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화재 났던 동대문 제일평화시장, 지금 상황은?

[비즈한국] 18~19일 전국 곳곳에 한파주의보가 내렸다. 서울 기온이 처음으로 영하로 떨어지고 첫눈 소식까지 들렸다. 모피를 파는 상인은 모피 목도리를 급히 둘렀다. 서울 동대문시장 내 평화시장 앞 길거리에는 60개가 넘는 천막들이 줄지어 손님을 맞고 있다. 이들은 9월 22일 화재가 난 제일평화시장에 있던 상인들이다. 상가 복구 전까지 노상 영업을 계속해왔지만, 본격적인 한파에 시름이 깊어가고 있다. 

서울시 중구 신당동 ‘시장타운’의 중심인 제일평화시장은 화재 당시 3층 전체 점포 200개가 전소됐으며 나머지 층들도 부분적으로 피해를 입었다. 당시 화재 진압이 마무리되는 데만 23시간이 걸렸다. 화재 당시 연기가 멈추지 않아 옷에 냄새가 배어 장 내 원단과 의류를 판매하지 못한다. 소방청 추산 피해액은 300억 원에 이른다. 

서울시가 화재 후 무상으로 제공한 천막에서 버티고 있는 상인들은 다음 달 서울시 주최 행사를 위해 11월 안으로 자리를 비워줘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취재 결과 상인들 다수는 천막 철거 계획을 알지 못할뿐더러 상우회가 철거에 대비해 마련한 ‘대체상가안’에 대부분 만족하지 않는 눈치였다.

#대체상가 ‘굿모닝시티’ 마련됐지만 상인들 거부

서울시와 중소기업벤처부는 화재 이후 피해 상인을 대상으로 저금리 융자를 지원한다. 긴급경영안정자금의 대출금리는 연 1.5%로 낮은 편이고, 총 300억 원 제공된다. 대출기간은 5년에서 9년으로 연장됐으며 상인들은 최대 1억 원까지 받을 수 있다. 현장에서도 지원상황실을 마련해 상시 상담을 진행하고 신청을 받고 있었다.

박영선 중기부 장관이 재난 직후 “피해 상인들이 조속히 생업에 복귀할 수 있도록 검토하라”고 지시한 데 따른 것이다. 제일평화시장 바로 옆 ‘맥스타일’ 상가에 입점한 상인 대부분은 이 융자를 받아 입주했다고 말했다. 대출금이 대체상가 계약금 및 임대료로 주로 쓰였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전체 점포가 전소된 3층은 맥스타일 B1층으로 입점했다. 사진=황채영 인턴기자

전소된 3층에서 영업하던 점포들은 피해 한 달 만에 대부분 인근의 맥스타일 지하 1층 상가로 옮긴 상태다. 천막 영업을 하는 상인들은 대부분 부분적으로 피해를 입은 1, 2층에 점포를 두었다. 

임시 천막에 남은 상인 중 다수는 “융자를 받을 생각이 없다”고 말했다. “어차피 갚아야 하는 돈이다. 대부분 상가는 ‘1년 계약’ 조건인데, 1년 내 퇴점 시 계약금을 돌려주지 않겠다고 했다. 손해를 보느니 끝까지 버티며 장사할 생각이다. 이미 입점한 상인들은 손해를 감수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제일평화시장 상우회(상인회) 측은 굿모닝시티 지주관리단 측과 ‘임대료 3개월 무상’을 조건으로 구두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아직 천막에서 영업하는 상인들은 굿모닝시티로 입점하면 된다고 했지만, 상인들은 반대하는 입장이다. 

굿모닝시티는 제일평화시장에서 도보로 10분 거리다. 횡단보도를 두 번 건너야 하고 ‘시장타운’의 맨 끝에 위치해 있다. 제일평화시장을 이용하는 상인들은 대부분 도매상이다. 겨울이면 추위 속에 양손 가득 옷가지를 지고 옷을 떼 와야 한다. 이들에게 ‘접근성’은 최우선 순위다. 상우회 측은 “셔틀을 운행하겠다”고 했지만 시간이 제한되어 있고 도매상이 이용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이유로 상인들은 “실효가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긴급복구비’는 한 달째 미지급

피해 보상이 늦어지는 점에도 상인들은 답답함을 표했다. 특히 서울시와 중소기업벤처부는 재해확인증을 발급 받은 제일평화시장 입점 상인을 대상으로 점포당 200만 원의 긴급복구비를 지원한다는 대책을 세웠다. 인터뷰에 응한 상인들은 모두 “복잡한 서류를 제출하고 계좌번호를 알려줬지만 한 달이 지나도록 공지 하나 받지 못했다”고 불만을 터뜨렸다. 중구청 전통시장과에 문의하자 “이번 주 안에 지급할 것”이라고 답했다. 

천막 근처 발전기는 비용 문제로 어두워진 오후 5시 이후부터 작동한다. 전기가 없으니 여러모로 영업하기에 불편한 상황이 이어진다. 이에 대한 지원은 없는지 중구청 전통시장과에 문의하자 담당자는 “추가적으로 지원할 생각도 계획도 없다”고 선을 그었다.

2층에서 영업하던 상인들은 ‘무엇이 가장 힘드냐’는 질문에 “당장의 추위는 참을 수 있다. 다만 무엇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언제 들어갈 수 있는지 몰라 답답하다. 2~3개월 안에 건물 복구 윤곽이 잡힐 거라는 말을 믿었는데, 막상 10, 11월이 되니까 6개월에서 1년이 더 걸릴 것이라고 한다. 막막하다”고 답했다. 소통이 안 되는 것이 이들에게는 가장 답답한 부분이었다. 한 상인은 “제일평화시장 상우회가 과연 상인을 대변해 정보 전달 역할을 정확히 하는지 의문이 든다”고 토로했다. 

중구청에 정확한 일정을 묻자 “안전진단 결과가 12월 6일에 나온다. 그때까지는 어떠한 결과도, 일정도 알 수 없다. 미뤄질 수도 있다. 리모델링 일정은 그 이후에 상가관리단에 물어보라”고 답했다.

천막에서 영업하는 상인들은 하나같이 “상가가 빨리 복원돼 상가로 다시 들어갈 날만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천막 철거 계획을 알고 있었냐는 물음에는 “알지 못한다. 휴업 상태로 들어갈 수도 있다”는 대답이 돌아오기도 했다. 한 상인은 씁쓸한 표정으로 “무계획이 계획”이라는 말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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