여긴다면 그것은 그냥 나보다 경쟁력 있는 사람은 다 불공정하다는 이야기나 다름없다. 우위를 차지해도 경쟁에서 이기는 것은 언제나 불확실하기에 우리는 경쟁에서의 우위를 비판해서는 안 된다.
‘상생’의 개념 또한 마찬가지다. 상생이 가능하기 위해서는 경쟁력 자체가 필수적이다. 경쟁력 없는 것이 보호 받는 것은 상생이 아니다. 각자가 각자의 방식으로 소비자들에게 선택되기 위해 존재의 가치를 증명할 필요가 있다. 그렇게 각각의 경쟁력을 갖춘 경쟁자들이 어우러지는 것이 상생이다.
이처럼 자영업, 그리고 골목에서 벌어지는 전쟁은 치열함 그 자체다. 사실 자영업이란 것도 엄연히 소기업이니 당연하다면 당연한 일이다. 애초에 기업을 꾸리고 경영하는 것이 만만할 리가 있겠는가.
특히나 이 시장은 현재 전문가의 시장으로 변화하는 와중이다. 대량생산 제품의 품질이 이제 기존의 골목 상권 상품에 버금가는 수준이 되었고, 다양성을 원하는 소비자들의 등장으로 대량생산 제품과는 다른 특색을 갖춘 곳들이 새로운 시장을 형성해 나가고 있다. 그렇기에 자영업은 더 이상 일자리의 도피처로서 기능할 수가 없다. 아무런 경험도 없고 구체적인 생각을 해보지 않은 사람들이 함부로 진입해선 안 된다. 경험도 전문지식도 없이 창업이 가능했던 과거가 이상한 상황이지, 현재가 이상하거나 나쁜 상황이 아닌 것이다.
일자리의 질로 따지자면 사업가는 결코 좋은 일자리라 할 수 없다. 남들보다 오래 일해야 하고, 남들보다 더 많은 고민을 해야 하고, 엄청난 변동성과 불확실성을 감수해야 한다. 우리나라는 과거부터 자영업자들이 많았는데, 이 말은 그만큼 질 나쁜 일자리가 많다는 이야기이며 사업을 하지 말아야 할 사람들이 너무 많이 사업을 하고 있단 의미기도 하다. 사업가적 능력과 성공에 대한 보상이 일반적인 임금노동자보다 많은 소득임을 감안하면 지금의 상황은 여전히 문제가 있다.
그래서 골목의 전쟁은 현재 그 어느 때보다도 중요하다. 골목의 소기업에서 시작하여 중기업으로 발전해나가고 브랜드로 발전하는 곳들이 많이 늘어나야 한다. 이렇게 탄생한 일자리가 자영업이 차지하고 있던 부분을 흡수해나가는 것이 모두에게 바람직한 일이다. 골목이 더 이상 폐업과 슬픔이 가득한 공간이 아니라 브랜드와 새로운 기업의 탄생지로 사람들에게 기억되길 바란다.
필자 김영준은 건국대학교 국제무역학과를 졸업 후 기업은행을 다니다 퇴직했다. 2007년부터 네이버 블로그에서 ‘김바비’란 필명으로 경제 블로그를 운영하며 경제와 소비시장, 상권에 대한 통찰력으로 인기를 모았다. 자영업과 골목 상권을 주제로 미래에셋은퇴연구소 등에 외부 기고와 강연을 하고 있으며 저서로 ‘골목의 전쟁’이 있다.
김영준
‘골목의 전쟁’ 저자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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