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정유경 신세계 총괄사장이 신세계인터내셔날 보유지분 30만 주를 매각했다. 처분 단가는 22만 1510원, 총액은 664억 5300만 원이다. 12일 공시에 따르면 정 총괄사장이 보유하던 지분 30만 주는 전체의 4.2%에 달하는 양이며, 블록딜(시간 외 대량매매) 형태로 매매됐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은 화장품과 패션 브랜드를 보유한 신세계 자회사로, 정 총괄사장의 남편 문성욱 씨가 부사장을 맡고 있다. 이번 매각으로 정 총괄회장의 지분율은 19.34%에서 15.14%로 하락했으나, 여전히 신세계(45.76%)에 이은 2대 주주다.
정 총괄사장의 매각은 증여세 납부를 위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세계백화점 관계자는 “정 총괄사장은 2018년 4월 부친 정재은 신세계 명예회장으로부터 신세계인터내셔날 주식 150만 주(21.01%)를 증여받았다. 이번 매각은 이에 따른 증여세 납부를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2015년 12월 정기 임원인사를 통해 지금의 자리에 올랐다. 총괄사장은 기존 신세계그룹에 없던 직책이다. 당시 인사로 신세계 그룹 후계 구도의 밑그림이 그려졌다는 분석이 쏟아졌다. 이후 ‘이마트는 정용진, 백화점은 정유경’의 틀이 자리 잡았다.
정유경 총괄사장은 1972년생으로 이화여대 응용미술학과를 졸업한 뒤 미국 로드아일랜드대학교에서 그래픽 디자인을 전공했다. 1996년 조선호텔 마케팅담당 상무로 입사해 조선호텔 프로젝트 실장을 역임하다 2009년 신세계 부사장 자리에, 2015년 신세계 총괄사장 자리에 올랐다.
11월 29일 신세계인터내셔날은 국내 패션부문을 분리하고 신사업을 기획하는 전담본부를 맡을 사람으로 문성욱 부사장을 지명했다. 2001년 3월 정 총괄사장과 결혼한 문 부사장은 전략기획 전문가로, 2004년부터 신세계그룹에 몸 담고 있다. 오너 일가인 문 부사장이 이번 인사에서 핵심 자리인 사업기획본부장을 맡게 되면서 신세계인터내셔널이 신세계그룹의 주력 계열사가 될 거라는 전망도 나온다.
정유경 총괄사장 취임 후 신세계백화점의 시장 점유율은 2015년 20.4%, 2016년 22.2%에 이어 2018년 28.2%까지 증가했다. 면세점 사업 또한 정유경 총괄사장의 유통 노하우가 발휘되면서 흑자를 이어가는 중이다. 신세계의 2019년 3분기 어닝 서프라이즈를 이끈 것은 면세점 흑자 전환이었다. 명품 브랜드 유치, 시내 면세점 특허 획득 등의 기회를 잡은 게 성공 비결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최근에는 ‘시코르’의 약진이 주목받는다. 정유경 총괄 사장이 지난해 5월 선보인 프리미엄 뷰티 편집숍 시코르는 H&B스토어 분야의 어려움에도 지난 6일 30호점을 냈다. 글로벌 화장품 편집숍 세포라를 벤치마킹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백화점 DNA를 반영한 고급화 전략으로 확장 중이다. 반면 정용진 부회장이 2017년 영국 월그린 부츠 얼라이언스와 손잡고 오픈한 H&B스토어 ‘부츠’는 지난해 12월 34개 점포에서 올해 절반 이상 부실 점포를 정리하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정 총괄사장이 두각을 드러내는 부분은 화장품이다. 그룹 내 골칫거리던 화장품 브랜드 ‘비디비치’를 2016년 신세계인터내셔널에 합병하는 과정을 정 총괄사장이 진두지휘했다고 알려졌다. 비디비치는 중국 현지에서 인기를 얻으며 지난해 처음으로 단독 브랜드 매출 1000억 원대를 돌파하는 등 탈바꿈했다. 분위기를 이어 2018년 10월 내놓은 고급 한방화장품 PB 브랜드 ‘연작’도 면세점 매출을 중심으로 가파른 성장률을 보이고 있다.
지난 12일 한 예능프로그램에서 백종원 더본코리아 대표와의 통화가 방영되면서 검색어 1위까지 오른 정용진 부회장과 달리 정유경 총괄사장은 외부 활동을 잘 하지 않는다. 공식행사에 모습을 비추는 경우도 드물며 ‘은둔 경영’ 스타일을 고수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2016년 12월 대구신세계백화점 개점 행사에 등장한 이후 이렇다 할 외부행사 참석이 없었다.
한편 정 총괄사장은 2018년 4월 부친 정재은 신세계 명예회장으로부터 신세계인터내셔날 주식 150만 주(21.01%)를 증여받았다. 정 총괄사장의 지분율은 21.44%로 늘며 신세계인터내셔날 2대 주주에 올랐으나, 이후 증여세 납부를 위해 꾸준히 지분을 매각해 15.14%로 줄었다. 당시 신세계 측은 “향후 적법한 절차에 맞게 개인이 증여세를 납부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명희 회장이 보유한 신세계 지분 18.22%를 향후 증여할 경우 증여세가 수천억 원대로 예상되는 만큼 거액의 증여세 납부 문제가 지속해서 등장할 것으로 예측된다.
김보현 기자
kbh@bizhankook.com[핫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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