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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기고] 쿠웨이트는 한국건설사의 무덤 왜?

4년간 80억 달러 수주 불구 대부분 적자 면치 못해

2014.07.10(Thu) 08:11:07

   
▲ 조성환 / 중동건설 컨설턴트 / 쿠웨이트 SHBC그룹 사업개발 담당임원 / “조성환의 쿠웨이트 이야기” 블로거 / 전 SK건설 중동 지사장
쿠웨이트는 지구상에서 가장 더운 도시다. 여름철 대낮의 온도는 섭씨 50도를 쉽게 넘긴다. 이런 쿠웨이트가 지금 세계에서 가장 뜨거운 플랜트 건설시장으로 떠오르고 있다.

2014년과 2015년의 두 해에만 쿠웨이트의 플랜트 프로젝트 발주 규모는 중동에서 가장 큰 시장인 사우디 아라비아의 2배, 그리고 심지어는 아랍에미레이트의 4배에 이른다.

그 중에서도 글로벌EPC업체들이 가장 주목하는 것은 쿠웨이트국영정유회사(KNPC)가 발주하는 2개의 정유공장 프로젝트다. 이미 지난 4월에120억 불짜리 클린퓨얼 프로젝트(CFP)가 계약되었으며 이제는 공기경쟁에 들어간 상태다. 이어, 130억 불짜리 신규 정유공장 프로젝트(NRP)를 향한 수주전쟁이 시작되었으며 2015년 초에 승자가 결정된다. 그 외에도 2014년 하반기와 2015년에 걸쳐 정유공장과 관련된 40억 달러 규모의 입찰이쿠웨이트는 지금 사상 최대 플랜트 건설 붐

쿠웨이트국영석유회사(KOC)도 원유 생산량을 현재의 일일 270만 배럴에서 400만 배럴로 늘리기 위한 예산 150억 달러 중 2015년까지 90억 달러 규모의 프로젝트를 발주한다. 총 40억 달러에 달하는 피드 파이프라인, 배출수처리시설 및 3개의 원유집하시설 등에 인도업체들이 싹쓸이로 최저가 응찰한 가운데 오는 하반기에 계약이 체결된다. 이어서 입찰 중인 50억 달러짜리 중유개발 1단계 프로젝트도 2014년 9월에 낙찰업체가150억 불에 달하는 석유화학 콤플렉스도 신규 정유공장이 위치한 알주르에 건설된다. 발주처인 국영석유화학공사(PIC)는 이미 타당성조사를 끝낸 No.3 올레핀과 아로마틱스 콤플렉스에 150억 달러을 투자한다는 방침하에, 신규 정유공장과의 통합 연계를 검토하고 있다. 이 석유화학 프로젝트가 NRP와 비슷한 시점에 끝난다고 가정하면, 늦어도 2015년에는 입찰을 실시해야 한다.

그리고 민관협력사업 관리기구인 기술협력국(PTB)이 발주하는 담수발전소(IWPP)와 폐수처리플랜트도 높은 인구 증가와 더불어 꾸준히 건설된다. 이미 알주르 IWPP 1단계사업은 지난 2013년 12월에 27억 달러에 계약됐으며, 2단계사업은 2015년 상반기에 입찰이 실시된다. 그 외 키란 IWPP, 도하 담수공장, 움 알하이만 폐수처리플랜트도 2015년에 입찰이 실시되면서 총 130억 달러 규모의 프로젝트가 본격적으로 움직이고 있다.

이처럼 쿠웨이트에서는 한번도 경험해보지 못했던 사상 최대의 플랜트 건설 붐이 일어나고 있다. 2014년부터 공사가 서서히 시작되어 2017년과 2018년에는 피크에 이르고 2019년에 마무리되기까지 6년 동안 석유 위에 뜬 작은 나라 쿠웨이트는 총 700억 달러가 투입되는 커다란 플랜트 공사현장으로 변하게 된다.

여기에서 한국EPC업체는 얼마나 수주할 수 있을까? 이미 한국업체가 CFP에서 72억 달러를 수주하였듯이, 이같은 추세라면 NRP에서 80억 달러, 그리고 나머지 분야에서 130억 불을 걸머쥘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즉 40%정도인 280억 달러가 한국 업체의 몫이 될 것이다.

공기 경쟁에 인력난 심해 경쟁력 약화

그러나 오래 전부터 쿠웨이트는 한국건설업체의 무덤이라는 소문이 전설처럼 불리어 왔다. 그 전설은 아직도 살아 움직인다. 최근까지도 한국 업체가 쿠웨이트에서 수주한 대부분의 플랜트 프로젝트는 적자 상태다. 지난 4년간, 즉 2010년부터 2013년까지 9개의 한국 업체가 총 17개의 프로젝트, 금액으로는 80억 달러을 수주했으나, 실제로는 이 중 15개가 15-20%대의 적자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지난 4월 CFP의 전체 금액 120억 달러 중 60%인 72억 달러을 한국업체가 수주했다고 언론에 대서특필됐다. 그러나 벌써부터 한국 업체 중 일부는 인력부족으로 수행에 어려움을 겪는다고 한다. CFP는 이미 5개의 한국 업체가 한 현장에서 동시에 시작하고 끝내야 하는 공기경쟁에 돌입했으며 서로가 고급인력을 빼내기 위해 눈에 불을 켜고 있다. NRP 역시 CFP와 같은 초대형 프로젝트로 한국 업체의 약진이 예상되나, CFP와는 1년차이로 집행되기에 설계인력을 포함한 모든 리소스가 더욱 부족해질 것은 자명해진다.

따라서 한국의 대형 EPC업체가 2-3개의 대형 프로젝트만을 동시에 수행할 인력과 리소스만 갖고 있다면, 아무리 수주 기회가 많아도 수행상의 어려움 때문에 제대로 된 전략을 짜지 못한다. 무조건 값싸게 견적해서 가장 낮은 입찰가격을 만드는 일은 누구나 할 수 있다. 견적의 기술은 거기에 있지 않다. 견적은 남보다 낮은 가격을 만드는 것도 중요하지만, 모처럼 찾아온 호황국면에서 얼마나 많은 이익을 내느
   


엔지니어링 아웃소싱의 최대화

일찍이 유럽, 미국, 일본의 선진 EPC업체들은 인도 기술자의 중요성을 인식하여 수년 전부터 경쟁적으로 인도에 엔지니어링센터를 설립하거나 인도회사와 협력관계를 맺어 왔다. 이렇게 인도를 아웃소싱하는데 성공한 업체들은 무궁무진한 양질의 인력을 공급받을 수 있는 자원을 확보하면서, 세계시장 곳곳에서 더 많은 프로젝트를 수주해왔다. 한국 EPC업체들도 눈을 해외로 돌려 엔지니어링에 대한 아웃소싱을 최대화해야 한다. 그래서 회사의 수주능력과 규모를 가능한 한 크게 늘려야 한다. 엔지니어링 인적자원이 부족하다고 해서 돈을 벌 수 있는 수주 기회를 날린다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EPC업무 중 금액 비중이 가장 큰 구매에서 실패하면 그 프로젝트는 절대로 이익을 낼 수 없다. 견적 과정에서 남보다 발 빠르게 주요 벤더에게 선 발주하게 되면 타 경쟁사보다 유리한 가격과 빠른 공급조건을 확보할 수 있다. 아울러 몇 년 뒤 계약 후에 벌어질 실제 구매단가를 미리 확정할 수 있다. 그리고 입찰 당시에 산정한 손익이 수행 과정에서 흔들릴 수 있는 불확실성을 제거해준다. 타 경쟁사와 차별화를이루는 좋은 방법 중의 하나다.

현지 시공업체와 동맹 통해 리스크 줄여야

한국업체는 건설공사를 여러 패키지로 쪼개 많은 하청업체에게 주는 방식으로 일해왔다. 반면에 선진 EPC업체들은 전체 건설공사를 1-2개의 대형 시공업체에게 맡겨 리스크를 관리하고 건설관리 비용을 줄여왔다. 한국 EPC업체의 적자는 대부분 시공에서 발생한다. 유럽업체가 전체 시공을 중동의 대형 건설업체다 맡기는 것처럼, 한국업체도 견실한 현지 시공업체와 동맹을 맺어 리스크를 줄여야 한다. 이 경우시공업체와는 단순한 하청 관계가 아니라, 회사 내 하나의 자산으로 인식하고 관리하는 것이 필요하다.

대부분의 저가수주는 오너에게 능력을 인정받기 위한 CEO나 본부장의 무리한 선택에서 나온다. 수주와 같이 회사의 운영과 앞날에 매우 중요한 사안에 대해서는 고위급 임원이 단독으로 결정할 수 있는 가능성을 최소화시켜야 한다. 특정 개인에 의한 의사결정 대신, 프로포잘팀과 같은 실무진의 견적 내용이 회사 내 주요 직책자에게 공유되고, 최적의 입찰가를 결정하는 체계적이며 종합적인 검토 시스템을갖춰야 한다. 독립적인 위치에서 경영진을 적절히 견제함으로써 저가수주를 방지할 수 있다.

저가 수주는 적자의 원인, 신사협정 필요

저가수주를 하게 되면 모든 부문에서 악순환이 발생하여 당초의 예상보다 2-3배나 더 높은 대형 적자를 일으키게 된다. 그만큼 저가수주는 종국에 회사를 파멸시킬 수 있을 정도로 매우 위험하다. 한국 업체들끼리만이라도 최소한의 이익과 콘틴젠시에 대한 요율을 견적에 반영하는 신사협정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전통적으로 쿠웨이트의 석유플랜트 시장은 SK건설, GS건설, 현대건설, 대림산업, 페트로팩, 사이펨 등 6개사가 지배해왔다. 그러다 최근에 삼성엔지니어링, 현대중공업, 대우건설, 한화건설, JGC, 플루어, 테크니카스 리유니다스 등이 가세하고 있다. 전체 13개의 플레이어 중 한국업체는 8개로 60%를 차지한다.

그 동안 한국 업체들은 EPC시장을 주도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지나친 경쟁과 상호 불신으로 시장 우위의 이점을 살리지 못하고 있었다. CFP에서 보듯, 유럽이나 일본 업체들은 한국업체를 등에 없고 손쉽게 수주하였다. 원래부터 그들은 한국 업체와 경쟁하면 승산이 없었다. 반대로 지금은 컨소시엄의 리더가 되어 가장 많은 과실을 따가고 있다. 한국이 공동수주로 만족하기엔 너무나 아쉬운 점이다.

대규모 입찰이 발주되고 있는 지금, 쿠웨이트는 모두가 돈을 벌고자 하는 욕망으로 술렁이고 있다. 쿠웨이트는 입찰에 참여하면 양질의 수주 기회를 잡을 수 있는 투명한 시장이다. 일단 최저가 업체로 선정되면 한 푼의 가격 네고없이 계약하는 곳이다. 저가로 무장한 인도업체들이 쿠웨이트에 상륙하기 전에 가능한 한 많이 수주하는 것을 전략으로 삼아야 한다. 그래서 과거의 손실을 만회하고 이익을 극대화해야 한다. 엄밀하게 얘기하면 우리끼리 싸우지 않고 유럽이나 일본업체 가격 수준으로 경쟁을 해도 전체 파이 중의 60%는 한국업체 몫이 된다. 우린 지금까지 쿠웨이트가 한국업체의 안마당이었던 것을 잊고 있었다.

이유민 기자

2umin@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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