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대통령 임기가 5년인 우리나라에서 반환점에 해당하는 3년 차는 각 정부의 경제 성적이 본격적으로 드러나는 해다. 임기 초 내세웠던 정책들이 자리를 잡으면서 제대로 된 정책인지 잘못된 정책인지 판가름 나기 때문이다. 문재인 정부의 임기 3년 차는 국가 재정을 쏟아부은 일자리 외에 성장과 투자, 수출, 가계부채 등 모든 성적표가 역대 정권 중 최악으로 나타났다.
문제는 경제 전문가인 김진표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국무총리 지명 철회에서 드러나듯 지지층에 경도돼 효과를 거두지 못하는 경제 정책에 변화를 줄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어 성적표가 더 나빠질 우려가 크다는 점이다.
통계청과 한국은행 등에 따르면 임기 3년 차에 들어간 문재인 정부의 성적표는 노무현, 이명박, 박근혜 정부와 비교해 좋은 수치를 찾아보기 힘들다. 경제의 가장 기본이 되는 성장률의 경우 노무현 정부는 임기 3년 차였던 2005년 4.3%의 성장을 거뒀다. 이명박 정부는 임기 3년 차였던 2010년 글로벌 금융위기 후폭풍을 본격적으로 벗어나기 시작하면서 성장률이 6.8%를 기록했다.
박근혜 정부가 임기 3년 차인 2015년에 성장률이 2.8%로 가라앉았으나 이후 최경환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부동산 중심으로 부양책을 이끌며 반등했다. 문재인 정부의 성적표는 이보다 나쁘다. 한은에 따르면 문재인 정부 3년 차에 접어든 올해 성장률은 2.0%에 그칠 것으로 예상된다. 일부 기관들은 1%대 성장률을 내놓고 있다. 세계적인 경제 위기가 없는 상황에서 2% 턱걸이를 걱정하는 것은 처음 있는 일이다.
문재인 정부는 소득주도성장을 내세웠음에도 민간소비 증가율도 최악이다. 임기 3년 차 민간소비 증가율은 노무현 정부 4.7%, 이명박 정부 4.4%, 박근혜 정부 2.2%였던 반면, 문재인 정부는 1.9%에 그쳤다. 보수정권 하에 심해진 양극화를 해소하겠다며 최저임금 인상 등 소득주도 성장을 내세웠던 점을 고려하면 낙제점에 가깝다.
민간소비가 뚝 떨어지면서 공장은 멈추고 재고는 쌓이고 있다. 임기 3년 차 공장가동률은 노무현 정부 79.3%, 이명박 정부 80.3%, 박근혜 정부 74.5%였으나 문재인 정부에서는 72.9%까지 떨어졌다. 문재인 정부의 재고율지수도 노무현 정부 80.9, 이명박 정부 81.5, 박근혜 정부 100.2에 비해 크게 높은 114.6이나 됐다.
문재인 정부는 부동산을 통한 경제 부양은 하지 않겠다며 대출 억제 정책을 취했음에도 가계부채는 급등했다. 노무현 정부는 취임 후부터 임기 3년 차까지 가계부채가 62조 5093억 원 증가했고, 이명박 정부는 같은 기간 117조 7642억 원, 박근혜 정부는 185조 2533억 원 늘었다.
문재인 정부는 박근혜 정부의 부동산 부양책이 가계부채를 늘렸다고 비판했지만 임기 3년 차에 가계부채가 184조 9028억 증가해 박근혜 정부 때와 별 차이가 없었다. 오락가락 부동산 정책에 가격이 급등하자 정부 대출 억제에도 빚을 얻어서라도 집을 사려는 이들이 늘어난 때문이다.
혁신성장을 말하면서도 대기업 규제를 강화하고 규제 완화에 소극적으로 나서는 등 공약과 반대로 행동하는 정책 불확실성에 기업의 투자도 얼어붙었다. 임기 3년 차 설비투자 증가율은 노무현 정부 3.5%, 이명박 정부 23.2%, 박근혜 정부 5.1%였던 데 비해 문재인 정부는 -7.8%를 기록하며 역성장했다.
한국 경제의 버팀목인 수출 성적도 좋지 않다. 노무현 정부는 임기 3년 차 상품수지가 전년 대비 66억 8000만 달러(-17.1%) 감소했고, 이명박 정부는 1억 2330만 달러(-0.3%) 줄었다. 박근혜 정부 때는 341억 3000만 달러(39.6%) 증가했다. 이에 반해 문재인 정부는 상품수지가 1년 전에 비해 315억 1650만 달러(-32.8%) 급감했다.
그나마 나은 성적표는 임기 초부터 막대한 재정을 쏟아부은 일자리다. 임기 3년 차 고용률을 보면 노무현 정부 59.9%, 이명박 정부 58.9%, 박근혜 정부 60.5%였으나 문재인 정부에서는 61.0%까지 상승했다. 하지만 60대 고용률이 사상 최고치인 43.5%를 기록한 반면 경제의 주축인 40대 고용률이 78.3%로 가장 나빴다. 기업 경기 악화로 직장을 잃은 40대 가장이 늘었다는 의미다.
이승현 저널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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