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이른바 ‘민식이법’으로 불리는 도로교통법 개정안과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10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이 법은 9월 충남 아산의 한 어린이보호구역(스쿨존)에서 교통사고로 사망한 김민식 군(당시 9세) 사고 이후 발의됐다. △어린이보호구역 내 신호등과 과속단속카메라 설치 의무화 △부주의로 어린이보호구역 내 사망·상해사고 가해자 가중처벌이 골자다. 법안 시행일은 2020년 4월로 예상된다.
민식이법은 스쿨존에서 안타까운 어린이 사고를 막기 위해 만든 법이다. 그러나 일부 커뮤니티에서는 민식이법이 운전자에게만 책임을 떠넘기는 근시안적인 법안이라는 의견도 적지 않다. 한 누리꾼은 “스쿨존에 차량 진입 자체를 막아야 한다. 법 제정이 어렵다면 내비게이션 길 안내 시 운전자가 스쿨존을 우회해 지나칠 수 있는 기술이 개발되면 좋겠다”고 의견을 제시했다.
이에 비즈한국은 내비게이션 서비스를 운영 중인 아이나비, 파인 드라이브, SK텔레콤, 카카오 모빌리티 등 국내 주요 기업에 이 주장의 실현성을 문의했다. 이들에게 돌아온 답변은 모두 “기술적으로 가능하다”였다. A 기업 관계자는 “티팩(TPEG)이라는 통신을 활용해 사고가 났거나 공사 중인 도로 정보를 받아 경로를 우회해 안내하는 기능은 상용화돼 있다. 만약 이용자가 해당 경로를 지나가고 싶지 않을 경우 우회하도록 설정할 수 있다. 스쿨존을 돌아가는 기술 또한 구현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기술 구현 계획에 대해선 모두 물음표를 남겼다. 내비게이션 기능의 목적 때문이다. B 기업 관계자는 “내비게이션은 이용자에게 목적지를 최단 거리로 안내하기 위한 것이다. 스쿨존을 우회하려면 보통 큰길로 안내해야 한다. 그러면 이동 시간이 늘어난다. 만약 출발지와 목적지 사이에 스쿨존이 두 곳 이상 있다면 이동 시간은 더 늘어날 것이다. 스쿨존 우회 기능은 내비게이션 서비스 취지와 맞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스쿨존 우회 시 2차 피해가 생길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C 기업 관계자는 “다 그런 건 아니지만, 스쿨존 주변이 대부분 좁은 골목이다. 스쿨존을 우회해야 할 경우 이 골목들로 길을 안내할 텐데, 이런 곳 또한 안전 사각지대다. 어린이 보호는 물론 중요하지만 또 다른 사고가 발생할 수 있다”며 “접근 자체는 신선하다. 그러나 고려해야 할 사항이 너무 많다”고 덧붙였다.
다만 내비게이션 기업들은 민식이법 시행에 맞춰 경고 안내를 더 강화할 전망이다. A 기업 관계자는 “민식이법 통과로 스쿨존에 과속 단속 카메라가 더 늘어날 것이다. 내비게이션은 운전자에게 더 많은 경고 안내를 해야 한다. 운전자가 이를 듣고 자연스럽게 속도를 줄여 서행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D 기업 관계자는 “스쿨존 진입 시 내비게이션 화면 팝업 및 음성 안내를 통해 운전자가 규정 속도를 준수하면서 안전하게 운전하도록 안내하고 있다. (민식이법과 관련해) 음성 안내 강화 등을 다각도로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C 기업 관계자는 “스쿨존 진입 시 ‘안전 운전 정보’ 아이콘이 내비게이션에 화면에 뜨면서 ‘어린이보호구역이 300m 앞에 있다’라는 음성 안내가 나온다. 다만 운전자 편의를 고려해 선택 옵션으로 두고 있는 데다가 운전자가 경고 안내 음량을 줄이거나 아예 음성 안내를 꺼둘 경우 사고에 노출될 가능성이 충분하다. 따라서 조금 불편하더라도 경고 안내를 충분히 받는 게 안전 운전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박찬웅 기자
rooney@bizhankook.com[핫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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