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하나투어가 12월 1일자로 현지파견을 포함한 전 세계 전담 인원 배치로 대규모 인사발령을 낸다. 아직 변동 가능성은 있지만 이번 인사발령 인원은 대략 100~200명 선이으로 하나투어 전체 직원 2500여 명의 7~8%에 해당한다. 이전에는 볼 수 없던 전 사적 형태의 조치다. 업계에서는 이를 두고 설왕설래가 한창이다. 불필요한 인력 구조조정의 일환이라는 얘기, 랜드사(현지여행사)와 관계를 회복하고 현지 장악력을 높이려는 움직임이라는 얘기도 나온다.
하나투어 관계자는 “이번 인사발령의 목적은 내년 2월 중 그랜드오픈 할 차세대 플랫폼을 대비한 인력 재배치이며 플랫폼의 경쟁력을 향상하기 위한 과정”이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플랫폼 오픈이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 타 플랫폼들이 제공하지 못하는 콘텐츠를 단기간 빠르게 확보하기 위한 전담인력 선발”이라고 설명했다.
하나투어 인사팀은 직원들에게 “경기악화로 인한 여행수요 감소와 함께 일본상품 불매운동과 홍콩 시위가 더해져 여행업의 실적 악화는 반등의 기미를 찾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현 여행시장의 불황을 설명하며 “혁신적인 사고와 행동으로 효율성을 높이는 것은 물론 생각의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라며 이번 인사발령에 이해를 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나투어 관계자는 이번 인력 재배치가 비용축소 개념의 구조조정이 아닌 미래를 위한 투자 개념으로, 기존 인력자원을 활용한 ‘구조의 변경’이라고 강조했다. 구조조정 수순이 아니냐는 기자의 질문에 “창사 이래 인위적 감원은 한 번도 없었다. 변화의 필요성을 절실히 느끼지만 차세대 플랫폼으로 돌파구를 찾을 것”이라 답했다.
#차세대 플랫폼 위해 글로벌 MD로 인력 재배치
이번 인사발령으로 재배치 된 인원은 ‘글로벌 MD’라는 타이틀을 달고 차세대 플랫폼의 콘텐츠 발굴과 지역별 상품 개발 등에 집중할 예정이라고 한다. 하나투어의 차세대 플랫폼은 2년 전부터 개발이 시작돼 400여 명의 인력과 약 400억 원의 자금이 투입됐다. 해외 OTA의 한국 시장 장악력이 심상치 않았던 2017년께부터 준비했다. 그간 국내외 OTA 및 업계 관계자들이 반신반의 하던 프로젝트라는 점에서 더욱 주목을 받는 상황이다. 하나투어가 기존에 개별자유여행자를 위해 개발한 ‘모하지’와는 별개의 프로젝트다.
하나투어의 차세대 플랫폼은 기존 패키지상품과 개별자유여행 상품이 혼재되어 있는 형태다. 패키지를 선택해도 취향에 따라 현지투어를 골라 담을 수 있고, 항공과 숙박, 현지투어 등을 자유여행 상품으로 조합했더라도 상황에 따라 패키지 일정을 일부 함께할 수 있다. 원하는 여행 상품들을 골라 자신만의 일정을 만들 수 있다는 것. 하나투어는 이를 위해 좀 더 다양하고 특화된 현지 상품이 필요하고 상품 개발에 많은 인력이 필요해 이 같은 대규모 인사발령을 내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나투어는 차세대 플랫폼을 안착시키기 위한 준비 작업으로 태국, 베트남 등 수요가 많은 동남아 각국에 지역별로 랜드사와의 합작법인을 만들었다. 현지의 상품 콘텐츠를 강화하기 위한 것이다. 하나투어 재팬이 대표적인 경우로 한국인뿐 아니라 일본인과 외국인의 여행수요까지 잡겠다는 계획이다. 하나투어는 “현지법인은 호텔과 차량렌털, 현지투어, 면세사업 등 다양한 분야로 개발과 투자가 이루어지고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하나투어와 네트워크가 탄탄한 전 세계 랜드사와 합작 형태의 법인을 만들어 여행상품 개발에 주도권을 쥐고 유통의 변화를 꾀한다는 전략이다. 따라서 차세대 플랫폼의 강화를 위해 선발된 글로벌 MD들이 현지법인을 토대로 각 지역의 트렌드 조사와 신규 상품 개발에 힘을 쏟을 방침이다.
하나투어는 최근 미수금 문제로 각 지역 랜드사들과 크고 작은 잡음을 일으켰다(관련기사 [패키지여행 다시보기] 하나투어 '이중장부' 사과, 랜드사에 외면받는 까닭). 그러나 여전히 전 세계 랜드사와의 네트워크를 자사의 최대 강점으로 내세운다. 그간 랜드사의 여행상품을 공급받아 대리점을 통해 판매하는 방식으로 여행상품을 유통해온 하나투어로선 랜드사를 결코 버릴 수 없다.
#글로벌 OTA와 경쟁은 역부족, 패키지상품 진화시켜 경쟁
여행 업계 관계자는 “패키지상품을 주로 판매해온 하나투어가 아무리 시스템 개발에 열을 올려도 이미 한국의 개별여행시장을 상당부분 장악한 부킹닷컴, 아고다, 트립닷컴, 스카이스캐너 같은 글로벌 OTA들과 경쟁하기에는 규모의 경제면에서 역부족”이라고 꼬집었다.
하나투어 역시 이러한 업계의 시각을 인정하면서 “무작정 글로벌 OTA와 경쟁한다기보다 강점인 패키지상품을 다양하게 변화시켜 다른 노선을 걸을 방침”이라고 밝혔다. 또 “차세대 플랫폼을 통해 한층 진화된 패키지 상품으로 여행 상품의 가성비와 효율을 높일 것”이라 덧붙였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1997년 IMF 때나 2009년 금융위기 때도 여행 업계에 위기는 있었지만 그때는 전체적인 경기불황이라 허리띠를 졸라매고 기다리다 보면 회복되는 모양새였고 실제로 그랬다”며 “하지만 지금은 모바일 활성화와 글로벌 OTA로 인한 여행 산업 자체의 변화이기 때문에 기다린다고 다시 회복될 형국이 아닌 데다 타개책을 모색하기도 쉽지 않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글로벌 MD같이 현지상품을 개발하는 전문가를 키운다고 하더라도 미래 먹거리와 직결될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다른 여행 업계 관계자는 “지난 5~6년간 패키지사들의 미래를 보는 혜안과 결단력이 부족했다. 전혀 예측할 수 없던 상황도 아닌데 한동안 패키지 시장이 호황인 것만 믿고 혁신 없이 안일하게 대처해 위기를 스스로 키웠다”고 밝혔다. 그는 또 “소비자가 직접 예약하기 힘든 특화된 패키지를 개발하는 것이 지금으로선 패키지사의 가장 경쟁력 있는 행보일 것”이라 진단하며 “다만 그러한 수요가 예전의 박리다매 패키지 수요만큼 커질 수 있느냐가 관건”이라고 염려했다.
이 관계자는 “대형 패키지사들이 하나같이 급격한 시장 변화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고 방향이나 전략 없이 우왕좌왕하는 모습이다. 투입할 자금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해법이 마땅치 않다는 게 가장 큰 문제”라며 “디지털 카메라가 보급되면서 잘나가던 필름 회사들이 순식간에 망해나간 사례들이 눈에 선하다”고 털어놨다.
하나투어의 새로운 행보가 어떤 변화를 가져올지는 차세대 플랫폼이 오픈하는 2월에 좀 더 구체적인 윤곽이 드러날 전망이다.
이송이 기자
runaindia@bizhankook.com[핫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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