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이른바 ‘타다 금지법’으로 불리는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 개정안을 두고 관련 모빌리티 기업들이 연일 불만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타다’ 모회사인 쏘카 이재웅 대표는 10일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국민 편의나 신산업에 대한 고려 없이 택시 산업의 이익 보호만 고려했다”며 개정안을 강력하게 비판했다. ‘차차밴’을 운영하는 차차 크리에이션은 운전기사들이 직접 나섰다. 이들은 1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택시업계 보호를 위해 일자리를 박탈당할지 몰랐다”며 타다 금지법을 ‘택시만을 위한 쇄국 입법’으로 주장했다.
하지만 이들을 제외한 다른 모빌리티 스타트업 분위기는 자못 다르다. 복수의 업계 관계자들은 여객자동차법 개정안이 입법돼야 모빌리티 시장의 불확실성을 어느 정도 해소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동안 모빌리티 스타트업들이 포지티브 규제 탓에 많은 혼란을 겪어야 했기 때문이다. 세계적인 승차 공유 플랫폼 우버가 주력 모델인 ‘우버 엑스’ 서비스를 국내에서 1년 6개월 만에 접어야 했던 것과 최근에는 타다가 렌터카 기반 서비스인 ‘타다 베이직’을 종료해야 할 상황이 이와 같은 맥락이다.
무료 카풀 서비스 ‘풀러스 제로’를 운영 중인 풀러스 관계자는 “타다 서비스는 가입자 150만여 명이 만족했던 서비스다. 그런 타다가 무너질 위기에 처한 것을 보며 같은 스타트업으로서 안타깝다”면서도 “법 테두리 안에서 서비스를 해야 하는 게 맞다”고 말했다.
‘마카롱 택시’를 운영하는 KST모빌리티 관계자 역시 “관련법이 정확히 마련돼야 사업을 이어가든 다른 사업을 모색하든 할 텐데 법안이 모호해 그동안 사업 확장에 장애가 있었다. 세계적인 기업들이 앞서 나갈 때 국내 스타트업들은 멈춰 있어야 했다”며 “타다 금지를 찬성하는 건 아니지만, 개정안이 통과해야 전체적인 모빌리티 사업 방향이 나온다. 법의 유불리는 우리가 판단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모빌리티 기업 관계자도 “앞으로 모빌리티 시장의 발전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 그러나 하나의 서비스를 개발할 때 더는 시행령 찾아 헤매고 싶지 않다. 모빌리티와 관련된 정확하고 구체적인 법안이 필요한 이유”라고 강조했다.
다만 모빌리티 스타트업들은 새로운 서비스 출시까지 여전히 시간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현재 개정안은 국토부가 7월 17일 발표한 택시 제도 개편방안을 큰 틀에서만 다룬 법안이기 때문이다. 가령 이번 개정안에는 ‘플랫폼 운송사업자’라는 새로운 항목이 담겨 있지만, 차량 확보, 운영 방법, 서비스 형태, 내·외관 규정, 기여금 산정 방법 등은 구체적으로 정해지지 않아 시행령에서 다뤄야 한다.
앞서의 익명 모빌리티 기업 관계자는 “개정안이 통과되면 모든 것이 바뀌는 것처럼 알고 있는 이들이 적지 않다. 그러나 사실 개정안에 담긴 내용이 별로 없다. 앞으로가 더 중요하다”며 “개정안을 바탕으로 시행령을 정하는 국토부의 역할이 중요하다. 스타트업들이 새롭게 모빌리티 서비스를 준비하려면 세부적인 사항이 시행령에 꼭 담겨야 한다. 자칫 잘못하면 카풀과 같은 사례가 반복될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그의 주장처럼 2018년 승차 공유를 모델로 한 카풀 서비스는 여객자동차법상 등록된 사업용 자동차가 아닌 자차로 유상운송 서비스를 한다는 이유로 불법 논란에 휩싸였다. 결국 카풀 서비스는 3월 ‘택시·카풀 사회적 대타협’이라는 명목으로 사실상 유상 운송을 접어야 했다.
풀러스 관계자는 “(개정안 통과는) 어쩔 수 없겠지만, 이대로 법안이 진행된다면 영세한 스타트업들은 다 죽는다. 택시와 플랫폼 사업자들이 상생할 수 있는 최선의 방향으로 시행령이 잘 규정됐으면 좋겠다”고 희망했다.
10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심사와 본회의를 통과할 것으로 전망했던 여객자동차법 개정안은 일시 계류 중이다. 법사위 전체회의가 열리지 않아 10일 열린 본회의에도 상정되지 않았다. 여야 간 큰 이견이 없어 표결에만 들어가면 통과할 가능성이 높지만, 본회의에 앞서 법사위 일정도 정해지지 않은 데다가 이 개정안보다 중요한 법안이 산적해 연내 통과 불발 가능성도 점쳐진다.
박찬웅 기자
rooney@bizhankook.com[핫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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