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최태원 SK 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의 이혼 분쟁이 장기화되는 가운데, 지난 2018년 최 회장이 친족 23명에게 1조 원 규모의 SK 지분을 증여한 배경에 재계의 관심이 집중된다. 이혼 소송 결과에 따른 재산분할에 대비해 일부러 자산을 축소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다. 최근 노 관장이 이혼 조건으로 최 회장이 가지고 있는 SK 지분 가운데 42.3%를 요구하면서 이 같은 분석에 힘이 실린다.
현재 노 관장이 주장하는 분할 대상 지분율은 최 회장이 지난해 처분하고 남은 주식을 기준으로 계산됐다. 최 회장의 지분은 2018년 11월 친족 23명에게 329만 주를 증여하면서 4.6%가량 감소했다. 당시 시세를 기준으로 9600억 원 규모다.
증여 대상을 살펴보면 친동생 최재원 SK그룹 수석부회장이 166만 주(2.36%)로 수증자 가운데 가장 많은 주식을 가져갔다. 사촌 형인 고(故) 최윤원 SK케미칼 회장 가족에게는 49만 6808주, 또 다른 사촌 형인 최신원 SK네트웍스 회장과 그 가족에게는 83만 주가 돌아갔다. 당시 SK그룹은 취임 20주년을 맞은 최 회장이 취임 당시 다툼 없이 경영권을 승계한 것에 대한 마음의 빚을 갚기 위한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혼 소송을 진행 중인 최 회장이 재산 분할 대상을 축소하기 위해 상대적으로 우호세력인 친족에게 지분을 넘긴 것으로 보는 해석도 있다. 법조계에 따르면 통상 이혼 소송 시 재산분할 대상은 소제기 시를 기준으로 평가한다.
최 회장은 친족에게 지분을 증여하면서 지분이 23.4%에서 18.4%로 축소됐다. 재산분할 대상이 줄어든 셈이다. 노소영 관장이 재산분할로 요구한 최 회장의 42.3% 지분을 그대로 받는다면 차이는 증여 전 9.8%에서 증여 후 7.8%로 2% 차이가 발생한다. 일반적인 이혼 소송처럼 재산 분할 비율이 5대5였다면 증여 전과 후의 격차는 더욱 벌어질 것으로 분석된다.
최 회장의 지분은 증여 전 13.5%에서 증여 후 10.6%로 감소폭이 2%대지만, 이미 전체 4%에 가까운 지분이 우호세력인 친족에게 증여돼 경영권 방어 측면에서 훨씬 유리하다는 평가다.
재계에서는 노 관장이 주장하는 재산분할 비율이 인정돼 2대 주주로 올라설 경우 향후 경영에 간섭할 여지가 생길 수 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결과적으로 최 회장 입장이 증여를 하게 되면서 우호지분은 유지한 가운데 노 관장의 지분을 낮추는 효과를 노릴 수 있게 됐다.
최 회장이 재산분할 대상을 축소하기 위해 친족에게 증여했다는 해석이 억측이란 반론도 있다. 우선 우호지분으로 평가한 친족들의 지분이 흩어지면 오히려 경영권 방어에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것. 지분 구조가 복잡해지면 결과적으로 다른 그룹에서처럼 형제의 난이 발발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또 최 회장에게 지분을 받은 일부 친족이 지분을 처분한 점을 들어 경영권 방어와 무관하다는 분석이다. 경영권 방어를 위해서라면 이들이 지분을 끝까지 보유하고 있어야 한다는 전제가 깔린다. 실제 지난 2월 최 회장으로부터 SK 지분을 증여받은 최성환 상무, 최유진 씨는 6차례에 걸쳐 3만 3770주를 장내 매도했다.
SK 관계자는 “작년 말 최태원 회장 소유 지분의 친족 증여는 SK그룹을 성장시키는 데 함께 동참해온 친족들에게 마음의 빚을 갚기 위해 차원인데, 이혼 소송과 연결시키는 해석은 지나친 억측”이라면서 “특히 이번 이혼 소송으로 인해 경영권이 흔들릴 수 있다는 해석도 가정법을 전제로 한 것일 뿐 현실적이지 않다”고 밝혔다.
박호민 기자
donkyi@bizhankook.com[핫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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