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에이치디씨(HDC)현대산업개발과 미래에셋대우 컨소시엄이 12일 아시아나항공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7일 본입찰 마감 후 1주 이상 걸릴 것으로 예상됐던 우선협상자 선정이 닷새 만에 이뤄진 건 2조 4000억 원대 압도적인 인수금액 때문.
경쟁사인 애경그룹 컨소시엄과 KCGI 컨소시엄은 2조 원에 못 미치는 금액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HDC현대산업개발은 향후 주식매매계약을 체결하고 2020년 상반기 중 모든 인수절차를 마무리한다는 계획이다. 거래가 성사되면 HDC현대산업개발은 국내 2위 국적항공사의 새 주인이 된다.
정몽규 HDC현대산업개발 회장은 12일 기자간담회에서 “아시아나항공 인수는 국가 기간산업인 항공업이 HDC그룹의 지속가능한 성장에 부합하다는 전략적 판단에 따른 것이다. 아시아나항공은 항공업계 최고 수준의 재무건전성을 확보하게 될 것이며, 인수 후에도 신형 항공기와 서비스 분야에 지속적인 투자가 이뤄져 초우량 항공사로서 경쟁력과 기업가치가 모두 높아질 것이다. HDC그룹은 항공업뿐만 아니라 나아가 모빌리티 그룹으로 한걸음 도약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기자간담회에는 정 회장과 함께 김대철 HDC현대산업개발 대표이사 사장, 권순호 대표이사 부사장, 유병규 HDC 부사장, 정경구 현대산업개발 경영지원본부장(CFO)가 자리했다. 정몽규 회장은 이들을 ‘아시아나항공 딜을 성공시킨 주역들’이라고 소개했다.
김대철 사장은 HDC현대산업개발의 1대 대표이사다. HDC현대산업개발은 2018년 5월 1일 현대산업개발이 지주회사(HDC) 체제로 전환하기 위해 분할한 사업회사다. 모회사 HDC는 11월 기준 HDC현대산업개발 지분 32.99%를 보유하고 있다. HDC현대산업개발은 인적분할 이튿날 이사회를 열어 당시 현대산업개발 대표이사였던 김대철 사장과 권순호 건설사업본부장 전무를 대표이사로 선임했다. 두 대표의 임기는 내년 3월까지다.
김대철 사장(61)은 30년간 범현대가 기업 경영을 도맡아온 ‘재무통’이다. 1985년 서울에서 태어나 서라벌고와 고려대 경영학과를 졸업한 김 사장은 1988년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와튼스쿨 대학원에서 경영학 석사(MBA) 학위를 받았다. 이듬해 현대그룹 계열사인 국제종합금융에 입사했다. 이후 현대자동차 국제금융팀장, 현대산업개발 기획실장, HDC아이콘트롤스 대표이사 등을 지냈다. 2011년부터는 HDC자산운용 대표이사로 6년간 회사 경영을 맡았다. 이후 현대산업개발로 돌아와 2017년 경영관리부문 사장, 이듬해 1월 대표이사직에 올랐다.
김대철 사장이 2018년 1월 경영관리부문 사장에 선임된 이후 옛 현대산업개발은 1분기 사상 최대 실적을 냈다. 매출 1조 4261억 원, 영업이익 1555억 원으로 각각 전년 동기 대비 12%, 24.9% 늘었다. 역대 현대산업개발의 1분기 영업이익 중 가장 큰 규모였다.
회사 분할 이후엔 어떨까. 지주회사 HDC와의 인적분할 시점이 2018년 5월이므로 실적 비교가 가능한 건 올 3분기부터다. 올 3분기 HDC현대산업개발의 연결 기준 매출액은 8714억 원, 영업이익은 937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각각 7.2%, 21% 줄었다. 현대산업개발 측은 “계절 영향으로 이번 분기는 전반적으로 실적이 줄었으나 영업이익률(10.8%)이 두 자리 수를 유지하고 있기 때문에 부정적으로 볼 수만은 없다”고 설명했다.
김대철 대표 취임 후 기업 건전성(부채비율)은 크게 개선됐다. 2017년 말 89%였던 부채비율은 분할 직후 182%까지 상승했다. 하지만 2018년 말 163%, 올 1분기 153.4%, 2분기 114.6%, 3분기 109.6%(순차입금 -7433억 원)로 안정세를 이어가고 있다. 반면 9월 말 기준 HDC현대산업개발의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은 9158억 원으로 올 1월 1조 3526억 원보다 4000억 원 이상 감소했다.
김대철 대표는 올 3월 주주들에게 보낸 서한에서 “기업가치 제고를 위해 수익성(영업이익률), 안정성, 건전성을 중장기 재무관리항목으로 설정했다. 영업이익률을 12%이상 유지해 수익성을 높이고, 3개년 평균 잉여현금흐름을 플러스로 유지해 현금성 자산을 지속적으로 확충, 개발사업 리스크를 통제하겠다. 그리고 재무 건전성 유지를 위해 부채비율을 100% 이하로 유지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아시아나항공 인수로 HDC현대산업개발의 재무 건전성은 나빠질 전망이다. 나이스신용평가는 HDC현대산업개발과 아시아나항공의 올 9월 말 실적을 기준으로, 인수 후 HDC현대산업개발의 부채는 3조 3280억 원, 부채비율은 156.6%, 순차입금은 1조 2510억 원으로 악화될 것으로 전망했다. HDC현대산업개발 부담금 2조 원 중 1조 원을 현금성자산, 나머지를 차입금으로 조달한다고 가정해 계산한 결과다.
아시아나항공 인수는 김 대표의 30년 재무관리 역사에 치적이 될까. 김 대표는 앞서의 주주서한에서 “2019년의 경우 부동산 경기 하락 및 글로벌 경제 리스크 등 환경의 불확실성에 대비해 보수적 현금운용 기본 정책으로 하고 있다”면서도 “현재의 불투명한 경기 상황으로 인해 오히려 저평가된 사업에 투자할 수 있는 기회가 있다고 판단한다”고 말했다.
주택시장 침체와 부동산 규제 정책으로 건설업 전망이 좋지 않은 만큼 항공업에서 돌파구를 찾겠다는 계산이다.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2018년 HDC현대산업개발 매출액의 95%는 건설업이 차지한다. 나머지 5%는 호텔 및 콘도 사업 등이다.
인수 절차를 무사히 마무리하고 경영난 타개책을 마련하는 게 김 대표의 숙제가 됐다. 아시아나항공은 일본 노선 매출 감소와 동남아 및 미주노선 경쟁 심화 등으로 여객운송부문의 성장세가 둔화됐고, 미중 무역분쟁과 글로벌 경제성장 둔화로 물동량이 감소해 화물운송부문 매출도 줄었다. 올 3분기 아시아나항공의 누적 매출액은 5조 3036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26.2% 감소했다. 영업이익은 -1739억 원으로 적자 전환했다.
HDC현대산업개발 측은 “아시아나항공 인수준비단이 꾸려진 만큼 사전 준비에 만전을 기하고 인수 절차를 원활히 진행하는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차형조 기자
cha6919@bizhankook.com[핫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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