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우리나라에서 가장 비싼 공동주택에는 누가 살고 있을까. 비즈한국이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공개된 전국 아파트, 오피스텔, 연립·다가구주택의 실거래가 자료를 분석해 국내 최고가 주택에 사는 대한민국 0.1%의 삶을 시리즈로 조명한다.
그동안 한남더힐(한남동), 피엔폴루스(청담동), 갤러리아포레(성수동1가), 효성빌라(청담동), 상지리츠빌카일룸(삼성·청담동), 제이하우스·더하우스(한남동 유엔빌리지), 마크힐스(흑석·청담동), 롯데월드타워 시그니엘 레지던스(신천동), 서울숲트리마제(성수동1가), 이니그마빌(청담·도곡동)에 사는 기업인과 연예인에 대해 알아봤다.
이 시리즈의 마지막 순서로 서초구 서초동에 위치한 트라움하우스를 살펴본다(관련기사 대한민국 0.1%만의 공동주택 ① '옛 타워팰리스의 향기' 한남더힐, ② '최순실 오피스텔' 피엔폴루스, ③ '지드래곤 아파트' 갤러리아포레, ④ '정해인이 최근 매입' 청담동 효성빌라, ⑤ '한 층에 한 가구' 상지리츠빌카일룸 (1), ⑤ '청담동 연예인타운' 상지리츠빌카일룸 (2), ⑥ '아파트만큼 비싼 빌라' 제이하우스&더하우스, ⑦ '장동건·고소영 러브하우스' 마크힐스, ⑧ '국내 최고가 오피스텔' 롯데월드타워, ⑨ '연예인 아파트' 서울숲트리마제, ⑩ '재벌가 타운' 청담·도곡동 이니그마빌).
#트라움하우스는?
3월 14일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2019 공동주택 공시가격안’에 따르면 서초구 서초동에 위치한 연립주택 트라움하우스5의 공시가격은 68억 6400만 원(전용면적 273㎡, 82.58평)으로, 2006년 이후 14년 연속 전국 최고가 공동주택에 선정됐다. ‘최고가 아파트’로 유명한 한남더힐은 공시가격이 54억 6400만 원(전용면적 244.78㎡, 74.05평)으로 2위이며, 2019년 전국 아파트, 오피스텔, 연립·다가구주택의 실거래가 순위에서는 1위에 이름을 올렸다.
1955년생 박성찬 트라움하우스 회장은 만 36세의 나이에 건설업체 ‘트라움하우스’를 설립한 후 서초구 서초동 서리풀공원 일대에 트라움하우스1(1992년 2월 준공), 트라움하우스2(1996년 4월), 트라움하우스3(2002년 1월), 트라움하우스5(2003년 4월)를 준공함으로써 고급 연립주택 단지를 형성했지만, 외부 활동을 자제한 탓에 ‘은둔의 경영자’로 알려진다. 트라움하우스2(19세대)는 현대건설, 트라움하우스3(19세대)는 두산건설, 트라움하우스5(18세대)는 트라움하우스가 시공을 맡았다. 트라움하우스1의 시공업체는 건축물대장에 공개되지 않았다.
2008년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트라움하우스5를 매입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트라움스하우스의 비밀 공간이 공개되기도 했다. 전쟁 시 거주자들이 안전하게 대피할 수 있는 지하 벙커가 지하층에 마련돼 있었던 것이다. 비즈한국이 트라움하우스의 건축물대장을 확인해보니, 트라움하우스3와 트라움하우스5의 A·B·C동에만 지하 벙커가 마련돼 있었다. 특히 트라움하우스3의 경우 지하 3층에 지하 벙커가 있는데, 면적이 84.64㎡(25.6평)에 불과해 19세대가 장기간 머물기에는 좁은 편에 속했다.
반면 트라움하우스5에는 지하 4층에 대피소, 지하 2층에 주민공동시설이 별도로 구분돼 있다. A동(8세대)의 경우 대피소가 225.95㎡(68.35평), 주민공동시설이 306㎡(92.57평), 세대공용창고 및 통로가 364.46㎡(110.25평), B동(6세대)의 경우 대피소가 161.45㎡(48.84평), 주민공동시설이 218.64㎡(66.14평), 세대공용창고 및 통로가 207.96㎡(62.91평) 규모이며, C동(4세대)의 경우 대피소(112.9㎡, 34.15평)와 주민공동시설(152.88㎡, 46.25평)만 마련돼 있다. 4~8세대가 장기간 머물기에 충분한 공간이다.
‘대한민국 0.1%만의 공동주택’ 시리즈의 마지막 순서로, ‘지하 벙커’가 마련된 고급 연립주택 트라움하우스3와 트라움하우스5 주택을 소유한 기업인에 대해 알아본다.
#트라움하우스를 소유한 30대 그룹 총수 일가는?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은 2008년 11월 트라움하우스5 A동 2·3층에 위치한 복층 구조의 주택(273.83㎡, 82.83평)을 95억 원에 매입해 11년째 소유하고 있다. 2층 면적이 5.5㎡(1.66평)에 불과한 점으로 미뤄 출입문과 현관, 3층으로 오르는 계단이 자리한 것으로 추정된다. 3층 면적은 268.33㎡(81.17평)에 달한다. 이 회장은 용산구 이태원언덕길(이태원동)의 삼성가족타운 내에 3채의 단독주택을 비롯해 한남동, 장충동1가, 삼성동에도 단독주택 1채씩을 보유해 7주택자에 해당된다.
삼성 총수 일가 가운데 이건희 회장보다 먼저 트라움하우스를 소유한 사람이 있다. 바로 이 회장의 딸 이부진 호텔신라 대표이사 사장이다. 이부진 사장은 2001년 4월 트라움하우스3 11층에 위치한 단층 구조의 주택(243.76㎡, 73.74평)을 매입해 소유하다가 2006년 1월 이행명 명인제약 회장에게 매각했다. 반포동 궁전아파트에서 살았던 이행명 회장은 2013년 10월에야 트라움하우스3로 이사했고, 6년째 이곳에 거주하는 것으로 알려진다.
1992년부터 1995년까지 삼성중공업에서 대표이사로 근무했던 경주현 전 대표이사도 2002년 4월 트라움하우스5 A동 지하 1층과 지상 2층에 위치한 복층 구조의 주택(273.85㎡, 82.84평)을 2002년 4월 부인과 공동명의로 분양받았다. 지금까지 17년째 거주하는 것으로 알려진다.
경주현 전 대표의 이웃사촌은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친동생인 최재원 SK그룹 수석부회장이다. 최재원 수석부회장도 경 전 대표와 동일한 시기에 트라움하우스5 A동의 지하 1층과 지상 1층에 위치한 복층 구조의 주택(273.83㎡, 82.83평)을 단독 명의로 분양받았다. 그는 주택을 매입한 지 18개월 만인 2003년 10월에야 서빙고동 신동아아파트에서 트라움하우스5로 이사했다.
부동산등기부에 따르면 최 수석부회장은 2017년 11월 재산세를 체납해 서초세무서로부터 주택을 압류 당했다. 압류등기는 설정된 지 11일 만에 말소됐다. 앞서 2005년 5월과 6월 두 차례에 걸쳐 중소기업은행에서 채권최고액 24억 원의 주택담보대출을 받았는데, 아직 해제되지 않은 채 남아 있다.
지난 5월 공정거래위원회가 발표한 재계 순위에서 23위에 이름을 올린 한국투자금융지주의 총수 김남구 부회장은 2006년 10월 트라움하우스3 주택(273.86㎡, 82.84평)을 50억 원에 매입했으나, 이곳에 거주하는지는 명확하지 않다. 자택주소지를 13년째 압구정동 현대아파트 107동 3층 아파트에 둔 까닭이다. 그가 소유한 주택에 전세권이나 근저당권도 설정되지 않아 임대 여부를 파악할 수도 없다.
#트라움하우스3에 사는 기업인은?
트라움하우스3의 3·4층 복층 주택에는 허진규 일진그룹 회장과 김재철 동원그룹 회장이 거주한다. 두 사람은 트라움하우스3가 완공되기 전인 2000년 9월과 2001년 6월에 동일한 면적의 복층 주택(273.86㎡, 82.84평)을 각자 분양받았고, 2002년 3월 입주한 것으로 알려진다.
‘카지노 대부’로 불렸던 고 전락원 전 파라다이스그룹 회장이 2002년 9월에 매입한 5·6층 복층 주택(273.86㎡, 82.84평)은 2004년 11월 아들 전필립 현 파라다이스그룹 회장에게 소유권이 넘어갔다. 부동산등기부에 기재된 등기원인은 ‘협의분할에 의한 상속’이 아닌 ‘유증’이다. 고 전 회장이 사망하기 전에 전필립 현 회장에게 주택의 소유권을 넘겨주겠다고 유서에 남겨뒀다는 의미다.
전필립 회장은 2004년 11월부터 트라움하우스3에서 살다가 2015년 6월 방배동에 위치한 단독주택으로 이사 갔다. 2018년 5월에는 트라움하우스3를 담보로 내세워 우리은행 장충남금융센터에서 채권최고액 22억 원의 대출을 받았으며, 이 주택을 임대했는지는 부동산등기부에서 확인되지 않는다. 한편 전 회장은 현 거주지인 방배동 단독주택을 2012년 4월 난다모생활건강으로부터 48억 8000만 원에 매입해 소유하고 있다.
경남 양산시에 본사를 둔 동아타이어공업의 김상헌 대표이사는 전 회장의 바로 앞집을 2015년 1월 49억 원에 부인과 공동명의로 매입했다. 부동산등기부와 법인등기부에 따르면 김 대표는 부산시 해운대구에 위치한 달맞이경동메르빌 19층 아파트, 부인 이 아무개 씨는 도곡동 타워팰리스 E동 48층 아파트에 주민등록상 거주지를 두고 있다.
2017년 6월 용산구 이태원동 유엔군사령부 부지를 1조 552억 원에 낙찰 받아 화제를 모았던 일레븐건설의 엄석오 회장도 6·7층 복층 주택(273.86㎡, 82.84평)을 2007년 6월 45억 원에 매입했다. 그는 2012년 12월 압구정동 현대아파트에서 트라움하우스3으로 이사해 7년째 거주하고 있다. 2016년 8월에는 서울보증보험 천안지점에서 일레븐건설 명의로 채권최고액 36억 2800만 원의 주택담보대출을 받았다.
독점적 최루탄 생산으로 군사정권 시절 막대한 부를 축적한 한영자 삼양화학그룹 회장과 2001년 하림그룹의 계열사로 편입된 제일사료의 이희택 전 회장도 트라움하우스3에 산다. 2001년 9월 한 회장이 복층 구조의 7·8층 주택(273.86㎡, 82.84평)을 한 달 후 이 전 회장이 9·10층 주택(273.77㎡, 82.82평)을 대출 없이 현금 매입했다. 12층 펜트하우스는 2000년부터 2002년까지 한나라당 부총재를 지냈던 고 김진재 전 의원이 소유했으나, 2005년 10월 사망하자 아들 김세연 현 자유한국당 의원(부산 금정구)에게 상속됐다.
#트라움하우스5에 사는 기업인은?
트라움하우스5 A동에는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을 비롯해 최재원 SK그룹 수석부회장, 김상열 호반건설 회장, 김석규 한국몬테소리 회장, 이덕문 한국디자인직업전문학교 대표 등이 주택을 소유한 것으로 조사됐다.
최재원 SK그룹 수석부회장의 거주지 바로 윗층 주택을 소유한 기업인은 김상열 호반건설 회장이다. 김 회장은 자신이 대표자로 참여한 경주김씨태성공파종회, 부인 우현희 태성문화재단 이사장, 아들 김대헌 호반건설 부사장과 함께 합유자 자격으로 2015년 12월 A동 1·2층 주택(273.83㎡, 82.83평)을 70억 원에 매입했다. 2018년 2월 경주김씨태성공파종회가 합유자에서 탈퇴해 현재는 김 회장 일가 세 사람만 소유권을 갖는다. 부동산등기부와 법인등기부에 따르면 김 회장 일가는 자택주소지를 트라움하우스5 A동이 아닌 광주광역시 동구 소태동에 위치한 태성빌라에 두고 있다. 한편 합유자 자격으로 주택을 보유하면 한 사람이 사망하더라도 제3자에게 상속되지 않고, 다른 합유자에게 소유권이 이전된다.
바로 앞집에는 교육전문기업 한국몬테소리의 김석규 회장이 산다. 이들은 2003년 10월 273.85㎡(82.84평) 면적의 1·2층 복층 빌라를 매입했고, 이듬해 4월 인천 남동구 만수동 현대아파트에서 트라움하우스5 A동으로 이사 왔다.
이건희 삼성 회장이 소유한 주택 바로 앞집에는 이덕문 서울디자인직업전문학교 대표가 거주한다. 이 대표는 2002년 3월 김석규 회장과 동일한 면적의 2·3층 주택을 매입했고, 2003년 5월 이곳에 입주했다. 부동산등기부에는 한국토지주택공사가 2011년 2월과 6월 두 차례에 걸쳐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청구한 부동산가압류 가처분 소송이 받아들여져 6억 1201만 8000만 원 상당의 가압류등기가 설정됐다가 그해 8월 동시에 등기 말소된 흔적이 남아 있다.
B동 지하 1층·지상 1층 복층 주택(273.88㎡, 82.85평)은 세종시 전동면에 거주지를 둔 이선용 아시안스타 대표이사가 소유하며, 그 옆집(273.58㎡, 82.76평)은 1970년대 중소기업은행장과 서울신탁은행장을 지냈던 고 남상진 동방농산 회장이 소유하다가 2006년 6년 사망하면서 딸이 상속받은 곳이다. 2층에 위치한 단층 구조의 주택(226.35㎡, 68.47평)에서는 이현규 한국어패럴 회장이 2001년 6월 분양받아 16년째 거주하고 있다.
4세대 전부 아래층 268.14㎡(81.11평), 윗층 5.5㎡(1.66평) 규모로 지어진 C동의 한 호실을 강호찬 넥센타이어 대표이사가 소유하고 있다. 부동산등기부에 따르면 강 대표는 강덕수 STX그룹 회장이 부인과 공동명의로 소유하던 지하 1층·지상 1층 복층 주택을 2016년 2월 65억 원에 매입했으나, 아직 반포동 아델스빌에서 트라움하우스5로 주소를 이전하지 않았다.
최철종 삼풍개발 회장은 트라움하우스를 가장 비싸게 매입한 인물이다. 그는 2008년 6월 C동의 1·2층 복층 주택을 120억 7550만 원에 매입해 소유하다가 2015년 3월 딸 최 아무개 씨에게 증여했다. 그런데 최 씨가 12억 2000만 원의 세금을 체납해 2015년 6월과 8월 두 차례에 걸쳐 서초세무서에 납세담보제공로 주택을 제공했다. 4년 넘도록 체납 세금을 납부하지 않아 납세담보제공계약 근저당권설정은 말소되지 않은 채로 남아 있다.
풍산건설의 류방희 회장과 부인 조선원 씨는 2005년 3월 C동의 펜트하우스를 매입해 살다가 2017년 9월 건설사인 트라움하우스에 97억 6560만 원에 매각했다.
유시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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