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아휴 요즘 말도 못 할 정도로 시험 응시자가 늘었어요. 이유야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어쨌든 택시 시장이 인기가 높아지고 있기는 한가 봐요.” 13일 오전 서울 송파구에 자리한 교통회관을 찾은 한 택시법인 관계자의 말이다. 이를 증명하듯 교통회관에는 택시운전자격시험을 치르려는 응시자들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택시 면허는 그동안 구직자에게 ‘최후의 보루’와도 같았다. 면허 유효기간이 따로 없기 때문이다. 면허 소지자는 다른 일을 하다가도 언제든지 택시를 몰 수 있는 장점이 있다. 게다가 면허 취득도 어렵지 않다. 1·2종 보통 운전면허를 소지 중인 20세 이상 성인이 한국교통안전공단에서 실시하는 운전적성정밀검사를 통과하면 택시운전자격시험을 치를 수 있다. 자격시험이 어렵지 않아 업계에서는 합격률을 70% 정도로 본다.
익명을 요구한 응시자 A 씨는 “택시 면허에 별도로 유효기간이 없는다는 얘길 들었다. 아직 다른 일을 하고 있지만, 언제 일을 그만둘지 모르는 상황이다. 집중력이 조금이라도 남아 있을 때 시험을 치러 면허를 따놓으려고 한다”고 밝혔다.
문제는 최근 자격시험 응시자가 늘어 접수가 만만치 않다는 것. A 씨는 “운전적성검사를 11월에 마쳐 자격시험을 11월 30일에 보고 싶었다. 그러나 접수가 이미 마감된 상황이었다. 다음 시험인 12월 6일도 접수에 실패해 결국 13일에 시험을 치르게 됐다”며 예상치 못한 난관에 혀를 내둘렀다.
응시자 유인재 씨(27)도 “응시자 연령대가 높은 편이라 인터넷에 익숙하지 않은 이가 많아서인지는 몰라도, 인터넷 접수 전에 현장 접수를 먼저 하더라. 어떤 날은 현장 접수에서 인원이 몰려 인터넷 접수는 시도도 못 했다”고 덧붙였다.
시험을 주관하는 전국택시운송사업조합연합회 관계자는 “2018년 상반기에는 응시자가 1만 6000여 명 수준이었는데, 올해 상반기에는 2만 명을 넘었다. 응시율이 약 23% 증가한 것으로 파악됐다. 서울시의 경우 정원이 204명 정도인데 꾸준히 마감되고 있어 응시 증가율은 더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택시운전자격시험의 인기가 높아진 이유는 최근 응시자들에게 새로운 동기가 생겼기 때문으로 추정된다. 동기는 연령대에 따라 다소 차이를 보였다. 우선 50대의 경우 국토교통부가 11월 21일 입법 예고한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 시행규칙 개정안’에 대한 기대감 때문이다.
이 시행규칙에 따르면 개인택시 면허를 양수할 수 있는 조건이 대폭 완화됐다. 기존엔 법인 택시, 화물차 등 사업용 자동차를 6년 내 5년 이상 무사고인 운전자만 개인택시 면허를 양수할 수 있었다. 그러나 개정안에서는 사업용 차량 운전경력 조건을 폐지해 개인 자동차를 몰던 사람도 5년 동안 사고를 내지 않았을 경우 개인택시 면허를 구입할 수 있게 됐다.
자격시험에 합격한 50대 응시자 B 씨는 “최근 회사에서 정년퇴직할 시기가 다가와 자발적으로 일을 그만뒀다. 개인택시 면허 양수 조건이 완화된다는 얘길 듣고 택시운전자격시험에 응시했다. 주변에서 2020년 1월부터 시행될 가능성이 높다고 하는데 그렇게 된다면 개인택시 면허를 매입해 일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20~30대 응시자의 경우 최근 모빌리티 기업들이 사납금 없이 월급제로 운전기사를 채용한다는 소식에 구미가 당긴 것으로 보인다. 종합 모빌리티 플랫폼 카카오 모빌리티는 최근 자사 모델인 ‘카카오T블루’와 ‘카카오T벤티’ 운전기사를 칭하는 ‘카카오T크루’를 모집 중이다. 모집공고에 따르면 주·야 교대근무 10시간을 기준으로세전 260만 원의 월급제로 운영된다. 여기다 일정 매출을 달성한 운전기사는 인센티브를 받게 된다.
앞서 시험 접수가 쉽지 않다고 토로한 유인재 씨는 “카카오T크루에 지원하려고 택시운전자격시험에 응시했다. 돈을 조금이라도 더 벌고 싶은 젊은이들에게 사납금은 부담될 수밖에 없는데 카카오가 월급제로 운영한다고 해 솔깃했다. 게다가 카카오가 정한 매출을 초과 달성하면 인센티브도 준다고 하니 해볼 만할 것 같다”고 말했다.
종합 모빌리티 플랫폼 타다 운전기사들도 최근 불안감 속에 택시운전자격시험을 치르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한 택시법인 관계자는 “응시자들을 섭외하기 위해 매주 시험장에 오고 있다. 법인 사이에서 젊은 응시자들이 인기가 높은 편인데, 타다 드라이버들인 경우가 꽤 많았다”며 “앞으로 타다가 어떻게 될지 모르는 상황에서 일종의 보험으로 취득하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택시운전자격시험의 인기는 앞으로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국회 본회의 통과를 목전에 둔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 개정안에 따라 앞으로 택시 면허 소지자만 택시와 같은 유상 운송 서비스를 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가령 현재 타다의 경우 1종 보통 운전면허 소지자도 운전기사로 지원할 수 있지만, 개정안이 통과되면 이들을 모두 택시 면허 소지자로 교체해야 한다.
전국택시운송사업조합연합회 관계자는 “5년 전만 하더라도 택시업계의 인기가 그렇게 높지 않았지만, 지금은 관심이 뜨겁다. 어떻게 시장이 변할지 모르기 때문에 속단하기는 이르지만, 현재 높은 응시율이 앞으로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박찬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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