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보이즈 투 맨(Boyz II Men)이 곧 내한공연을 합니다. 1990년대 초, 아카펠라 리듬앤블루스(R&B)로 팝시장을 풍미했고, 지금까지 활발하게 활동하는 그룹입니다. 달콤한 발라드가 주무기로, 일본을 비롯한 아시아에서 인기가 대단했습니다.
보이즈 투 맨은 초기에 ‘아카펠라 R&B’라는 음악 캐릭터를 확실히 구축했습니다. 덕분에 전성기 이후에도 대중들에게 잘 알려진 곡을 자신만의 색깔로 리메이크하면서 그룹의 생명을 늘릴 수 있었습니다. 오늘은 그 중에서도 12월에 잘 맞는, 보이즈 투 맨의 ‘크리스마스 음악’에 대해서 이야기해보려 합니다.
보이즈 투 맨의 첫 크리스마스 앨범 ‘크리스마스 인터프리테이션(Christmas Interpretation)’은 이들의 전성기인 1993년에 나왔습니다. 기념비적인 1집으로 팝 음악계를 정복해버린 보이즈 투맨은 여세를 몰아, 창작곡으로만 이뤄진 크리스마스 캐롤 앨범을 냈습니다.
그 중심에는 한국에서도 엄청난 인기를 구가하는 R&B 아티스트. 브라이언 맥나이트(Brian McKnight)가 있었습니다. 가수뿐 아니라 프로듀서로도 전성기였던 그는 대다수의 곡을 프로듀싱하며 보이즈투맨을 지원했습니다. 타이틀곡 ‘렛 잇 스노우(Let It Snow)’에서 피처링을 맡기도 했습니다. 사실상 ‘제5의 멤버’ 느낌이었지요.
보이즈 투 맨의 ‘렛 잇 스노우(Let It Snow)’
타이틀곡 렛 잇 스노우는, 같은 이름의 유명 캐롤에서 제목을 따왔지만 전혀 다른 곡입니다. 당시 전성기던 보이즈 투 맨 특유의 R&B 하모니를 한껏 살린 음악이었지요. 지금 들어도 촌스럽지 않은 보이즈 투 맨 특유의 달달하면서 밝은 감성을 느낄 수 있습니다.
보이즈 투 맨의 두 번째 크리스마스 앨범 ‘윈터/리플랙션(Winter/Reflection)’은 2005년에 발매됐습니다. 전성기는 지난 상황이었지요. 윈터/리플랙션은 일본을 타깃으로 만들었습니다. 음반 시장이 활발했고 지금까지 보이즈 투 맨이 뜨거운 사랑을 받고 있는 곳이죠.
윈터/리플랙션의 앨범 절반은 제이팝(J-Pop) 겨울 노래, 발라드 커버로 채워져 있습니다. 보이즈 투 맨이 일본어를 모르기에 가사는 모두 영어로 개사됐지만 말이죠. 나머지 절반은 좀 더 정통적인 크리스마스 노래를 보이즈투맨의 아카펠라 스타일로 편곡해 채웠습니다.
크리스마스 인터프리테이션도 그랬듯 윈터/리플랙션은 정규 앨범에서 자제했던 멜랑콜리한 발라드 감성, 아시아 취향의 발라드를 가득 넣었습니다. 캐롤조차 단조의 발라드가 많습니다.
보이즈 투 맨의 ‘디스 크리스마스(This Christmas)’
조금 처질 수 있는 앨범에 감초처럼 들어있는 리메이크 곡이 ‘디스 크리스마스(This Christmas)’입니다. 유명 캐롤을 보이즈 투 맨 특유의 아카펠라로 재해석했지요. 업 템포의 발랄한 노래이와 보이즈 투 맨의 달콤함이 만나 지금 들어도 ‘우울해지지 않는’ 멋진 겨울 노래가 완성됐습니다.
2010년, 보이즈 투 맨은 또 하나의 겨울 앨범 ‘커버드:윈터(Covered:Winter)’를 냅니다. 이번에도 일본 시장을 겨냥한 앨범이었습니다. 일본 노래만 9곡을 리메이크했습니다. 우타다 히카루의 ‘퍼스트 러브(First Love)’처럼 우리에게도 익숙한 곡이 많지요.
전반적으로 제이팝을 영어 가사와, 보이즈 투 맨 특유의 흑인 창법으로 재해석해 ‘전혀 새로운 팝’을 만들었다는 느낌이 강한 음악입니다. 제이팝적 멜로디인만큼 동양적이면서도 보이즈 투 맨의 색깔이 가미돼 기존 일본 음악과는 또 다른 무언가가 됐습니다.
보이즈 투 맨의 ‘스노우플라워(Snowflower)’
한국 대중이 흥미롭게 들어봄직한 곡은 ‘스노우플라워(SnowFlower)’입니다. 눈의 꽃, 맞습니다. 박효신이 리메이크해 공전의 히트를 기록한 바로 그 곡입니다. 동양적인 느낌의 단조 발라드를 보이즈 투 맨은 특유의 유려한 가창력으로 전혀 다르게 재해석했습니다. 발라드를 좋아하는 분들이라면 꼭 들어볼만한 음악입니다.
초기에 보이즈 투 맨은 창작곡으로 캐롤을 채우는 과감한 시도를 했습니다. 이후에는 크리스마스 캐롤 리메이크, 종국에는 일본 곡 리메이크를 시도했죠. 미국 시장에서 점점 밀려나 자신을 불러주는 다른 시장에 적응하기 위해 노력하던 모습을 일정 부분 반영하는 걸 수도 있습니다.
모든 음악은 달이 차면 기웁니다. 언젠가는 전성기가 지나게 됩니다. 그럴 때 ‘크리스마스 캐롤’처럼 익숙한 무언가를 활용해, 이미 확립한 자신만의 음악으로 이를 재해석한다면 얼마든지 가수는 생명력을 연장할 수 있습니다. 유튜브를 통해 과거 음악이 최신 음악과 대등하게 경쟁하는 요즘에는 더더욱 말이죠. 최고의 알앤비 아카펠라 그룹이 시장에서 살아남는 방식. 보이즈 투 맨의 크리스마스 앨범이었습니다.
김은우 NHN에듀 콘텐츠 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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