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장면 1 서울시 송파구에 위치한 이탈리안 레스토랑 ‘메리고키친’에서는 음식을 싣고 테이블 사이를 달리는 서빙로봇을 볼 수 있다. 배달의민족이 개발한 이 서빙로봇은 4단 선반에 바퀴가 달린 형태로, 조리된 음식을 직원이 로봇 위에 올려놓고 테이블 번호를 입력하면 음식을 전달한다. 스스로 위치와 장애물을 인식해 이동하지만, 음식을 싣고 내리거나 주문을 받는 건 여전히 사람의 몫이다.
장면 2 최근 KT는 객실로 물건을 옮겨주는 어메니티 로봇을 선보였다. 노보텔 앰배서더 동대문에서 시범 운영 중인 어메니티 로봇은 100여 객실 위치를 파악하고 직접 엘리베이터를 잡아타 층간을 이동해 호텔용품을 운반한다. 하지만 손님과 로봇의 충돌 등을 대비해 자정 이후부터 오전 6시까지 제한적으로 운영한다.
곳곳에서 자율주행형 배달 로봇 실험이 진행 중이다. 물건을 옮기는 이송 로봇은 실내·실외용, 서빙용, 창고용과 같이 다양한 기능만큼 배달 로봇, 배송 로봇, 물류 로봇 등 여러 이름으로 불린다.
11월 25일 ‘우아한형제들’은 건국대학교 서울캠퍼스에서 5대의 자율주행 배달 로봇을 배치하고 ‘캠퍼스 로봇 배달’을 시범 운영한다고 발표했다. 서비스를 이용한 건국대 재학생 A 씨는 “교내에 배달용 정류장이 있어서 QR 코드를 찍고 주문하면 된다. 시범 운영이라 그런지 로봇 뒤에 업체 담당자로 보이는 사람이 함께 왔다. 스스로 장애물을 피하고 도착 후 문자까지 보내주지만 아직 완전하지는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우아한형제들 측은 “궁극적인 목표는 가게의 운영 효율성을 높이는 것”이라고 밝혔지만, 아직 이용자의 주목을 끄는 ‘신기한 운송 로봇’ 이상의 기능을 하진 못한다. 로봇 제조업체 관계자는 “실내에서 주로 시범 사용되고 있는 배달 로봇은 물건 운반 정도의 기능을 하는 주행 로봇이다. 한정된 공간에서 움직이는 데 무리가 없더라도 변수가 많은 실외에서 운행하기에는 규제나 기술 측면에서 아직 상용화됐다고 볼 수 없다”고 말했다.
물류 로봇과 배송 로봇은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 기업인 아마존에 의해 시장의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아마존은 2012년 물류이송 로봇 스타트업인 키바 로보틱스(Kiva robotics)를 인수해 자사의 대형 물류창고에 누적 4만 5000대가량의 물류이송 로봇을 적용했다. 그 결과 비용의 약 80%를 절감하고 물류 처리 시간도 90분에서 15분으로 단축됐다.
최성록 한국전자통신연구원 지능로봇연구실 선임연구원은 “우리나라 기술이 해외 기술과 비교해 많이 떨어지지 않는다. 100%는 아니더라도 90% 수준은 된다고 생각한다. 문제는 규모다. 아마존이 일찍부터 1만 대 이상의 로봇을 동시에 운영하며 축적한 노하우는 우리가 따라갈 수 없다”고 말했다.
상용화 가능성을 묻자 최 선임연구원은 ‘핵심은 경제적인 부분’이라고 진단했다. 최 연구원은 “대중적으로 사용되기 위해 로봇 가격이 어떻게 책정돼야 하는지, 사람의 손을 대체해야 하는 이유가 있는지, 즉 ‘꼭 필요한지’가 중요하다. 일자리 문제, 규제 문제 등 다른 문제들도 산재해 있다”고 전했다.
몇 년 전부터 배달 로봇은 물류 업계의 핫이슈다. 무거운 물건을 정확하게 옮기는 기술은 택배 물류 분야에서, 안전하게 실내외를 오가며 음식을 운반하는 서빙 기술은 배달 전문 스타트업과 자율주행 분야에서 기술 개발과 투자에 주력하고 있다.
‘자율주행솔루션’ 전문 업체인 언맨드솔루션 관계자는 “아직은 우리 배달 로봇을 실증하는 단계라 일반인이 아닌 기업에만 판매하고 있다. 내년에 상암 테스트베드 내 자율주행 전용 차도에서 일반인에게 물건을 배송하는 서비스를 시범 운영할 계획이다. 실내에서 돌아다니는 공장용 로봇이 상용화된 것과 비교해 실외에서 일반인이 이용할 수 있는 자율주행 모빌리티는 개발이 늦어진 경향도 있다”고 말했다.
박성의 진짜유통연구소 소장은 “지금 시점에서 ‘사람을 대체할 만큼 상용화된 부분이 있는가’라는 질문을 던진다면 답은 ‘아니요’다. 하지만 점진적으로 이뤄질 거라고 본다. 구글의 번역이 여전히 사람을 대체할 수준은 아니지만 과거와 비교해 월등히 좋아지지 않았나. 배달 로봇 역시 단계적으로 사람의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김보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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