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과거에 잘나가던 상권이 갑자기 침체를 겪는 것을 보면 그만큼 경기가 안 좋아져 내수가 침체되었다고 생각을 한다. 자영업 사업주들 역시 작년보다 올해의 매출이 좋지 않으면 경기가 침체되어 있고 내수가 부진하다고들 생각한다. 이런 식의 결론 도출은 언론에서도 종종 하는 일이다. 하지만 자영업을 통해 실물 경기를 판단하는 일은 우리가 매우 손쉽게 저지르는 실수다.
우리가 쉽게 이야기하는 경기와 내수란 단어는 국지적이 아니라 국가적 규모를 뜻하는, 매우 평균적인 개념이다. 잘되는 곳과 못 되는 곳을 다 합쳐서 평균적으로 이야기한다. 따라서 경기와 내수가 침체되었다는 표현을 쓰려면 전반적인 침체를 이야기해야지, 특정 지역에 한정하거나 특정 분야에 한정된 이야기를 해선 안 된다.
그런데 특정 지역과 특정 분야에 한정된 대표적인 분야가 바로 자영업이다. 자영업이라고 할 때 먼저 떠올리는 것은 바로 우리가 자주 접하는 식당들이다. 하지만 전체 자영업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업종은 25%의 도소매업이며 숙박 및 음식업은 15%가 좀 넘는 수준으로 3위를 차지한다. 그 뒤를 잇는 것이 운수업으로 약 11%다.
따라서 어디 음식점이 장사가 되고 안 되고를 가지고 경기와 내수를 평가하는 것은 요식업의 비중이 자영업에서도 일부에 불과하다는 점에서 좋은 진단이 될 수 없다. 물론 지역 상권은 요식업과 도소매업을 중심으로 구성되지만, 도소매업 자영업의 침체는 경기 부진이나 내수 침체 때문이 아니라 이커머스와 배송 때문임을 이 칼럼에서 계속 이야기해왔으니 이 또한 부적절한 분석이다.
어떤 분야나 지역이 갑자기 부진한 것은 기술과 환경이 급격하게 변해서인 경우도 있다. 이커머스가 도소매 유통에 미친 변화가 대표적이다. 기술과 환경의 변화로 사람들이 집에서 인터넷을 통해 상품을 주문할 수 있게 되었고, 이로 인해 특정 지역의 매장에 사람들이 덜 가고 덜 사게 되었다. 그런 매장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시각에선 전년도에 비해 매출이 덜 나오고 가면 갈수록 손님이 줄어드니 경기가 나쁘거나 내수가 부진하다고 생각하겠지만 그렇지 않다는 이야기다.
상권을 통해 경기를 분석하려는 시도 또한 마찬가지다. 지역은 그대로지만 그 지역을 찾는 소비자들은 계속 변한다. 상권의 변화는 소비자의 변화이기도 하다. 소비자가 바뀌는데 그 상권이 그대로 있을 순 없는 노릇이다.
더군다나 소비자는 유한하며 소비자의 시간은 더더욱 유한하다. 과거에는 이 유한한 소비자들이 찾는 상권이 매우 제한적이었지만 지금은 그 선택의 폭이 너무나도 다양하다. 심지어 이제는 지방 관광 도시위 상권들도 다양한 방식으로 대도시 소비자들을 유혹한다. 사람들이 무조건 몰리는 상권이란 이제 없다. 소비자의 선택에 달려 있는 것이다.
그렇기에 자영업의 부진과 흥행에 대해서는 내수와 경기 같은 거시적인 개념으로 설명해서는 안 된다. 자영업에 실질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것은 더 미시적이고 직접적인 트렌드의 변화다. 자영업 시장에 등장했다 사라진 수많은 상품들도 본질적으론 트렌드에 따라 등장하고 사라진 것이다. 우리가 마치 실물화된 내수시장처럼 여기는 시장과 마트 등도 소비자의 소비 트렌드가 변했기에 부침을 겪는 것이다. 변화는 우리의 생각보다 더 직접적이다.
필자 김영준은 건국대학교 국제무역학과를 졸업 후 기업은행을 다니다 퇴직했다. 2007년부터 네이버 블로그에서 ‘김바비’란 필명으로 경제 블로그를 운영하며 경제와 소비시장, 상권에 대한 통찰력으로 인기를 모았다. 자영업과 골목 상권을 주제로 미래에셋은퇴연구소 등에 외부 기고와 강연을 하고 있으며 저서로 ‘골목의 전쟁’이 있다.
김영준 ‘골목의 전쟁’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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