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음악과 디저트에는 공통점이 있다. 건조하고 반복적인 일상을 입가심하기에 적당하다는 것. ‘가토 드 뮤지끄(gâteau de musique)’는 우리에게 선물처럼 찾아온 뮤지션과 디저트를 매칭해 소개한다.
양 발목에 무게추를 달고 깊이를 알 수 없는 늪 속으로 한없이 가라앉는 기분. 이런 상태가 오래되어 다시 올라갈 수 있을 거란 생각이 흔적조차 남지 않았을 무렵 예상치 못한 계기로 갑자기 늪 위로 솟아오른다. 친구·이야기·음식 등 여러 계기가 있지만 이번엔 음악이었다.
박문치 – PARKMOONCHI INTRO
박문치박문치박문치!
얼마 전 1998년과 2019년을 관통하는 그룹, 치스비치(CSVC)를 통해 박문치라는 이름을 처음 접했다. 마침 치스비치의 신곡이 나왔다.
치스비치 – JUST 4 U…
90년대 중반에 태어난 박문치는 80~90년대 음악과 안무, 의상 등 여러 요소를 야무지게 엮은 뒤 거기에 ‘박문치’를 솔솔 뿌려 새롭게 버무려 내놓는다. 나는 분명 90년대에 비교적 뚜렷한 총기를 지니고 있었음에도 박문치의 음악을 접하면 내 기억에 의심이 간다. 박문치라는 이름…. 90년대에 들었었나?
화질을 240p로 설정하기를 권장한다.
박문치 – 네 손을 잡고싶어
80~90년대에 대한 기억이 비교적 뚜렷한 사람에게 이 뮤직비디오는 인지부조화를 일으킨다. 한강 공원에 저렇게 나무를 깔아 데크를 만든 사람은 조순 시장이 아니라 박원순 시장이다. EXR은 21세기에 등장한 브랜드다.
하지만 그게 중요한 게 아니다. 이 노래는 따뜻하고 유쾌하다. 그리고 아련하다. 존재하지 않는 90년대의 연인이 떠오른다. 함께 한강을 거닐었었지. 그때 한강이 어떻게 생겼는지도 모른다. 전주천이 어떻게 생겼는지나 알던 시절이다. 그리고 후반부엔 댄스 브레이크가 등장한다. 여기서 춤을 격하게 추라는 친절하고 배려 넘치는 장치다.
박문치가 이토록 역사가 깊은 음악을 들려주고 있으니 가토 또한 그것에 맞게 긴 역사를 지닌 걸로 준비한다. ‘바바(Baba)’는 18세기 초반 천일야화를 좋아하던 폴란드의 왕이 뻑뻑한 빵을 럼주에 적셔 먹던 것에서 유래했으며 왕실의 파티시에였던 스토레(Nicolas Stohrer)가 그 레시피를 완성해 자신의 양과자점에 내놓았다. 바바는 알리바바의 그 바바다. 그리고 요즘 많은 파티시에의 손에서 재탄생하고 있다.
메종엠오(Maison M.O)의 바바 카시스 정산소종(Baba cassis Lapsang souchong)은 현대미술과 같은 가토를 빚어내기로 유명한 그 이름에 걸맞은 바바다. 카시스는 새콤한 열매, 정산소종은 나무를 태운 향을 입힌 차다.
박문치는 작곡가이자 작사가, 프로듀서다. 대체로 춤추고 노래하는 사람을 지켜보며 뒤에서 키보드를 연주한다. 토이의 유희열과 비슷한 포지션이다. 죠지, 민수, 린과 함께 작업하기도 했다.
박문치 – 널 좋아하고 있어(with 기린, Dala, 준구)
바바는 빵을 시럽에 흠뻑 적셔놔서 처음 접한 사람은 적잖이 당황할 수 있다. 바바 카시스 정산소종은 그 당황스러움을 이겨내고 포크를 내리꽂는 용감한 자에게 합당한 보상을 선사한다. 새콤하고 촉촉한 빵은 건조한 겨울, 얼굴에 뿌리는 향긋한 미스트와 같다. 정산소종의 향은 마치 따뜻하게 타오르는 장작불을 연상시킨다. 그리고 밑엔 카시스와 샹티 크림이 숨어 있으니 포크질은 깊숙해야 한다.
마음이 추울 땐 어린 시절 익숙했던 음악이 위안이 되기도 한다. 박문치의 음악은 90년대를 뚜렷하게 기억하는 사람들에겐 향수를, 90년대에 아가였던 이들에겐 새로움을 선사한다. 그리고 박문치만의 새로움은 모두에게 동일하다.
필자 이덕은? 무역학과를 졸업하고 두 번의 창업, 자동차 영업을 거쳐 대본을 쓰며 공연을 만들다 지금은 케이크를 먹고 공연을 보고 춤을 추는 일관된 커리어를 유지하는 중. 뭐 하는 분이냐는 질문에 10년째 답을 못하고 있다.
이덕 작가
writer@bizhankook.com[핫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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