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실버타운 허위분양 피해자에게 패소금을 갚지 못해 최근 파산 신청을 당한 A 학원이 2015년 차명계좌를 운용한 것으로 비즈한국 취재 결과 뒤늦게 드러났다. 검찰은 내부직원 고발에 따라 수사에 착수해 이 같은 사실을 확인했지만, 탈세나 강제집행 면탈 등의 증거가 불충분해 혐의가 없다고 보고 불기소 결정을 내렸다. A 학원은 A 대학교와 A 전문대학을 경영하는 학교법인이다.
내부 직원이 기자에게 공익제보 한 검찰의 불기소결정서에 따르면 당시 이 학원 사무국장 B 씨는 2015년 12월부터 이듬해 4월까지 본인 명의의 하나은행 계좌 3개에 A(학원과 동일 명칭) 병원 매각대금 15억 원 등 학원 자금 24억 6440억 원을 총 6차례에 입금 받아 A 학원 운영 자금으로 사용했다.
비즈한국이 입수한 A 학원 내부결재 문서에 따르면, 차명계좌가 개설된 2015년 5월 이 학원의 세입징수자 및 지출명령자이던 C 이사장은 권한을 B 씨에게 위임하고, 계좌 3개를 개설하는 내용의 ‘법인 신규 계좌 개설’ 문서에 서명했다.
2017년 한 내부 직원은 B 전 사무국장이 개인명의 차명계좌를 만들어 A 학원의 수익용 재산을 은닉, △세금 포탈(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강제집행 면탈 등 자의적으로 법인 재정업무를 처리했다며 검찰에 고발했다. B 전 사무국장은 △금융실명거래 및 비밀보장에 관한 법률과 △전자금융거래법 △전자서명법을 위반한 혐의도 함께 받았다.
검찰은 B 전 사무국장의 차명계좌 관련 다섯 개 혐의에 대해 2017년 11월 증거불충분으로 불기소 결정했다. B 전 사무국장이 차명계좌로 A 학원의 기부금이나 수익용 재산 등을 이체해 관리한 것은 맞지만 조세포탈 의도를 인정하기 어렵다고 봤다. △당시 B 씨가 본인 명의 계좌를 이용해 세무당국이 귀속자를 쉽게 파악할 수 있는 점, △차명계좌를 통해 원천징수세액이나 토지세, 재산세 등 세금을 납부하고 있던 점 때문이다.
강제집행 면탈에 대해서도 A 학원의 채권자가 2015년 5월 A 학원 소유 예금 채권에 대해 채권압류 및 추심명령을 받은 것은 사실이지만, 차명계좌에 입금된 A 학원 자금이 학원 운영을 위해 사용됐고 앞선 채권자에게 채무를 변제한 점을 미뤄 강제집행을 피할(면탈) 목적이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B 전 사무국장은 검찰 수사에서 “당시 A 학원 명의의 예금계좌가 채권자에게 모두 압류된 상태였다. 산하 유치원,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 대학교 모두 A 학원을 통해 수입·지출이 이뤄져야 하기 때문에 이 같은 방법이 아니면 학교 운영을 위해 급한 지출마저 이뤄질 수 없었다”며 “A 학원의 전체 수익용 재산이 채무액보다 훨씬 많기 때문에 강제집행 면탈 목적도 없었고, 실제 순차적으로 채권자의 채무를 변제하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B 전 사무국장은 비즈한국과의 통화에서 “사학기관 재무·회계 규칙에 따라 내부결재를 통해 세입징수자 및 지출명령자로 지정돼 업무를 위임받았다. 명의를 빌려줬을 뿐 지출 실무에는 직접 관여한 바 없고 해당 계좌로 운용된 자금은 원리원칙대로 회계 처리됐다. 공무원 재직 당시 회계 업무를 많이 본 사람으로서 문제가 없다고 판단해 책임지려고 한 것이다. 10원이라도 잘못 처리를 했으면 검찰 수사과정에서 밝혀졌을 것”이라고 해명했다.
차명계좌 운용은 A 학원 내부징계로 일단락됐다. 취재 결과 “B 전 사무국장은 객관적인 입장에서 업무용으로 인식될 수 있도록 ‘학교법인 A 학원 지출자 B’ 명의로 계좌를 개설하지 아니하고 별도 첨부 서류에 업무용으로 처리함으로써 타인으로 하여금 오해 또는 의혹을 가져올 수 있도록 업무를 처리해 누를 끼친 사실이 인정된다”는 이유로 당시 A 학원에서 이사장 경고 처분을 받았다. C 전 이사장은 “위임계좌 개설 관리감독 소홀”이 인정됐지만 퇴직한 이후라 징계되지 않았다.
A 학원 측은 이에 대해 “당시 사건 관련자는 모두 검찰 조사 등을 받고, (법인에서) 징계처분을 받았다. 현재는 모두 사임한 상태”라며 “결론이 난 사안이고 지간이 한참 지났기 때문에 징계처분 내용이나 더 이상 구체적인 사안을 말씀드릴 순 없다. 이제 언론에서 학교법인을 그만 흔들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사립학교법상으로는 문제가 없을까. 사립학교법상 학교법인은 기본재산에 변동이 생길 경우 관할청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그러나 A 학원은 당시 병원 매각 대금 등과 관련해 교육부의 허가를 받지 않았다.
이에 대해 교육부 사립대학정책과 관계자는 “A 병원은 (매각 당시) 학교법인 A 학원이 아닌 의료법인 A 의료재단의 부동산으로 매각 시 교육부의 허가를 받아야 할 사항이 아니다. 다만 이미 학교와 상관없는 법인의 매각자금을 왜 학교법인이 썼는지는 잘 모르겠다. 학교법인의 기본재산을 처분할 때는 허가를 받아야 하지만 A 학원이 그(차명계좌) 자금 수익용 기본재산으로 가지고 있었는지, 보통재산으로 가지고 있었는지는 확인되지 않는다”고 전했다.
교육부는 검찰 수사 이후인 2018년 9월 A 학원 및 A 대학교 회계 감사를 벌였지만 이 같은 문제를 확인하지 못했다. 교육부 사학감사담당관실 관계자는 “법인회계와 교비회계 관련 사항에 감사를 벌였지만 해당 내용과 관련해서는 지적한 바 없다”고 밝혔다.
한편 A 학원은 올해만 두 차례 파산 신청을 당할 정도로 재정건전성이 악화됐다. 2004년 대학교 캠퍼스 내 실버타운 분양광고를 내면서 곧 지을 골프장을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고 홍보했지만 인허가 문제로 골프장은 들어서지 못했다. 이에 수분양자 33명은 2009년 주택분양 대금을 돌려달라며 A 학원을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냈다. 2013년 법원은 A 학원이 입주자들에게 192억 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A 학원이 이를 갚지 않자 지난해 12월과 올 12월 각각 다른 피해자가 A 학원에 대한 파산신청서를 제출했다.
한 조세 전문 변호사는 “불기소결정서상 검찰의 판단은 무리가 없어 보인다. 검찰이 당시 따졌겠지만 채권자의 전체 채권규모보다 A 학원의 수익성재산 규모가 작을 경우 의도적인 강제집행 면탈로 볼 수 있다. A 학원 채권자에게는 아쉬운 이야기지만 도덕적으로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과 위법한 부분은 다른 차원”이라고 해석했다.
차형조 기자
cha6919@bizhankook.com[핫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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