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이재현 CJ그룹 회장이 지주사 지분을 두 자녀에게 증여하고 이에 따른 세금을 내는 형태의 승계 작업에 돌입했다. 예상 증여세액만 700억 원에 달할 전망이지만, 일각에서는 여기에도 약간의 꼼수가 숨어 있다고 지적한다. 의결권이 있는 보통주보다 주가는 낮으면서 의결권이 보장된 신형우선주를 통해 회사 지배력을 넘겨서다. 즉, 과세 대상을 축소해 증여세를 최대한 적게 내려 했다는 설명이다.
CJ는 이재현 회장이 지난 9일 CJ 신형우선주인 CJ우(전환) 184만 1336주를 이경후 상무와 이선호 부장에게 92만 668주씩을 증여했다고 공시했다. 이날 CJ우(전환) 종가 6만 5400원 기준 증여규모는 1204억 원 수준이다. CJ는 총 700여억 원의 증여세가 발생할 것으로 추산했다.
이번에 증여한 주식은 이재현 회장이 지난해 말 배당으로 받은 주식이다. 당시 CJ는 한 주당 0.15의 신형우선주를 배당했다. 배당 주식 총수는 422만 6513주. 원칙적으로 신형우선주는 의결권이 없다. 하지만 그룹 승계를 위해서는 의결권 있는 주식이 필요하다. 의결권이 없는 우선주가 보통주보다 30~50% 낮은 가격에서 거래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 증여 관련 공시를 살펴보면 몇 가지 단서 조항이 붙었다. 우선 신형우선주는 일정 사업연도 기간 우선배당을 하지 않는다는 이사회 결의가 있을 경우 해당 기간 동안 의결권이 살아난다. 여기에 발행 10년 뒤인 2029년에는 보통주로 전환도 가능하도록 했다. 즉, 상황에 따라 신형우선주를 통해 얼마든지 경영에 참여할 수 있다. 이 회장이 증여한 신형우선주를 시장에서 사실상 의결권이 있는 주식으로 보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게다가 본격적인 승계 이전에는 우선주의 지위를 갖는 편이 유리하다. CJ가 액면금액 기준 연 2%의 우선배당을 실시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우선주의 주가가 보통주보다 낮은 점도 승계에 유리한 대목이다. 우선주인 CJ우(전환) 주가는 9일 종가 기준으로 보통주 대비 72% 수준이다. 지난 8월 16일 상장 이후 장중 최저가를 기록했을 때에는 CJ 보통주의 66% 수준까지 내려갔다. 주식의 가치가 낮을수록 증여세 과세대상이 축소되기 때문에 세금을 적게 낼 수 있다.
그렇다면 이경후 상무와 이선호 부장에게 부과될 증여세 규모는 얼마일까. 현행 법상 30억 원 이상의 증여가 발생할 경우 거래액의 50%가 세금으로 부과된다.
다만 이경후 상무와 이선호 부장에게 부과될 증여세가 확정되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하다. 상속세 및 증여세법 63조에 따르면 증여 대상이 되는 상장주식의 평가는 평가기준(증여 시점)일 이전과 이후 각 2개월 동안 종가의 평균액을 기준으로 산정한다. 이 상무와 이 부장 입장에서 증여세 부담이 완화하려면 향후 주가가 하락하는 것이 유리하다.
CJ 관계자는 “이재현 회장과 두 자녀 사이에 정상적인 방법으로 지분 증여가 이뤄졌다”면서 “향후 부과될 증여세를 납부할 예정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시장에서 결정되는 CJ우(전환) 주가에 따라 증여세액이 결정되기 때문에 신형우선주를 통해 증여세를 회피했다는 지적은 수긍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박호민 기자
donkyi@bizhankook.com[핫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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