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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 앞에 여야 없네…2020년도 정부 예산 국회 통과 관전법

선거에 유리한 예산은 늘리고, 상관없는 예산은 줄이면서도 전체 예산은 깎은 것처럼 보이게

2019.11.22(Fri) 15:14:36

[비즈한국] 정부가 2020년 예산을 513조 5000억 원으로 제출할 당시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경제위기 극복을 위한 확장적 재정이라고 환영한 반면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 등 야당은 총선을 겨냥한 선심 예산이라고 비난했다. 야당은 또 문재인 정부의 지역개발이나 일자리, 복지 예산을 ‘표(票)퓰리즘’이라며 삭감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재원 소위원장 등 여야의원들이 21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예산안등조정소위원회에서 과기정통부 등의 예산안에 대한 심의를 시작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정부 예산안이 국회를 통과할 때 항상 수천억 원의 삭감이 이뤄졌음을 감안하면 올해도 전체 예산 삭감은 명약관화하다. 하지만 내년이 총선을 앞두고 있다는 점, 매년 표와 관련된 예산은 증액됐다는 점에서 문재인 정부의 지역개발, 일자리, 복지 예산은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이런 일이 총선 등 선거가 있는 해 전후로 두드러지게 나타나 2020년 예산도 ‘눈 가리고 아웅’ 식 감액이 예상된다. 

 

국회와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2010년부터 지난해까지 정부가 제출한 예산이 국회에서 통과될 때 감액되지 않은 해는 2010년이 유일하다. 2010년 정부는 287조 8000억 원의 예산안을 제출했으나 국회는 이보다 3조 원 늘어난 290조 8000억 원을 통과시켰다. 글로벌 금융위기 극복을 위해 재정을 늘릴 필요가 있다는 정치권의 공감대 때문이었다.

 

그 외는 모두 정부 예산안이 국회에서 삭감됐다. 2011년에는 정부 예산안 309조 6000억 원이 국회 통과 때 309조 1000억 원으로 줄었고, 2012년에는 326조 1000억 원이었던 정부 예산안이 325조 4000억 원으로 감액돼 국회를 통과했다. 2013년(342조 5000억 원→342조 원)과 2014년(357조 7000억 원→355조 8000억 원), 2015년(376조 원→375조 4000억 원), 2016년(386조 7000억 원→386조 4000억 원), 2017년(400조 7000억 원→400조 5000억 원), 2018년(429조 원→428조 9000억 원), 2019년(470조 5000억 원→469조 6000억 원)에도 마찬가지로 정부 예산안은 국회 문턱을 넘을 때 삭감을 피하지 못했다.

 

그런데 자세히 들여다보면 전체 예산은 삭감됐음에도 의원들 득표와 연관된 예산은 늘어났다. 국회는 정부 예산안을 살피며 삭감과 증액을 결정하는데 표에 영향을 주는 예산은 늘린 것이다. 2011년 전체 예산은 5000억 원 줄었지만 일자리나 서민·중산층 복지 관련 예산 등은 심사과정에서 2조 1000억 늘었다.

 

이런 상황은 총선이나 대선 전후 두드러진다. 선거 전에는 표를 고려해, 당선 후에는 보은 차원에서 의원들이 자신의 지역구로 관련 예산을 끌어가려 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대선과 19대 총선이 있었던 2012년에 표와 관련된 지역 개발이나 복지 예산은 3조 2000억 원 늘어난 데 이어 선거 다음 해인 2013년에는 4조 4000억 원으로 증액됐다.

 

2014년에는 지역 개발이나 복지 예산 증액은 3조5000억 원, 2015년에는 3조 원으로 증액 폭이 줄었지만 20대 총선이 있었던 2016년에는 지역 개발이나 복지 예산이 3조 5000억 원 증액되며 오름세를 탔다. 2017년 예산안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사태로 국회가 제대로 작동하지 못한 탓에 지역 개발과 복지 예산이 4000억 원 늘어나는데 그쳤다.

 

하지만 일자리 창출과 복지 확대를 내세운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면서 관련 예산 증액은 다시금 큰 폭으로 뛰었다. 문재인 정부가 마련한 첫 예산인 2018년 예산안은 국회 통과 시 정부안 대비 1000억 원 줄었지만 경제활력제고(철도 도로 등 확충, 산업단지 기반 조성), 일자리 지원 및 민생안정(영유아보육료 지원) 예산은 4조 2000억 원 증액됐다.

 

2019년 예산안 역시 국회 통과 때 정부안보다 9000억 원 줄었지만 경제활력제고(스마트 산업단지 조성), 사회안전망 확충(아동수당 지급, 노인장기요양보험) 예산은 4조 3000억 원 늘었다. 야당이 문재인 정부의 일자리와 복지 정책을 ‘표퓰리즘’이라고 비판하면서도 예산심사 때는 표가 된다고 보고 증액에 합세한 것이다.

 

21대 총선이 예고된 2020년 예산도 국회 심의 과정에서 야당의 삭감 공언과 달리 표에 도움이 된다고 판단되는 분야의 예산은 늘고 있다. 국회에 따르면 상임위 17곳 중에서 12곳이 예산안 예비 심의를 마쳤는데 이미 정부 예산안보다 10조 6000억 원 늘었다.

 

21대 총선 승패를 가늠하기 힘들자 여야가 함께 도로와 철도 등 사회간접자본(SOC) 예산, 농가소득 보전, 누리과정 지원 등 표 되는 분야 예산을 대폭 늘린 때문이다. 이러한 ‘표퓰리즘’ 덕에 올해는 다른 분야 예산을 감액해 전체 예산이 줄어든 것처럼 보이게 하는 분식회계가 더 기승을 부릴 것으로 예상된다.

이승현 저널리스트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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