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일반분양주택 일괄매각을 포기한 ‘신반포3차·경남아파트(래미안 원베일리)’ 재건축조합이 선분양 대신 일대일 재건축을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관련기사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 시행 첫날, '신반포3차' 민간분양 통매각 결의). 일괄매각(정관 변경 및 관리처분계획 변경 신고) 반려 처분을 내린 서초구청과의 소송 장기화를 우려해 소를 취하했지만, 향후 절차상 분양가상한제를 피할 수 없다는 계산에서다. 조합원 물량을 늘리고 일반분양 물량을 30가구 미만으로 최소화해 분양가상한제와 주택도시보증공사(HUG) 규제를 피하는 구상이다.
앞서 신반포3차·경남아파트 재건축조합은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가 시행된 10월 29일 조합원 임시총회에서 98% 이상 찬성률로 단지 내 일반분양주택 346가구 전체를 민간 임대사업자에게 매각하기로 결의했다. 당시 매각 근거가 되는 조합 정관과 관리처분계획을 변경해 서초구에 제출했지만 11월 4일 반려됐다.
서초구는 “일반분양 주택을 민간에 모두 매각하는 것은 정관 변경에 따른 관리처분계획의 ‘경미한 변경’으로 볼 수 없고, 사업초기 단계에서 정비계획 변경이 필요한 사항”이라는 서울시 유권해석을 따랐다. 이에 조합은 11월 12일 법무법인 광장과 손을 잡고 서초구청을 상대로 ‘정관 변경 신고 반려처분 취소’와 ‘관리처분계획 변경 신고 반려처분 취소’를 구하는 행정소송 두 건을 제기했다.
#“장기화하면 실익 없다” 서초구 상대 행정소송 접어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신반포3차·경남아파트 재건축조합은 서초구청을 상대로 서울행정법원에 제기했던 ‘일괄매각(정관변경 및 관리처분계획 변경신고) 반려처분 취소’ 소를 취하하겠다고 13일 밝혔다. 이 같은 내용의 공문을 서울시와 서초구에 발송하면서 향후 조합의 사업추진 일정에 협조해달라고 요청했다. 조합은 오는 27일 대의원 회의에서 소 취하를 결의하고 30일 실제 취하에 나설 계획이다.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통매각 반려처분 취소 소송에 대해) 법률대리인을 맡은 법무법인 광장도 승소를 확신했지만, 조합은 항고심을 포함한 소송 기간이 최소 2~3년으로 예상돼 승소하더라도 실익이 없다고 판단했다. 소를 취하할 테니 나머지 일정을 최대한 빠르게 진행해달라고 요청했다. 조합이 소송비용 1억 원가량을 썼지만 착공을 3~4개월 앞당긴다면 200억 원을 아끼는 셈”이라고 말했다.
서울시 공동주택과 관계자는 “조합에서 소를 취하하고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 적용) 유예기간 동안 일반분양까지 마칠 테니 도와달라는 내용으로 공문을 보내왔다. 소송의 실익이 없다고 판단한 듯하다. 시 입장에서도 세금으로 불필요한 정무를 소모하지 않게 돼 다행이다. 굴토심의(땅파기작업 적정성 심사)나 구조심의 등 해야 할 절차가 있으니 조합에서 서류를 접수하는 대로 시에서도 빨리 검토해 가능한 부분을 물리적으로 실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실제 19일 서울시는 신반포3차·경남아파트의 ‘특별건축구역 변경지정’을 건축위원회 심의 5개월 만에 고시했다. 국토교통부 장관이나 시·도지사는 도시경관을 고려한 창의적인 건축물을 건축하는 경우 사업지를 ‘특별건축구역’으로 지정해 높이·건폐율·일조권 등에서 특례를 줄 수 있다. 앞서 신반포3차·경남아파트는 2017년 특별건축구역으로 지정돼 건축물 높이제한 특례를 받았다. 이번 고시는 조합이 기부채납(공공기여) 명목으로 사업지에 짓는 문화시설 용지 3535.4㎡(1069평) 중 1211.3㎡(366평)을 떼어 공공청사 용지로 활용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분양가상한제 초읽기, 피할 방법은 일대일 재건축
일반분양주택 일괄매각을 포기한 신반포3차·경남아파트 재건축조합은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 적용을 피해갈 수 있을까. 국토부는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 시행령이 개정된 10월 29일 이전 관리처분계획인가를 신청한 재건축·재개발단지에 6개월간(내년 4월 28까지) 적용 유예기간을 줬다. 일반 아파트와 달리 재건축·재개발 아파트는 이 기간에 입주자 모집공고를 내면 분양가상한제를 피할 수 있다,
하지만 절차상 조합이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 적용을 피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조합은 19일 서초구청에 사업 대상 면적 및 세대수 증가를 골자로 하는 사업시행변경 인가신청을 냈다. 최근 신반포23차 조합원이 서울시를 상대로 낸 토지(도로)반환소송에서 승소한 데 따른 조처다. 향후 사업시행변경 인가와 그에 따른 관리처분계획변경 인가를 받아야 하는데 서초구청의 검토 기간을 제외한 법적 공람기간만 각각 14일, 30일에 달한다. 조합은 여기에 구조심의·굴토심의 등 서울시 인허가 절차를 추가로 밟아야 한다.
이런 이유로 조합은 선분양 대신 ‘일대일 재건축’으로 분양가상한제를 피해갈 것으로 보인다. 기존 일반분양주택 346세대 중 29세대만 남기고 조합원이 흡수하는 식이다. 현행 주택법 시행령(27조)에 따라 보류지(신반포3차·경남아파트의 경우 26세대)와 조합원이 기존 주택 청산 등으로 승계하지 않는 물량이 30세대 이상일 경우 사업계획 승인을 받아야 하고, 주택법과 주택공급에 관한 규칙이 정하는 일반분양(청약) 형식으로 공급해야 한다. 하지만 30세대 미만일 경우 조합이 임의로 분양을 진행할 수 있다.
앞서의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조합이 절차상 분양가상한제를 못 피한다는 걸 알기 때문에 조합원 물량을 늘려 일반분양분을 없애는(일대일 재건축)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당초 일반분양주택 통매각 금액이 3.3㎡(평)당 6000만 원으로 결정됐는데 주택도시보증공사(HUG) 분양 보증이나 분양가상한제 적용을 받을 경우 평당 분양가 5000만 원을 넘을 수 없다. 일반분양분 346가구를 ‘1+1 분양’ 신청 자격이 있는 중대형 가구 조합원 288세대에게 우선 배분하고, 상가조합원의 아파트 분양 신청 자격을 완화해 일반분양분을 평당 6000만 원선으로 가져가게 한다면 일반분양 물량은 29개까지 줄어들 수 있다. 그렇게 되면 분양승인도, HUG의 분양보증도, 청약도 필요 없이 조합은 임의로 분양할 수 있게 된다. 조합으로서는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차선책을 찾은 것”이라고 말했다.
임병철 부동산114 수석연구원은 “(일대일 재건축은) 조합 의지에 달린 문제라고 볼 수 있다. 정부와 조합이 마찰을 빚어온 것은 분양가상한제 적용이 조합원의 수익성과 직결됐기 때문이다. 수익을 줄이고서라도 분양가상한제를 피한다고 하면 불가능한 일은 아니다. 다만 여러 조합원 입장도 생각해야 하기 때문에 결단을 못 내리는 단지들이 많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신반포3차·경남아파트 재건축조합 측은 “사업 추진 내용에 대해서는 노코멘트”라고만 답했다.
#신반포3차·경남아파트 주택재건축사업은?
신반포3차·경남아파트 주택재건축사업은 서울 서초구 반포동 ‘신반포3차’, ‘반포경남’, ‘신반포23차’, ‘우정에쉐르1·2차’ 아파트와 ‘경남상가’ 등 6개 시설을 통합 재건축해 지하 4층~지상 35층 규모의 아파트 22개 동(총 2971세대)을 공급하는 정비 사업이다. 지하철 3·7·9호선이 교차하는 서울 고속터미널역 인근 16만 8467㎡(5만 961평)가 대상이다.
신반포3차·경남아파트 재건축조합은 2015년 4월 신반포3차 단독으로 조합을 설립한 뒤, 재건축을 추진하던 인근 4개 아파트단지와 통합해 사업지를 넓혔다. 이후 △2015년 9월 시공사(삼성물산) 선정 △2017년 12월 정비계획 변경 및 경관심의 수정가결 △2017년 9월 사업시행인가 △2018년 7월 관리처분계획인가 △ 2018년 11월 조합원 이주 등 재건축 절차를 밟았다.
차형조 기자
cha6919@bizhankook.com[핫클릭]
·
[단독] "이사한 주소까지 어떻게 알지" 대한적십자사 헌재 판결 받는다
·
증권사 2019년 IPO 주관 실적, 한투·NH '앞서거니 뒤서거니'
·
메리츠화재, 전속 설계사 급증 '공격 경영' 허와 실
·
재건축 안전진단, 기준 바뀐 뒤 탈락률 16배 늘었다
·
4년 만에 부활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 서울 27개동 적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