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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오비맥주 카프리·카스 병 외부 '세척제' 성분 검출 논란

식기용 세척제로 외부 '코팅'…식약처는 권고 조치, 오비맥주 "섭취해도 무해, 다른 업체도 코팅"

2019.12.12(Thu) 12:31:58

[비즈한국] 9일 경기도의 한 주류 물류창고. 국내 유통되는 대부분의 맥주·소주 등이 저장된 곳이다. 화장용 오일 컨트롤 페이퍼를 꺼내 카프리 맥주의 병을 닦자, 기름이 묻어나왔다. 이번엔 카스 맥주를 집어 동일하게 병을 닦자 역시 기름이 묻어나왔다. 카프리와 카스는 모두 오비맥주가 생산하는 제품이다.

 

물류창고에는 하이트맥주와 롯데주류가 생산하는 맥주와 해외 수입 맥주도 있었다. 이 병들에서는 기름이 묻어나지 않았다. 물류창고 관계자는 “내가 만져도 미끌미끌하다. 오비맥주 공장에서 병을 재활용하려고 세척하는 과정에서 묻었거나 병에 상처가 나지 않도록 바른 것 같다. 창고를 보면 알겠지만, 유통과정에서 맥주병에 기름이 묻을 일은 없다”고 설명했다.

 

경기도의 한 도소매업체에 방문해 기름종이로 카프리 맥주병을 닦아보니 기름 성분이 묻어나왔다. 사진=허일권 인턴기자

 

최근 오비맥주의 제품 외부에 기름 성분이 묻어나와 논란이 되고 있다. 기자가 직접 서울 은평구에 있는 제보자의 주점과 약 30~40여 소매업체에 주류를 공급하는 도매업체를 방문해 확인해본 결과 오비맥주가 판매하는 카프리, 카스 등에서 ​실제로 이물질이 묻어나왔다.

 

카프리 맥주병에서 기름이 묻어나온 사실을 파악한 건 은평구에서 10년째 주점을 운영하는 바텐더 A 씨다. 그는 1~2월쯤 오비맥주 측에 카프리 병에서 기름이 묻어난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A 씨는 “1~2주 후 오비맥주 슈퍼바이저가 가게를 방문해 ‘이게 왜 문제냐. 식약처도 문제라고 안 한다’며 반박했다”고 설명했다. 이후 A 씨는 식약처에 민원을 넣었다.

 

오비맥주 카스 맥주병에서도 기름종이에 이물질이 묻어나왔다. 사진=허일권 인턴기자

 

식약처는 4월 오비맥주 이천공장을 방문해 맥주병에 코팅제 목적으로 2종 세척제를 사용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다만 맥주병 외부에 묻은 코팅제는 식품과 직접 접촉하거나 섭취될 우려가 없어 식품위생법으로 제한하기 어렵다며 오비맥주에 충분히 건조 후 제품을 출고하도록 권고했다.

 

식약처 관계자는 “해외 주류업체 사례를 찾아보니 병끼리 부딪히면 유리 등이 날릴 수 있어 맥주병에 코팅을 하고 있으며, 우리나라에선 코팅이 문제되지 않는 것으로 파악된다”고 말했다. 오비맥주는 식약처 권고 이후에도 맥주병에 제2종 세척제를 사용했다.

 

식약처는 오비맥주 이천공장에 방문해 제2종 세척제로 맥주병을 코팅한 후 완전히 건조하지 않고 유통했다는 사실을 4월 확인했다. 사진=제보자 제공

 

맥주병에 제2종 세척제나 기름이 묻는 건 흔한 일이 아니다. 업계 관계자는 “재활용된 맥주병은 자동세척공정을 거쳐 제2종 세척제로 병을 닦은 후 고온, 고압처리 후 물로 깨끗하게 씻는다. 물기는 한 방울도 남지 않도록 건조한다”며 “제2종 세척제는 비눗물인데 그게 묻어서 출고되거나 병에 기름처럼 미끌미끌한 무언가가 묻은 채 출고되는 건 일반적이지 않다”고 말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도 “수거된 맥주병은 3중 과정을 거쳐 병을 씻고 이물질이 묻었는지 확인해 출고 후 이물질이 묻어나오지 않게 한다”고 말했다.

 

재활용 과정에서 세척제가 병에 남거나 세척제를 코팅제로 사용하면 문제가 없는지 환경부에 문의했다. 환경부 자원재활용과 관계자는 “주류업체는 자체적으로 병을 수거해 재활용하고 있어, 재활용 등급평가를 통한 유해성을 (환경부에서) 검증하지 않는다”며 “재활용 과정에서 세척제를 사용하거나 코팅제로 쓰는 건 우리 소관이 아니다. 화학물질 관련 부처에 문의하는 게 좋겠다”고 답했다.

 

A 씨는 “5월에 오비맥주 관계자들이 다시 ​가게를 방문해 ‘제2종 세척제를 윤활제로 사용하고 건조를 안 해서 출고된 것은 우리 과실이다. 다만 제2종 세척제에 팜유가 들어가고 미국식품의약국(FDA) 승인을 받아 섭취해도 문제가 없다’고 했다”고 설명했다. 오비맥주는 A 씨 가게에서 맥주병을 회수해 자체검사 후 결과를 알려주겠다고 했지만, 현재까지 답이 없다.

 

​제2종 세척제는 메틸알콜, 비소, 중금속 등이 포함된 화학물질이다. ​전문가들은 세제 성분이 남지 않도록 물로 ​충분히 헹궈야 한다고 강조했다.

 

오비맥주의 말대로 제2종 세척제는 섭취하거나 코팅제로 사용해도 괜찮을까?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이 2017년 발간한 ‘세척제 허용 원료성분 안전성 검토 및 관리제도 개선 연구’에 따르면 2종, 3종 세척제를 사용한 후에는 세척제가 잔류하지 않도록 음용에 적합한 물로 씻어야 한다. 또 2종, 3종 세척제를 용도 이외에 사용하거나 규정사용량 이상을 넘어선 안 된다.

 

대한화학회장을 역임한 이덕환 서강대 화학과 명예교수는 “당연히 섭취하면 안 된다. 제2종 세척제는 인체·환경 독성과 기구에 잔류할 가능성을 고려해 정부가 승인했다. 식품 가공이나 조리에 사용하는 기구를 세척하는 용도로 써야만 한다. 세척 후에 세척제가 잔류하지 않도록 충분히 헹구는 작업이 필수다”고 말했다.

 

최원준 가천대길병원 직업환경의학과 교수는 “기본적으로 좋을 게 없다. 깨끗하게 닦는 게 기본이다. 2종 세척제도 종류가 다양해 어떤 종류냐 양이 얼마냐에 따라 다르겠지만, 세척제는 섭취하거나 피부에 닿으라고 만든 게 아니다. 과일을 씻어도 된다고 한 1종 세척제도 충분히 씻으라고 하지 묻은 걸 먹으라고 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제2종 세척제는 메틸알콜, 비소, 중금속 등이 포함된 화학물질이다. 병맥주를 마실 때 손에 세척제를 묻힌 채 감자튀김, 피자, 팝콘 등의 핑거푸드를 먹으면 세척제도 함께 먹게 된다. 그러나 오비맥주 맥주병 라벨에 ‘제2종 세척제를 사용해 코팅했으므로 닦아서 섭취하라’는 주의문구는 없다.

 

한편 오비맥주 제조 공정에서 문제가 발생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2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오비맥주의 카스 병맥주에서 이물질이 발견됐다는 게시글이 올라왔다. 현재 이 게시글은 삭제됐지만,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는 “민원이 들어온 만큼 조사가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최근에는 저렴한 중국산 맥아를 사용해 맥주를 제조한 사실도 확인됐다.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운영하는 식품정보포털 ‘식품안전나라’에 따르면 오비맥주는 지난해 3월 21일부터 올해 12월 10일까지 147회 수입한 맥아 중 중국산을 41회 수입했다. 중국산 맥아를 사용해 맥주를 제조하는 곳은 국내에서 오비맥주뿐이다.

 

앞서 2013년에는 제조 과정에서 실수로 식품용 가성소다 희석액이 혼입된 것으로 추정되는 ‘OB골든라거’ 11만 병을 회수한 바 있다. 2014년은 오비맥주에서 소독약 냄새가 난다는 민원이 총 18건 접수돼 진통을 겪었지만, 식약처가 조사를 진행해 이상이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오비맥주 측은 “우리가 사용하는 제2종 세척제는 미국 국가위생국(NSF), 미국식품의약국(FDA) 승인을 받았다. 미네오일, 팜오일이 주요 성분으로 섭취해도 인체에 무해하다. 소량의 접착 성분 때문에 2종 세척제로 분류됐다. 또 식약처 권고사항에 따라 건조를 하고 있는데 코팅제가 수용성이라 병 외부에 수분 접촉이 일어나면서 코팅제가 녹아 끈적임이 발생할 수 있다. 코팅은 국내 맥주병, 음료병 등을 재활용하는 곳에서 공통으로 하는 일이다”라고 답했다.

 

미국 국가위생국(NSF), 미국식품의약국(FDA)에서 승인받은 보고서 공개 여부에 대해서는 “추후 확인이 필요한 부분”이라며 답변을 미뤘다.

허일권 인턴기자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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