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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목의 전쟁] 힙한 카페가 '인스타용'으로 전락하는 이유

카페의 핵심은 커피, 식당의 핵심은 음식, 공간만 멋지면 소비자는 다시 안 와

2019.11.29(Fri) 10:08:38

[비즈한국] 공간 활용이 매우 중요한 시대인 만큼 공간을 멋지게 꾸미는 곳들이 많이 생긴다. 속칭 ‘힙한’ 느낌을 살리는 것이다. ‘힙한’ 아이템은 사람들의 눈길을 끌기 좋다. 다른 곳에서 찾아보기 힘든 분위기와 느낌으로 소비자들에게 어필하기 때문에 차별화도 잘 된다. 이는 경험이란 측면에서도 아주 특별하다. 그래서 인스타와 블로그 등지에 이런 힙한 아이템들이 쉽게 인기를 끌고 많은 사람들이 힙한 곳을 방문하는 것이다.

 

힙한 카페, 식당, 공간은 차별화와 특별한 경험을 소비자들에게 제공함으로써 즐거운 경험을 안겨준다는 점에서는 매우 훌륭하다. 동시에 힙한 아이템은 바로 그 특성 때문에 오래가지 못하는 숙명을 가지고 있다.

 

‘힙한’ 공간은 사람들의 눈길을 끌기 좋지만, 카페의 핵심은 커피이며, 식당의 핵심은 음식임을 잊어서는 안 된다. 서비스의 질이 좋지 못하다면 소비자들은 아무리 멋진 공간이라도 다시 찾지 않는다.

 

소비자들이 말하는 ‘힙함’이란 쉽게 정의 내리기 어렵다. 그러나 대체로 공간이나 아이템을 활용하는 방식이 매우 독특하고 사람들의 눈길을 잡아 끄는 것을 이야기하는 경우가 많다. 공간을 잘 활용한다는 점에서 바로 이 힙함을 추구하는 아이템들은 분명 배울 점이나 긍정적인 부분이 많다.

 

‘힙함’을 추구하는 많은 가게들은 분명 공간을 굉장히 잘 활용하고 사람들로 하여금 방문하고 싶게끔 만든다. 하지만 비즈니스의 핵심은 서비스업이라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결국 서비스의 질이 좋지 못하다면 멋진 공간과 인테리어, 번뜩이는 아이템은 그저 장식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카페의 핵심은 커피이며, 식당의 핵심은 음식이다. 술집이라면 술이 핵심이다. 핵심적으로 제공해야 할 서비스의 질적 수준이 공간이나 인테리어에 못 미친다면 분명 소비자들은 그것을 경험하고 나서 후회하게 되어 있다. 이러한 곳에 소비자들이 내리는 평가는 냉정하다. ‘인스타용’이란 표현이 바로 그것이다.

 

분명 SNS의 등장으로 인해 인증이 중요해진 시대고 그만큼 사진이 잘 나오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다. 사진 속에 어떻게 담기느냐에 따라서 홍보가 판가름 날 정도로 사람들이 인증을 중요시 여기기 때문이다. 하지만 서비스의 질이 힙한 분위기에 많이 떨어진다면 결국 애초의 목적이었던 사진 찍기가 끝난 후엔 더 이상 찾지 않는 곳이 되어버린다.

 

이러한 가게들은 초기에 사람들이 남기는 사진으로 인해 더 많은 사람들이 유입되는 특성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비즈니스의 장기 지속성은 소비자들의 재방문과 재구매에 달려 있다. 한 번 방문한 사람들이 다시 방문하고 싶게 만드는 것은 결국 사진이 아니라 그 가게에서 경험한 서비스의 질이다. 뜨겁게 달아올랐다가 사라지는 곳들은 대부분 재방문과 재구매의 비중이 극히 낮은 곳들이다. 힙한 가게, 인스타에서 멋진 가게들의 비즈니스 수명이 길지 못한 것도 소비자들을 최초 유인하는 것은 잘해도 재방문을 이끌지 못하기 때문이다.

 

현대 소비자들에게 매우 중요한 것이 바로 시간이다. 소비자들은 자기 시간을 들여 특정한 공간을 방문하고 서비스를 이용한다. 만약 어떤 공간을 방문했을 때 건지는 것이 사진뿐이라면 다시 시간을 들여서 방문할 일은 없다. 사진 찍기 좋은 공간은 다른 곳도 무척이나 많기 때문이다.

 

비즈니스의 지속성이 재방문과 재구매에 달려 있다는 사실이야말로 여러 번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다. 오래 사업을 하기 위해서 제일 신경 써야 하는 것이다. 아무리 공간 활용이 중요해지고 경험이 중요해지는 시대라도 이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필자 김영준은 건국대학교 국제무역학과를 졸업 후 기업은행을 다니다 퇴직했다. 2007년부터 네이버 블로그에서 ‘김바비’란 필명으로 경제 블로그를 운영하며 경제와 소비시장, 상권에 대한 통찰력으로 인기를 모았다. 자영업과 골목 상권을 주제로 미래에셋은퇴연구소 등에 외부 기고와 강연을 하고 있으며 저서로 ‘골목의 전쟁’이 있다. ​​​​​​​​​​

김영준 ‘골목의 전쟁’ 저자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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