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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토 드 뮤지끄] 에그타르트 먹고 든든하게 (여자)아이들과 'LION'의 길을

웅크릴 이유도 멈출 이유도 없는 사자처럼…새로운 길 개척하는 여섯 명의 '여왕들'

2019.11.19(Tue) 17:42:12

[비즈한국] 음악과 디저트에는 공통점이 있다. 건조하고 반복적인 일상을 입가심하기에 적당하다는 것. ‘가토 드 뮤지끄(gâteau de musique)’는 우리에게 선물처럼 찾아온 뮤지션과 디저트를 매칭해 소개한다.

 

사진=(여자)아이들 ‘LION’ 뮤직비디오 캡처


며칠 전, 유튜브를 보다 엄청난 맹수와 마주쳤다. 

 

(여자)아이들 – ‘LION’

 

(여자)아이들에서 (여자)는 묵음이다. 아이들에서 아이는 영어로 ‘나’를 뜻하는 ‘I’다. ‘들’은 셀 수 있는 명사 뒤에 붙는 접미사다. 설명대로 하자면 ‘아이들’이라고 읽는 것이 맞는 듯한데, 과연 이렇게 말하는 것이 맞는지 아닌지 물어볼 사람이 주변에 없다. 

 

‘LION’ 뮤직비디오는 짙은 어둠이 깔리고 긴장감이 팽팽한 고요함 속에서 나지막한 드럼 소리와 등골을 서늘하게 만드는 차분한 목소리로 시작된다. ‘I’m a lion I’m a queen 아무도 날 가둘 수 없어 아픔도’

 

돌이켜보면 사자 같은 (여자)친구들이 많았다. 큰 야망, 강한 추진력, 치밀한 계획, 인내, 실패와 상처에도 좌절하거나 멈추지 않는 근성과 용기. 그러나 아무도 그들을 ‘사자’라고 부르지는 않았다. 사자는 오직 남자들에게 쓰이는 단어였다. 그리고 (여자)아이들은 자신을 사자라고 칭하기 시작했다. 

 

강력한 사자의 등장에 잔뜩 겁을 먹고 긴장을 한 나는 배가 고파졌다. 짧은 가을이 순식간에 삭제되고 영하의 찬 바람이 분다. 저쪽 저 가게에서 고소한 버터 냄새가 솔솔 난다. 에그타르트가 절실한 날씨이자 허기다. 

 

르 뾔이따쥬의 에그타르트. 사진=이덕 제공

 

푸르스름한 철창 뒤에서 소연이 꿈틀거린다. 소연은 (여자)아이들의 리더이자 ‘LION’을 만든 사람이기도 하다. 사자 중의 사자, 여왕 중의 여왕, 다름 아닌 ‘LION QUEEN’이다. 이어서 (여자)아이들은 발톱을 드러내며 춤을 추기 시작한다. 발톱을 잔뜩 세우고 휘두르는 안무에서 여섯 명의 (여자)아이들 위로 여섯 마리의 사자가 보이는 듯하다. 

 

르 뾔이따쥬(Le Feuilletage)는 버터 내음이 향긋하고 여러 겹을 이룬 반죽이 바삭하게 씹히는 페이스트리를 만드는 양과자점이다. 바로 그 르 뾔이따쥬가 신제품으로 에그타르트를 출시했다는 소식에 박수를 치며 연희동으로 달려갔다. 버스를 타고 갔다. 

 

비가 오고 추운 날이었다. 이런 날씨엔 에그타르트를 아무리 소중하게 모셔온다 해도 차갑게 식고 조금 눅눅해진다. 그럴 땐 에어프라이어에 넣어 160도에 4분을 돌리면 완벽하게 살아난다. 

 

오랜 세월 동안 사자임에 분명한 (여자)사람들이 자신의 송곳니를, 발톱을 애써 감추고 양, 토끼로 위장해야 했다. 조금이라도 자신의 지혜를 펼칠라치면 ‘여우’라는 비난을 들었다. 고정관념과 편견, 강요된 예의와 겸손, 비난의 화살 속에서 사자들은 발톱을 숨기고 웅크리는 것에 익숙해졌다. 세상은 선택을 강요했고 나중엔 그 선택은 너 스스로 한 것이 아니냐며 윽박지른다. 

 

(여자)아이들 – ‘LION’ 퀸덤10화

 

(여자)아이들은 시작부터 다듬어지지 않은 발톱을 세우고 춤을 춘다. 상처는 영광의 흔적일 뿐이다. 사자의 춤을 추며 강인하고 웅장하게 운다. 새로운 길을 개척하고 박수를 받는다. 짜릿한 박수의 맛을 본 사자는 더 웅크릴 이유도 멈출 이유도 없다. 

 

아픔도 가둘 수 없고 사랑도 길들일 수 없는 queen like a lion.

 

르 뾔이따쥬의 에그타르트를 더 가까이에서. 사진=이덕 제공

 

사자도 춥고 배고프면 자신의 길을 걷기 어렵다. 뭐든 배가 든든하고 마음이 든든해야 이룰 수 있는 법이다. 르 뾔이따쥬의 에그타르트는 달콤하고 풍요로운 계란의 맛에 빠삭거리는 페이스트리의 재미가 더해지며 몸과 마음에 기운과 안식을 더 해줄 수 있는 간식이다. 부디 에그타르트 두 개 든든하게 먹고 용맹하게 사자의 길을 걷길 바란다. 

 

필자 이덕은? 무역학과를 졸업하고 두 번의 창업, 자동차 영업을 거쳐 대본을 쓰며 공연을 만들다 지금은 케이크를 먹고 공연을 보고 춤을 추는 일관된 커리어를 유지하는 중. 뭐 하는 분이냐는 질문에 10년째 답을 못하고 있다.​ 

이덕 작가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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