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록밴드 유투(U2)가 7~8일 마침내 내한공연을 했습니다. 세계 최고의 투어 수입을 올리는 슈퍼밴드의 공연이라 기대도 많았습니다. 유독 한국에서 인기가 없던 밴드라 걱정의 소리도 있었지요. 공연이 끝나고 호평과 혹평이 엇갈렸습니다. 메시지가 남는 감동적인 공연이었다는 평도 있고, 음향 등 음악적으로 아쉬웠다는 평도 있었습니다. 왜 이렇게 평이 갈렸을까요?
우선 유투 공연이 성사된 배경에 대해 알 필요가 있습니다. 유투는 세계에서 가장 많은 수입을 올리는 음악 프로젝트입니다. 초대형 스타디움에서만 공연을 하지요. 실제로 유투는 일본 외에는 아시아에서 공연을 한 적이 없습니다. 유투를 수용할 만한 공연장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2019년 유투가 돌변했습니다. 이미 유투는 전성기에도 자신을 발굴했던 폴 맥기네스(Paul McGuinness) 대신 마돈나의 매니저였던 가이 오시리(Guy Oseary)를 고용해 왕성한 SNS 활동을 하며 이전과 다른 면모를 보였는데요. 2019년에는 아시아 시장을 개척하기로 한 겁니다.
이번 내한 공연은 ‘조슈아 트리 투어 2019(The Joshua Tree Tour 2019)’의 일환입니다. 유투는 2017년, 자신의 최고 히트 앨범 ‘조슈아 트리(The Joshua Tree)’ 발매 30주년을 맞아 죠슈아 트리 수록곡 위주로 투어를 한 바 있는데요. 조슈아 트리 투어 2019는 아시아에서 이 조슈아 트리 투어를 재개한 겁니다. 호주, 싱가포르, 일본, 한국은 물론 인도와 필리핀에서까지 공연이 준비돼 있습니다. 성장하는 아시아 시장에서 유투가 과감한 시도를 한 셈입니다.
‘조슈아 트리 투어 2019(The Joshua Tree Tour 2019)’ 홍보 영상
이 공연은 철저히 조슈아 트리에 집중합니다. 초반에는 ‘인 더 네임 오브 러브(In The Name Of Love)’ 등 초기 히트곡을 부릅니다. 인트로는 물론, 어떤 스크린 연출도 없습니다. 전 세계 최고 밴드에게 연출 따위는 필요 없다는 자신감입니다. 그동안 본무대에는 조슈아 트리를 상징하는 여호수아 나무가 장식되어 있습니다. 이 부분은 유투에 관객들이 기대하는 곡을 불러주는 인트로 부분이고, 공연의 핵심은 이후의 조슈아 트리에 있다는 걸 연출에서 보여주는 셈이죠.
밴드는 초기 히트곡으로 분위기를 뜨겁게 달군 후 본무대에서 조슈아 트리 앨범을 연주합니다. 초반부의 ‘웨어 더 스트리츠 해브 노 네임(Where the Streets Have No Name)’, ‘아이 스틸 해븐트 파운드 왓 아임 루킹 포(I Still Haven't Found What I'm Looking For)’, ‘위드 오어 위드아웃 유(With or Without You)’ 등 대중적인 노래뿐 아니라 후반부의 사회 비판, 반미 메시지가 강한 ‘불릿 인 더 블루 스카이(Bullet the Blue Sky)’, ‘인 갓즈 컨트리(In God's Country)’까지 전곡을 연주합니다.
유투(U2)의 ‘아이 스틸 해븐 파운드 왓 아임 룩킹 포(I Still Haven't Found What I'm Looking For)
아무리 명반이라도 수록곡 전부를 공연에서 보여줄 기회는 많지 않습니다. 유투처럼 히트곡이 즐비한 밴드라면 더욱 그렇지요. 하지만 유투는 자신의 가장 성공적인 앨범의 30주년을 기념해, 정치색 가득한 수록곡을 최대한 많이 불렀습니다. 영상 등 연출을 통해 현재 ‘트럼프 미국’을 비판하는 새로운 맥락까지 넣어서 말이죠.
이후 공연은 모두 ‘앙코르’입니다. 다시 자신들의 히트곡을 부릅니다. 인트로와는 달리 후기 히트곡 위주의 곡 구성입니다. 여기에는 후방의 엘이디(LED) 스크린을 활용해 다양한 연출을 보여줬습니다. ‘버티고(Vertigo)’를 부를 때는 영감을 준 동명의 영화 ‘현기증’을 연상시키는 미술작품을 띄웁니다. ‘울트라 바이올렛(Ultra Violet)’을 연주할 때는 해녀부터 환경운동가 그레타 툰베리(Greta Thunberg), 가수 설리 등 세계 여성을 보여주며 여성주의 메시지를 보냈습니다.
후반부는 유투다운 연출력을 보여줬습니다. 유투는 일찍이 ‘유투 360° 투어(U2 360° Tour)’ 등에서 무대 회전, 영상 활용 등으로 뮤지컬적인 요소를 적극 활용해 메시지를 강조하는 콘서트로 정평이 나 있는데요. 이번 내한 공연 또한 마찬가지였습니다.
유투(U2)의 ‘울트라 바이올렛(Ultra Violet)’
더욱 놀라운 점은 ‘현지화’였습니다. 시작부터 한국 저항시를 띄우고, 여성주의 노래를 부르며 해녀, 설리 등 한국의 여성 리더를 보여줬습니다. 마지막에는 베를린 장벽을 소재로 한 노래 ‘원(One)’을 부르며 남북 평화를 노래했죠. 철저히 한국의 상황에 맞춰 현지화한 메시지를 전달했습니다.
그래서일까요? 이 공연은 호불호가 갈릴 수밖에 없었다고 봅니다. 우선 음향이 썩 좋지 않았습니다. 고척 스카이돔이 콘서트만을 위해 만들어진 곳이 아니다 보니 사운드가 좋을 수는 없었습니다. 어쩔 수 없는 시장의 한계겠지요. 앞으로 공연 시장이 커지며 해결될 문제기도 합니다.
또 하나는 유투 노래의 대중성입니다. 유투는 한국에서 잘 알려진 밴드가 아닙니다. 시트콤 ‘프렌즈(Friends)’에 중요하게 등장했고, 정치적 메시지가 적은 ‘위드 오어 위드아웃 유(With or Without You)’ 정도가 그나마 대중에게 익숙한 노래지요. 영어 가사다 보니 관객이 노래를 많이 따라 부르지도 못했습니다. 유투의 정치적인 메시지도 미국에 치중돼 있었고, 영어로 전달됐기에 온전히 이해하기는 어려웠습니다. 한국에서의 첫 콘서트이므로 어쩔 수 없는 측면도 있습니다.
유투(U2)의 ‘레드 힐 마이닝 타운(Red Hill Mining Town)’
마지막으로 호불호가 갈린 건 ‘메시지의 현지화’였습니다. 유투는 원래 활동 기간에 대처리즘을 비판하고, 아프리카 구호 활동에 참여했습니다. 뉴욕타임스에 진보적 메시지를 담은 사설을 기고하는 등 정치적 메시지를 적극적으로 드러냈죠. 멀리에서 볼 때는 별 게 아닌 것처럼 느낄 수 있습니다. 아무래도 영어로, 미국 대상으로 내는 정치적 메시지는 한국인에게 와 닿지 않으니까요.
하지만 한국 여성의 이름을 거론하며 페미니즘을 외치고, 남북 평화 통일을 노래하며, 대한민국 영부인에 환대에 감사하는 등의 메시지를 보내면 이야기는 달라집니다. 동의하는 사람은 뜨겁게 환호할 겁니다. 반대하는 이들은 불편함을 느끼겠지요. 유투는 항상 그랬지만, 갑자기 거리감이 달라진 겁니다. 내 옆에 오니, 다르게 느껴지는 셈이지요.
이번 유투의 콘서트는 이례적으로 메시지가 너무 현지화돼 한국 대중이 공연에서 이런 종류의 불편함을 오랜만에 느낀 듯합니다. 한국 아티스트는 의식적으로 정치 색깔을 드려내는 걸 조심하니 말이죠. 하지만 이게 유투가 성공해왔던 방식이기에, 어쩔 수 없는 듯합니다. 가까이서 보니 전혀 다르게 느껴지는 팝스타의 새 발견, 유투 내한공연이었습니다.
김은우 NHN에듀 콘텐츠 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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