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문재인 대통령은 19일 확대경제장관회의에서 확정한 ‘2020년 경제정책방향’에서 내년도 경제성장률을 올해보다 높은 2.4%로 제시했다. 정부가 발표하는 성장률 전망은 전망치가 아니라 그해 이루려는 목표를 의미한다. 정부의 정책 의지가 담긴 수치다. 그렇기 때문에 정부의 경제 성적은 정부가 내세운 성장률 전망을 얼마나 달성했느냐로 평가된다.
문재인 정부는 자칫하면 취임 후 반년만 책임졌던 2017년을 제외하고는 단 한 번도 내세웠던 전망치를 달성하지 못한 정부로 기록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과도한 성장률을 제시하며 성장에만 무게를 둬 빈부격차를 초래했다고 문재인 정부가 비난해온 이명박·박근혜 정부만큼이나 좋지 않은 성적표다.
또한 진보정권이던 노무현 정부가 임기 5년 중 3차례나 제시한 전망치를 넘어서는 성장률을 기록했던 점과는 극명하게 대비되는 것이다. 문재인 정부는 올해에 이어 내년에도 잠재성장률에 미치지 못하는 성장률을 제시했음에도 달성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2003년부터 2020년까지 노무현·이명박·박근혜·문재인 정부가 ‘경제정책방향’에서 제시했던 성장률 전망치와 실제 달성했던 성장률을 비교해보면 노무현 정부를 제외하면 나머지 정부는 낙제점에 가깝다. 노무현 정부는 취임 1년 차인 2003년과 2004년에는 성장률을 모두 ‘5%대’로 제시했다.
2003년에는 성장률이 3.1%에 그치며 전망치 달성에 실패했지만 2004년에는 5.2%로 성공을 거뒀다. 2005년에는 ‘5% 수준’으로 낮췄지만 성장률이 이에 못 미치는 4.3%에 머물렀다. 그러나 각각 ‘5% 내외’와 ‘4.5% 내외’를 제시했던 2006년과 2007년에 성장률이 전망치를 훨씬 웃도는 5.3%와 5.8%를 기록했다.
고성장 엔진이 식은 상황에서 ‘747(7% 성장·국민소득 4만 달러·세계 7위 경제 강국)’ 공약을 내세웠던 이명박 정부는 전망치 달성 자체가 어려웠다. 이명박 정부는 2008년 성장률 전망치를 공약보다는 낮은 ‘6% 내외’를 내세웠다가 금융위기 여파에 2009년에는 ‘3% 내외’로 낮췄다.
하지만 2008년 성장률은 3.0%에 그친 데 이어 2009년에는 0.8%까지 추락했다. 2010년과 2011년에 모두 ‘5% 내외’로 제시했지만 기저효과를 본 2010년 6.8%를 기록했을 뿐 2011년에는 다시 3.7%로 떨어졌다. 임기 마지막 해인 2012년에 3.7%로 전망치를 대폭 낮췄지만 성장률은 이에 크게 못 미치는 2.4%에 그쳤다.
역시 성장을 앞세운 박근혜 정부도 전망치 달성은 쉽지 않은 일이었다. 박근혜 정부는 임기 첫해인 2013년에 한국은행 전망치(3.2%)보다 이례적으로 낮은 3.0%를 제시한 때(2013년 성장률 3.2%)를 제외하고는 전망치가 성장률에 못 미쳤다. 2014년과 2015년에 전망치를 과감하게 각각 3.9%와 3.8%로 올렸지만 성장률은 각각 3.2%와 2.8%에 머물렀다. 2016년에 전망치를 3.1%로 끌어내렸지만 성장률은 이보다 낮은 2.9%에 그쳤다.
박근혜 정부와 문재인 정부가 절반씩 책임졌던 2017년의 경우 성장률은 양측 전망치보다 높았다. 박근혜 정부는 탄핵 국면에 따른 혼란에 2017년 전망치를 2.6%로 낮춰서 내놓았고, 2017년 5월 출범한 문재인 정부는 그해 7월 ‘새정부 경제정책방향: 경제패러다임의 전환’을 통해 성장률 전망치를 3.0%로 높였다. 2017년 성장률은 두 정부 전망치보다 높은 3.2%를 기록했는데 이는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과 문재인 대통령 당선으로 정치적 불확실성이 해소되면서 경제에 숨통이 트인 덕분이다.
그런데 문재인 정부는 온전히 한 해를 책임지게 된 해부터 전망치와 성장률의 격차가 벌어지는 등 성적이 나빠지는 추세다. 문재인 정부는 2018년 성장률로 3.0%를 제시했는데 실제 성장률은 이보다 0.3%포인트 낮은 2.7%에 그쳤다. 문재인 정부는 올해와 내년 성장률을 잠재성장률(2.7~2.8%·한은 추정치)보다 낮췄지만 이마저도 달성이 쉽지 않다.
문재인 정부는 올해 성장률을 2.6~2.7%로 잡았는데 실제 성장률은 2.0%(한국은행 전망치)에 머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내년 성장률은 2.4%로 낮췄지만 국내외 전문기관들은 1%대 저성장을 제시하고 있어 ‘나홀로 장밋빛 전망’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 산하 한국경제연구원은 내년 성장률을 1.9%, LG경제연구원은 1.8%로 내다보고 있다. IHS 마킷 이코노믹스는 1.7%, 뱅크오브아메리카 메릴린치는 1.8%, 소시에테제네랄과 UBS는 1.9%를 제시했다.
이승현 저널리스트
writer@bizhankook.com[핫클릭]
·
인보사 사태 겪고도 '바이오주'는 여전히 코스닥 아이돌
·
삼다수 노사 단체협약 최종 결렬 '총파업 돌입'
·
보람튜브·보겸TV·서은이야기, '상표 브로커'에게 당했다?
·
[리얼 실리콘밸리] '인공지능'이 아니라 '집단지성 착취'다
·
'꿈은 이루어진다?' 메리츠금융 서울역 부근 부동산 사들이는 이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