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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프 해외직구, KC 마크 없는 난방기구 괜찮을까

수백만 원 인증비용 때문에 정식수입 대신 구매대행 늘어…해외 리콜 여부 등 소비자가 따져봐야

2019.11.27(Wed) 17:21:52

[비즈한국] 미국 최대 쇼핑 행사인 블랙프라이데이가 이틀 앞으로 다가오면서 해외 직구(직접 구매)족의 손가락이 바빠지고 있다. 지난해 한국소비자원이 1년간 해외 직구 경험이 있는 국내 소비자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78.1%가 가격 때문에 해외 직구를 이용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해외 제품이 국내 제품보다 27.7% 저렴하다고 느꼈다.

 

이맘때는 소비자 보호 단체의 우려도 덩달아 커진다. 특히 해외 직구 전기용품의 경우 ‘KC(Korea Certification) 마크’가 없는 만큼 안전사고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KC 마크는 국내 소비자 보호를 위해 정부가 운용하는 통합인증제도로, 국내에서 판매되는 안전관리대상 제품은 KC 인증 절차를 밟아야 한다. 하지만 해외 직구 제품에는 이 제도가 적용되지 않는다. 쉽게 말해 ‘안전성’이 입증되지 않는 셈이다. 물론 지난해 KC 마크가 부착된 침대에서 라돈이 검출되는 사례도 있었으나 KC 마크가 붙은 제품과 안 붙은 제품의 신뢰도는 크게 다를 수밖에 없다.

 

문제는 KC 마크를 받는 데 드는 인증 비용이 만만치 않다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제품 원가가 올라가고, 인증을 받지 않은 직구 제품에 비해 가격 경쟁력이 크게 떨어지는 것. 결국 해외 직구에 익숙해진 소비자들은 가격이 저렴한 직구 제품만 찾게 되고, 수입업자들은 정식으로 인증을 받고 상품을 수입하기보다 해외 직구 대행에만 열을 올리게 되는 악순환으로 이어지고 있다.

 

#KC 마크 받으려면 300만~500만 원…직구보다 가격경쟁력 떨어져

 

국내 제조업자와 수입업자는 KC 마크가 부착된 제품의 가격을 낮추기가 쉽지만은 않다고 말한다. 사진=한국산업기술시험원 홈페이지 캡처

 

해외에서 정식으로 수입한 제품 혹은 국내 제품의 가격을 대폭 낮추기 어려운 배경에는 2018년 시행된 ‘전기용품 및 생활용품 안전관리법(전기생활용품안전법)’이 있다. 이 법에 따르면 국내에서 안전관리대상 제품에 해당하는 전기용품을 판매하거나 사용하려면 반드시 안전검사를 받아야 한다. 안전관리대상 제품은 위해도에 따라 안전기준준수대상 생활용품, 공급자적합성 확인대상, 안전확인대상, 안전인증대상으로 나뉜다.

 

선글라스·우산·​매트리스처럼 위해도가 가장 낮은 안전기준준수대상 생활용품은 KC 인증이나 제품시험을 거칠 필요가 없다. 하지만 충전기·​청소기·​다리미·​가습기·​전구 등 일상생활에서 흔히 사용하는 173품목의 전기용품은 모두 제품시험을 받아 KC 마크를 부착해야 한다. 만 13세 이하가 사용하는 어린이용 제품은 ‘어린이제품 안전특별법’에 따라 제품시험을 거쳐 KC 마크를 취득해야 한다.

 

그러나 정부로부터 ‘안전하다’는 인증을 받기까지 소요되는 비용과 시간이 만만치 않다. 전기제품은 정부에서 안전인증기관으로 지정한 기관에서 전자파 적합성 인증과 전기용품 안전인증을 각각 받아야 하는데 대체로 300만~500만 원을 웃돈다. 텔레비전이나 냉장고, 세탁기 등 제품은 검사해야 할 부품이 많아 수수료가 붙어 가격이 더욱 높아진다. 심사 기간은 짧게는 한 달에서 길게는 석 달 정도가 소요된다.

 

다만 제품 구조가 동일한 경우 인증기관에 파생모델로 등록하면 제품마다 인증 절차를 밟지 않아도 된다. 특히 가장 위해도가 높은 안전인증대상 제품은 제조공정에 대한 공정심사도 거쳐야 하는데, 한 인증기관에 따르면 공장 한 곳당 기본요금이 20만 원이고 심사위원의 출장비도 업체가 부담해야 한다. 겨울철 온열 기구인 전기담요·​전기매트·​전기 침대·​전기가열기기·​가습기 등은 모두 안전인증대상 제품에 해당한다.

 

특히 개인 사업자들은 KC 인증 절차를 받는 과정에서 수입을 포기하는 경우가 많다. 지난해 중국에서 USB타입 전원공급장치를 수입해 국내에서 정식 판매하려던 한 수입업자는 “KC 인증 불합격을 받았다. 직장을 그만두고 없는 돈으로 사업을 시작했는데 시작부터 난관이다”며 “같은 기기를 수입한 다른 업체는 통과했는데 우리 회사는 왜 떨어졌는지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결국 대부분 업체가 컨설팅 혹은 인증을 대행해주는 업체를 주로 이용한다. 이는 또 다시 고스란히 원가에 반영될 수밖에 없다.

 

# 전열기구 등 안전위험 높은 제품 직구 땐 신중해야

 

구매 대행 혹은 해외 직구 제품은 KC 인증을 받을 필요가 없어서 가격이 더 싸다. 사진=아마존 홈페이지 캡처


해외 제품을 정식으로 수입해 국내에서 판매하려는 수입업자나 제조업자는 아마존이나 이베이에서 판매되는 전기제품만큼 저렴한 가격으로 제품을 내놓기 어렵다는 의견이다. 인덕션을 수입해 판매하는 한 수입업자는 “인증 비용과 추후 발생할 AS 비용을 생각하면 가격을 많이 낮추기가 힘들다”고 말했다. 반면 해외 온라인 업체가 판매하는 제품은 KC 인증을 받을 필요가 없어서 가격 면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다.

 

이는 해외 구매 대행 서비스를 제공하는 G마켓, 옥션 등 오픈마켓이나 쿠팡, 위메프 등 이커머스 업체에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 이들 업체는 전기청소기, 다리미 등 KC 마크가 없는 215개 제품을 구매 대행할 수 있다. 구매 대행은 해외 판매자로부터 소비자에게 직접 배송되므로 구매 대행업자가 제품에 KC 마크가 붙었는지를 파악하기 어렵다. 해외 직구에는 직접 배송, 배송 대행, 구매 대행이 모두 포함된다. 관세청에 따르면 개인이 자가 사용으로 수입할 경우 수입 신고를 하지 않아도 된다. 다만 제품 이상으로 발생하는 안전 사고 역시 고스란시 소비자의 몫이다.

 

물론 해외 제품이 KC 인증을 받지 않았다고 해서 안전하지 않다고 단정 지을 수는 없다. 나라마다 인증제도가 마련되어 있기 때문. 다만 각 나라의 기후나 사용 환경에 따라 안전 기준이 다르기 때문에 우리나라 환경에는 적합하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 특히 전기난로, 전기매트 등 겨울철에 주로 사용하는 온열제품의 경우 화재 등 대형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더욱 주의가 필요하다. 

 

결국 소비자 스스로 해외에서의 리콜 여부 등을 꼼꼼히 따져보고 구매하는 것이 사고를 막는 첫걸음이다. 한국소비자원은 올해 상반기 유럽·캐나다·미국 등 해외에서 리콜된 결함·불량제품의 국내 유통여부를 모니터링해 유통이 확인된 총 100개 제품에 판매차단 등의 조치를 취하도록 시정 권고했다.

 

한국소비자원 관계자는 “블랙프라이데이를 전후해 소비자 불만이 급증한다. 업체가 신뢰할 만한지 확인하고, 결제할 때는 신용카드로 결제해야 피해를 봤을 때 신용카드사에 차지백 서비스(신용카드사에 이미 승인된 거래를 취소요청 할 수 있는 서비스)를 신청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김명선 기자

line23@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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