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친구 집에 놀러 온 평일 오후, 나가기는 귀찮고 배달 음식은 지겹다. 텅텅 빈 냉장고를 하염없이 바라보다가 결국 배달 앱을 켰다. 햄버거, 순댓국, 짜장면, 분식…. 카테고리를 내리다 보니 마트와 편의점이 보인다. 마트 카테고리에서 삼겹살과 냉동만두를 장바구니에 넣고 등록된 카드로 결제했다. 배송비는 3000원. 50분이 지나자 벨소리가 들리고 배송 기사가 물건을 건넸다.
이제 문 밖에 나가지 않아도 식자재, 생필품 등을 주문해 ‘바로’ 받을 수 있다. 마트 시장에 뛰어든 배달 앱이 바꾼 풍경이다. 11월 18일 요기요는 마트 즉시배달 주문 서비스를 시작했다. 기존의 마트 앱이 원하는 시간대를 지정해 받는 시스템이라면 해당 배달 앱 서비스를 이용할 시 1시간 이내 배송을 받을 수 있다.
동일한 물건을 동일한 지역에서 홈플러스 홈페이지를 이용해 주문할 경우, 같은 날 저녁 6시부터 10시 사이에 물건을 받을 수 있었다. 당장 물건이 필요한 경우 사용할 수 없고, 배송 예정 시간의 간격이 4시간으로 넓어 정확한 배송 시점을 알 수 없다는 단점이 있다.
#마트 시장에 배달 앱 출격…같은 듯 다른 배민과 요기요
현재 요기요에 입점한 마트는 홈플러스 익스프레스, 롯데마트, 킴스클럽, 초록마을, 나우픽 등이며, 아직 시범운영 단계라 이용 가능 매장은 지역별로 다르다. 요기요 관계자는 “편의점 바로배송 서비스에 대한 좋은 반응이 마트 즉시배달 주문서비스를 시작하는 데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했다. 추후 이용 가능 지역을 순차적으로 확대해 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요기요가 마트 즉시배달 주문 서비스를 시작한 18일, 배달의민족 김봉진 대표는 내년 주력 사업으로 삼고 있는 ‘B마트’를 처음으로 공개했다. B마트의 핵심은 ‘냉장고 안 식재료를 최대 3일치까지 줄이는 것’이다. 초소량 구매와 즉시 배달이 가능해지면 당장 필요한 재료를 그때그때 주문할 수 있게 된다.
요기요가 마트나 기업형 슈퍼마켓과 제휴해 배달원이 상품을 픽업해 배송한다면, 배달의민족이 공개한 B마트는 직접 매입한 상품을 자체 물류창고에서 배송하는 방식이다.
요기요와 제휴한 마트는 따로 시스템을 갖출 필요가 없다. 요기요가 가진 재고 연동 기술로 실시간으로 재고를 파악해 구매 가능한 물건을 보여주고, 앱 내에서 결제가 되면 마트별 계약된 배달대행회사가 배송을 해준다. 마트와 계약한 배달대행업체 소속 기사들이 물건을 픽업해 고객에게 전달하는 시스템이다.
연내 서비스 시작을 목표로 하는 배달의민족 ‘B마트’는 배달의민족 앱 내 B마트 카테고리에서 주문하면 ‘구’ 단위마다 지어진 도심형 창고에서 물건을 픽업한 이륜차 배송 기사가 고객에게 전달한다. 한 개 단위로도 구매가 가능하며 30분 단위로 ‘나중에 배달’을 선택할 수 있다.
박성의 진짜유통연구소 소장은 “지금 배송의 주요 키워드는 ‘빨리’보다 ‘온 타임’이다. ‘1시간 내 배송’은 이 두 조건을 다 만족시키는 것으로, B마트의 ‘나중에 배달 서비스’는 30분 단위로 시간을 지정할 수도 있다. 요기요와 배달의민족 두 업체는 모델이 다르기 때문에 단순 비교는 어렵다. 배달의민족은 창고 크기나 재고 비용 등의 문제로 많은 물건을 가져다 놓기는 어렵겠지만 직접 재고 운영을 한다는 점에서 경쟁력이 있어 보인다. 요기요는 마진이 배달에서만 나온다는 점이 고민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직매입 방식을 논의한 적 있는지 묻는 질문에 요기요 관계자는 “당장 직배송 여부를 확언할 순 없지만 아직까진 언급조차 없다. 직매입은 자기 물류창고를 활용해 마진률이 높을 순 있지만 창고 유지 비용이 들어간다. 고객들의 주문 경험을 향상시킨다는 회사의 방향성에 따라 주문 플랫폼으로서의 역할에 집중할 것이다. 이번 마트 배송도 시너지효과를 노려 윈윈하자는 거지, 레드오션에 들어가겠다는 건 아니다”라고 전했다.
#배달 앱이 편의점·마트 배송 시장까지 뛰어든 속내
‘마트 즉시 배송’은 완전히 새로운 서비스는 아니다. 물류 스타트업 나우픽이 이미 2018년 5월 강남권을 중심으로 물류창고 기반 배송을 시작했다. 신선식품, 전자기기, 주얼리에 이르기까지 3000여 종의 제품을 24시간 언제든 30분 내 배송한다. 올해 9월 이마트 자체 브랜드 피코크와도 제휴해 해당 제품들을 30분 내 배송하고 있다.
박성의 소장은 “거대 기업의 시장 진출이 나우픽에게 위기겠지만 반대로 기회일 수 있다. B마트(배달의민족)와 나우픽은 물류 창고 기반, 1인 가구 겨냥 등 유사한 서비스 모델이다. 전체 시장의 파이가 커질 기회가 될 수도 있다. 쿠팡이 새벽배송을 시작했을 때 마켓컬리가 살아남은 것처럼 긍정적으로 바라볼 부분도 충분히 있다”고 말했다.
최근 대형 마트들의 매출·이익 감소에 따른 새로운 돌파구가 될 거라는 전망도 있다. 업계 관계자는 “배달 앱의 마트 배송 서비스는 시작 단계지만 소비자들의 요구가 많아지면 충분히 확대될 것이다. 배달 앱을 통해서든, 자체 앱을 통해서든 더욱 편리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마트에 소비자가 몰리고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 1인 가구 증가 등의 사회적 흐름 속에서 쿠팡 등 이커머스 공룡을 상대하기 위해서는 배송 경쟁력 구축이 필수조건이다”라고 전했다.
홈플러스 관계자는 “매출 돌파도 틀린 말은 아니지만 협업의 주요 이유는 쇼핑 편리성을 높이기 위함이다. 1시간 이내에 배송된다는 점도 중요하지만 모바일을 통해 쇼핑하고 주문해서 바로 받아보는 경험을 고객에게 제공한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봤다”고 말했다.
김보현 기자
kbh@bizhankook.com[핫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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