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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덕텔링] '글로벌 호크' 한국군이 받은 최고의 크리스마스 선물

한국군 체질 바꿀 최고의 정찰자산…각종 논란 잠재우고 성능 100% 활용할 지혜 모아야

2019.12.26(Thu) 14:41:03

[비즈한국] 지난 12월 23일 새벽, 머나먼 태평양을 홀로 건너온 암회색의 비행기가 사천에 도착했다. 우리 군이 그토록 원하던 최고의 전략적 정찰 자산 ‘RQ-4 글로벌 호크(Global Hawk)’가 그것이다. 글로벌호크의 도입은 대한민국 군에게 가장 필요한 정보, 감시, 정찰(ISR) 능력이 한 단계 업그레이드됐음을 의미한다.

 

한국군의 글로벌호크 도입 시도는 그 역사가 오래됐다. 2003년 고고도 무인정찰기의 소요가 처음 제기된 뒤, 미국과의 기나긴 구매 요청과 거절 공방 끝에 2012년 12월 구매 허가가 났다. 이후 2014년 3월에 도입을 확정하고도 우리 영공에 우리 소유의 글로벌 호크가 들여오기까지 5년이 훌쩍 넘는 시간이 필요했다. 계약 이후 보안 문제 해결 등 예상치 못한 문제가 산적하여 수정에 시간이 걸린 탓이다.

 

글로벌 호크 무인기 모형. 사진=김민석 제공

 

글로벌 호크의 도입 지연 원인에는 몇 가지가 더 있다. 불과 몇 년 사이에 가격이 30%가량 상승하고 비용 대비 효과에 대한 논쟁이 있었으며, 무엇보다 미군과의 공동운영을 전제로 한 특수한 운용방식이 많은 비판과 논란을 받았다.

 

또한 글로벌 호크의 탐지 장비 중 하나인 신호정보 수집장비(SIGNT)를 장착할 것인가, 말 것인가를 두고 기나긴 협상과 논쟁 끝에 일단 한국군에 인도되고 난 뒤 재협상을 하는 방향으로 정리됐다. 운용방식과 글로벌 호크로 얻은 정보를 미국과 공유하는 방식에 대해서도 논란이 적지 않았다.

 

이런 수많은 논란과 문제 제기에도 불구하고, 글로벌 호크의 도입은 수십 년간 바꾸지 못한 한국군의 체질을 크게 바꿀 수 있는 하나의 대사건이다. 한국군의 고질적 문제인 정보자산 부족을 크게 만회할 수 있을 만큼 우수한 장비이기 때문이다.

 

우리 군은 현재 인간정보가 아닌 장비를 사용한 정보자산으로 지상의 도·감청 시설과 전자전 장비, 바다의 잠수함과 초계기의 전자전 장비 및 감시, 그리고 백두·금강으로 불리는 유인 정찰기와 몇 가지 무인정찰기, 마지막으로 민군겸용 과학위성들을 두고 있다. 이들 장비들은 모두 장비의 특성에 따른 한계가 분명하지만, 글로벌 호크는 그야말로 인공위성과 비행기의 장점만 섞은 우수한 정찰자산이다.

 

우선 글로벌 호크는 ISS(Integrated Sensor Suite)라는 이름을 가진 시스템이 여러 가지 탐지장비를 통합하여 운용하는데, 여기에는 전자광학 적외선(EO-IR) 장비와 영상 레이더(SAR)가 탑재되어 고정된 진지나 건물은 물론 이동표적까지 추적할 수 있다.

 

물론 이런 장비들은 우리 공군이 이미 운용 중인 정찰기와 무인비행기, 그리고 인공위성에도 탑재되어 있다. 하지만 인공위성은 지구 궤도를 따라서 돌기 때문에 정해진 시간에만 특정 지역의 정보를 얻을 수 있고, 정찰기와 무인비행기는 체공시간이 짧고 고도가 낮아 해상도가 낮고 장시간 감시가 불리한 단점이 있다.

 

대한항공의 KUS-FC 스텔스 정찰 무인기. 사진=김민석 제공

 

반면 글로벌 호크는 5만~6만 피트에 달하는 높은 고도에서 수십 시간 이상 연속으로 작전이 가능해, 인공위성처럼 오랜 시간 감시가 가능하면서 정찰기보다 더 넓은 지역을 감시할 수 있다. 이 밖에 영상 레이더나 적외선 장비의 화질과 해상도도 크게 뛰어난 편이다.

 

따라서 글로벌 호크는 한국군이 수십 년 동안 끈질기게 추진한 대북 감시전력의 화룡점정(畵龍點睛)이다. 북한 전 지역에 대한 실시간 이동표적 추적 능력은 특히 북한이 자랑하는 탄도탄과 이동식 발사대(TEL)의 위치를 실시간으로 빠짐없이 챙겨 볼 수 있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결코 작지 않다.

 

다만 글로벌 호크의 도입이 원래 계획보다 많이 늦어졌고, 관련 인프라가 아직 부족한 점들은 아직 우리가 앞으로 풀어야 할 숙제라고 할 수 있다. 먼저 글로벌 호크에서 빠진 신호정보 수집기능을 어떻게 보완할 것인지 고민해봐야 한다. 해외 도입방안, 국내 개발 방안, 국제 공동개발 방안이 모두 고려되었으나 허가나 비용 문제로 여의치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글로벌 호크에 신호정보 수집 장비의 장착이 여의치 않을 경우, 글로벌 호크보다는 약간 작지만 개발이 완료되어가는 국산 중고도 무인기(MUAV)에 국산 신호정보장비를 장착하여 추가 생산하는 것도 고려해볼 만하다.

 

국산 중고도 무인기 MUAV. 사진=김민석 제공

 

영상정보처리체계의 부족도 조속히 해결해야 한다. 미 공군은 영상정보처리체계를 사용해서 글로벌 호크가 찍은 레이더와 화상 영상을 자동으로 빠르게 처리할 수 있는 반면, 아직 한국 공군이 이것을 운용하려면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다소 아깝지만 우리 공군의 글로벌 호크가 찍은 영상을 미군에게 공유하는 대신, 빠르게 정찰 정보를 처리하는 방안도 심각하게 고려해야 한다.

 

다만 글로벌 호크는 정교하게 짜여진 적의 대공 방어 시스템에 대응하는 것이 어렵기 때문에, 적 위협하에서 작전을 하는 개념보다는 전쟁이 나기 전 평시에 적의 공격과 침공의도를 파악하기 위한 시스템으로 이해해야 한다. 때문에 이번에 들여온 글로벌 호크는 한국군에게 북한의 도발을 억제할 수 있는 강력한 크리스마스 선물이자, 극복해야 할 또 다른 도전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 군이 글로벌 호크의 강력한 성능을 100% 활용하고, 향후 차세대 스텔스 무인기와 드론, 무인 잠수정 등의 새로운 적 점령지역 침투형 정찰수단을 확보해야 하는 것이 우리 군에게 주어진 숙제인 셈이다.​ 

 

※외부필자의 칼럼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김민석 한국국방안보포럼 연구위원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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