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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30년 된 동서울터미널 개발, 한진중공업·상인 갈등 내막

상인들 "생존권 보장" 주장에 한진중공업 "계약 갱신 불가 충분히 설명"

2019.11.26(Tue) 18:14:07

​[비즈한국] “생계대책 마련 없는 강제퇴거 거부한다. 30년을 이어왔다, 상권 기여 인정하라.”

 

동서울터미널 임차상인 비상대책위원회가 26일 오전 동서울터미널 ‘재건축에 따른 임차상인 생존권 보장 촉구’ 기자회견을 열었다. 비대위는 부당한 계약 규정을 감수하고 30년간 성실하게 일해온 자신들의 기여를 한진중공업이 인정하고 향후 생존권을 보장하라고 촉구했다. 이날 집회에는 현재 동서울터미널에서 영업 중인 임차 상인 60여 명 중 40여 명과 토지난민연대, 노동당 관계자 등이 참여했다.

 

동서울터미널 임차상인 비상대책위원회가 26일 오전 ‘재건축에 따른 임차상인 생존권 보장 촉구’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차형조 기자

 

현대화 사업을 앞둔 서울 광진구 동서울터미널의 상가 임대차기간은 올해 말 종료된다. 한진중공업은 개발 사업을 이유로 임차 상인과 매해(계약기간 1년) 작성하는 임대차계약서에 임차상인이 “갱신 청구를 하지 아니”하도록 명시했다. 임대차계약서 조항에 따라 임대차계약 이행을 위한 ‘제소 전 화해’ 절차도 밟았다. 

 

당초 단독 개발을 추진하던 한진중공업(지분 10%)은 올 7월 신세계프라퍼티(지분 85%)와 합작회사 신세계동서울피에프브이(PFV)를 만들었다. 10월 22일에는 신세계동서울PFV와 동서울터미널 매각 계약을 체결하고 사흘 뒤 상가 임차상인에게 퇴거를 통보했다. 이에 임차상인들은 부당한 계약 조항으로 올초 ‘갱신 청구 금지’에 저항하지 못했다며 비상대책위원회를 꾸려 대응에 나섰다.

 

고희동 동서울터미널 임차상인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기자회견장에서 “동서울터미널 임차상인은 연중 무휴 새벽 5시부터 밤 11시까지 최선의 서비스를 제공하려고 노력했다. 터미널 가치 상승과 인근 상권 개발에 중요한 역할을 했고, 공공편익서비스에 대한 경험을 축적했다. 부당한 계약 규정을 준수하고 임대료 연체 없이 성실히 일해온 60여 임차상인의 생존권을 한진중공업은 보장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진중공업이 지난 30년간 부당한 계약으로 ‘갑질’을 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임대차계약 상 △집단 구성 및 집단 행위 금지 △4일 이상 정당한 사유 없이 영업 중지할 경우 계약 해지 조항이 근거로 제시됐다. 고 비대위원장은 “30여 년간 부당한 계약 내용으로 상인회도 결성하지 못하고 통제적 영업 관리 아래 상점을 운영했다. 제소 전 화해조서 작성자에 한해 2019년 1년 계약을 연장한다는 내용증명을 받았지만, 이 규정에 따라 단 한 번의 전체적인 논의나 항의도 하지 못했다. 계약 해지 조항도 마찬가지”라고 주장했다.

 

동서울터미널을 빠져나오는 버스 모습. 사진=차형조 기자

 

한진중공업 측은 “올해의 임대차계약 체결 당시 현대화 개발이 임박했다고 판단해 임차상인에게 1년 계약 후 갱신할 수 없다는 내용을 충분히 공지했다. 신세계동서울PFV와 매각계약을 체결한 상태로 향후 상생안은 한진중공업이 결정할 수 있는 사안은 아니다. 한진중공업은 개발사로서 합작회사 10% 지분을 가진 회사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신세계동서울PFV 대주주인 신세계프라퍼티​ 측도 “동서울터미널 매수계약을 체결했을 뿐 부동산을 실제 양수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현재 신세계동서울PFV는 권한이 없는 상태다. 아직 개발계획안도 확정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한편 한진중공업은 지난 10월 22일 동서울터미널(건물 47,815㎡, 부지 36,704㎡)을 신세계동서울PFV​에 총 4025억 원으로 매각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신세계동서울PFV는 신세계 계열 부동산개발사인 신세계프라퍼티와 산업은행, 한진중공업이 출자해 만든 프로젝트금융회사다. 한진중공업은 올 7월 신세계프라퍼티와 손잡고 자본금 3235억 원 규모의 신세계동서울PFV를 출범했다. 지분은 신세계프라퍼티 85%, 한진중공업 10%, 산업은행 5%다. 

 

한진중공업(옛 한일개발)은 1987년 서울 광진구 구의동에 지하 3층~지상 7층(연면적 4만 7907㎡) 규모 동서울터미널을 지었다. 이후 2017년 기준 서울 시내 4개 터미널 가운데 운행 차량이 가장 많은 터미널로 성장했다. 하루 평균 1790대가 동서울터미널 134개 노선을 오갔다. 하지만 30년 이상 운영을 맡아온 한진중공업은 △시설 노후화 △터미널 용량 초과 △인근 교통 혼잡 등의 문제가 커지자 2017년 단독으로 현대화 사업을 추진했다. 서울시와 사전협상까지 추진했지만, 자금 문제로 신세계프라퍼티에 손을 내밀었다.​

차형조 기자

cha6919@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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