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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목의 전쟁] 아이폰 11과 아모레성수의 공통점

공급 과잉 시대, '경험'이 답…익숙할수록 호감 커지고 구매도 늘어

2019.11.21(Thu) 11:43:32

[비즈한국] 새 아이폰이 출시될 때면 사람들은 혁신이 없다고 비판하기 바쁘다. 새로운 것은 전혀 없고 디자인은 과거 모델과 비교하면 너무 못생겼다고 놀림거리로 삼는다. 아이폰4가 나왔을 때 사람들은 3GS보다 형편없는 디자인이라 비판했고 5가 나왔을 땐 4가 예뻤다고 이야기했다. 6가 나왔을 땐 5가 좋았다고 말했다. 

 

새 아이폰이 출시되면 사람들은 혁신이 없다고 비판하기 바쁘다. 그러나 막상 제품을 만져보고 나면 비판이 쏙 들어간다. 사진=최준필 기자

 

드높던 비판은 막상 신상품을 만져보고 나면 쏙 들어간다. 출시 때는 비판하면서도 막상 눈으로 보고 만져보고 나면 사고 싶다는 생각을 가지게 된다.

 

눈으로, 그것도 평면적인 사진이나 화면으로 어떤 상품을 볼 때는 그 상품에 대해서 받아들일 수 있는 정보가 입체감이 전혀 없는 시각으로 제한된다. 하지만 손으로 만지고 직접 체험하면 그만큼 상품에 대한 정보를 더 많이 받아들이게 된다. 다양한 감각을 통해 상품을 받아들이면 그만큼 눈으로 볼 때와는 그 감상과 평가가 달라질 수밖에 없다.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이자 행동경제학자인 대니얼 카너만은 ‘인지적 편안함’을 이야기한 바 있다. 어떠한 것이 낯설수록 인지적 불편함을 느끼게 만들지만 익숙할수록 인지적 편안함을 느끼게 된다. 그리고 이 인지적 편안함은 기분도 좋고, 보는 것들이 대부분 마음에 들고, 들리는 대로 믿고 신뢰하게 된다. 심지어 아무런 의미 없는 글자라 하더라도 얼마나 자주 노출되었는지에 따라 단어에 대한 호감도가 달라진다. 이러한 인지적 편안함이 우리에게 시사하는 것은 익숙할수록 더 호의적으로 평가하게 된다는 사실이다.

 

현대는 과잉 공급의 시대다. 과거에는 만성적 공급 부족 때문에 상품을 찍어내기만 해도 팔려나갔다면, 현재는 상품이 너무 많아서 고르는 것이 일이 됐다. 그렇기에 상품과 서비스에 대한 거부감을 줄이고 호감을 높이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앞서 이야기한 인지적 편안함의 개념을 다시금 떠올려보자. 사람들은 익숙하지 않은 것을 불편하게 여기고 좋지 않게 받아들인다. 익숙한 것에는 호감을 느낀다. 액정 속 이미지를 보는 것만으로는 상품을 긍정적으로 여기기가 쉽지 않다. 특히나 새로운 상품이라면 말이다. 경험이 중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손으로 만져보고 다양한 방법으로 상품을 접하고 인지하게 되면 상품에 익숙해지고 상품에 대한 호감 또한 커진다. 상품과 서비스에 대한 호감이 높아지면 그만큼 더 많이 욕망하게 된다. 욕망의 크기만큼 소비자들이 구매할 가능성 또한 커진다.

 

최근의 공간 활용 트렌드를 잘 살펴보자. 백화점들은 갈수록 체험 공간을 늘리고 즐거움을 줄 수 있는 콘텐츠로 공간을 채운다. 단순히 백화점에 오래 체류하는 것뿐만이 아니라 더 많은 경험과 즐거움을 통해 상품과 서비스에 대한 호감을 높이고 더 많이 욕망하도록 만들고 있다.

 

아모레성수는 경험을 위한 공간이다. 최근의 공간 활용 트렌드가 바로 경험이다. 경험을 통해 상품과 서비스에 대한 호감을 높이고 더 많이 구매하도록 만드는 것이다. 사진=아모레성수 인스타그램

 

아모레퍼시픽이 최근에 성수동에 오픈한 ‘아모레성수’는 그런 경험의 공간을 극단적으로 추구한 사례다. 화려한 광고 모델이나 문구는 배제하고 방문자들에게 일단 써보라고 권한다. 심지어 따로 판매 공간도 없으며 원하는 샘플을 그냥 준다. 말 그대로 경험을 위해 공간을 극단적으로 활용했다.

 

구매야 인터넷으로도 충분히 할 수 있는 시대고 상품은 너무나도 많다. 경험으로 인해 브랜드와 제품에 익숙해지면 그만큼 호감이 늘어난다. 호감과 익숙함, 기분은 장기적으로 구매로 이어지기에도 유리하다.

 

앞으로도 이러한 추세는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사람들로 하여금 무언가를 욕망하게 만드는 것은 경험에서 비롯하기 때문이다.

 

필자 김영준은 건국대학교 국제무역학과를 졸업 후 기업은행을 다니다 퇴직했다. 2007년부터 네이버 블로그에서 ‘김바비’란 필명으로 경제 블로그를 운영하며 경제와 소비시장, 상권에 대한 통찰력으로 인기를 모았다. 자영업과 골목 상권을 주제로 미래에셋은퇴연구소 등에 외부 기고와 강연을 하고 있으며 저서로 ‘골목의 전쟁’이 있다. ​​​​​​​​​

김영준 ‘골목의 전쟁’ 저자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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