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한국은행은 11월 29일 올해 우리나라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2.2%에서 2.0%로 하향 조정했다. 올해 한국 경제는 한은의 성장률 전망치 하향조정이 보여주듯 어려운 상황이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4일 혁신성장전략회의 이후 취재진에게 “디플레이션(경기 침체 속 속 물가하락)에 대한 심각한 우려는 맞지 않다”면서도 “올해 특히 어려운 것은 인정할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그런데 올해 특히 경제가 어려운 국가가 주요 국가들 중 한국뿐이라는 점에서 우려를 키우고 있다.
한 나라의 경제 상황을 반영하는 주가지수를 보면 한국의 경제 상황은 암담하다. 미국 경제전문 매체인 마켓인사이더에 따르면 4일 종가 기준으로 주요국 중 최근 1년 사이에 주가지수가 마이너스를 기록한 곳은 한국과 홍콩 등 2곳에 불과했다. 코스피 지수는 4일 종가가 2068.89로 1년 전에 비해 2.15%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홍콩의 경우 항생지수가 1년 사이 4.39% 떨어졌다. 홍콩이 범죄인 인도법안을 둘러싼 민주화 시위가 5개월 넘게 이어지면서 경제에 큰 타격이 가해진 점을 감안하면 한국의 경제 상황이 가장 안 좋은 셈이다.
이에 반해 미국은 3대 지수인 다우존스지수, 나스닥지수, S&P500지수 모두 1년 사이 10% 넘게 뛰었다. 다우존스지수는 10.48%, 나스닥지수는 19.67%, S&P500지수는 15.28% 상승했다. 일본 니케이 지수도 1년 동안 4.99% 상승했다. 이런 경제 성적표 덕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나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여러 구설수에도 흔들리지 않고 있다. 중국 역시 미국과의 무역 전쟁에도 상하이 지수가 1년 동안 7.96% 상승했다. 호주(15.82%), 인도(13.05%) 등 다른 아시아 국가들의 주요 지수도 큰 폭으로 뛰었다.
유럽 국가들도 주가지수가 호조세였다. 독일 DAX 지수는 1년 동안 15.93%, 프랑스 CAC40 지수는 15.70% 상승했다.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를 둘러싸고 정치적 혼란에 빠져있는 영국의 FTSE100 지수도 1년 사이 2.36% 올랐다. 크림반도 강제 병합 후 미국과 유럽의 경제 제재를 받고 있는 러시아도 RTS 지수가 1년 사이 23.72% 급등했다.
한국 주가가 주요국 중 가장 나쁜 것은 문재인 정부가 내세운 경제 정책과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문재인 정부는 출범과 함께 경제 정책으로 소득주도 성장, 혁신성장, 공정경제의 세 가지를 내세웠다. 이 가운데 주가를 부양시킬 수 있는 정책은 소득주도 성장과 혁신성장 두 가지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통계자료를 보면 한국은 소득주도 성장과 혁신성장 2가지 모두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OECD에 따르면 올 3분기 한국 성장률(전기 대비)은 0.4%로 나타났다. 지출 부문에서 정부소비는 1.4% 늘어난 반면 민간소비는 0.2% 증가에 그쳤고, 총고정자본형성(투자)은 2.7% 감소했다. 소득주도 성장에도 민간소비는 지지부진했고, 혁신성장에도 기업 투자는 얼어붙다 못해 퇴보했다. 이주열 한은 총재가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낮추면서 “수출과 투자 회복세가 지연되고 소비 증가세가 둔화한 점을 반영했다”고 말한 배경을 보여주는 수치다.
이는 다른 OECD 국가들과 비교하면 더욱 분명하게 드러난다. 일본은 3분기 성장률이 0.1%였는데 정부소비 증가율 0.5%, 민간소비 증가율 0.4%, 총고정자본형성 증가율 0.9%였다. 정부와 기업, 가계의 경제 3주체가 골고루 성장을 이끈 것이다. 올 3분기 0.3%의 성장률을 기록한 캐나다는 정부소비 증가율 0.2%, 민간소비 증가율 0.4%, 총고정자본형성 증가율 2.4%였다. 정부 지출보다 기업 투자에 성장을 기댄 것이다.
0.3% 성장률을 나타낸 프랑스도 정부소비 증가율 0.5%, 민간소비 증가율 0.4%, 총고정자본형성 증가율 1.2%로 캐나다처럼 기업 투자가 성장 디딤돌이 됐다. 미국은 올 3분기 0.5% 성장을 기록했는데 정부소비 증가율 0.5%, 민간소비 증가율 0.7%, 총고정자본형성 증가율 -0.2%로 나타나 가계가 성장을 견인했다. 문재인 정부가 내세웠던 소득주도 성장을 미국이 이뤄내고 있는 셈이다.
이승현 저널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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