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자연적으로 비수기이긴 한데, 그래도 (텐트가) 하루 평균 100개 정도는 나갔죠. 그런데 요즘은 0개예요. 0개.”
11월 한강공원 인근 상권은 ‘강제 비수기’를 맞았다. 올해부터 매년 11월에서 3월까지 한강공원 내의 텐트 사용이 전면 금지됐다. 이를 어길 시 1회 100만 원, 2회 200만 원, 3회 300만 원의 과태료를 내야 한다.
지난해까진 11월이어도 중순까지는 한강공원을 찾는 시민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고, 추운 날씨에도 간간이 찾는 이들이 있었다. 서울시 한강사업본부가 공개한 ‘한강공원 이용객 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총 12개의 한강공원을 찾은 일반 이용객 수는 200만 명으로 집계됐다. 자전거 라이딩이나 주요 행사 참가를 위해 찾은 인원까지 합치면 400만 명이 한강을 찾았다. 작년 11월 여의도 한강공원 일반 이용자 수는 35만 명이었다. 11월에도 시민들이 한강공원을 꾸준히 찾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11월을 ‘준성수기’로 볼 수 있는 이유다.
올해는 이용객 추이가 소폭 하락할 것으로 보인다. 15일 금요일 오후 1시경 방문한 여의도 한강공원은 한산했다. 한강공원 출입구로 알려진 여의나루역 3번 출구 앞은 사람 한 명 지나다니지 않았다. 한강공원 초입 ‘텐트·돗자리 대여’ 현수막이 걸린 가판대는 철문을 내린 상태였다.
바로 옆 편의점 A 직원은 “(가판대가) 11월부터는 아예 문을 닫았다. 11월은 수요가 있는 편인데, 올해 한강 텐트 전면 금지령 이후로는 아예 꽁꽁 닫았다. 1회 과태료 100만원 때문에 텐트를 치고 놀 수 없다. 방문객이 줄었다”고 설명했다. 편의점 내부도 한산해 보였다.
발길을 돌려 ‘여의도 텐트 대여의 성지’라 불리는 ‘공작상가’를 찾았다. 한강공원으로부터 약 150m 떨어져 접근성이 좋은 편이다. ‘여의도 한강 텐트’를 검색하면 네이버 지도에 등록된 대여소만 공작상가 내 7개다. 실제로 방문해보니 총 10곳 이상이었다. 그러나 문을 연 곳은 거의 찾아볼 수 없었다. 두 곳은 이미 간판을 떼고 내부를 비워 가게를 정리한 상태였다.
한강의 텐트 대여업은 ‘한철 장사’로 알려져 있다. 2013년 한강사업본부에서 그늘막 텐트를 연중 설치할 수 있게끔 조례를 개정한 뒤 텐트 대여소는 우후죽순 늘었다. 노점상이 대부분이었지만 요즘은 주변 상가까지 대여소가 늘었다. 뚝섬은 5곳, 여의도는 7곳이다.
한강 텐트 대여료는 4시간에 1만 5000~2만 원 선이다. 만 원을 더 지불하면 종일 이용할 수 있다. 추가 아이템(블루투스 스피커, 조명, 피크닉 의자) 대여 여부에 따라 5000원까지도 비용이 청구된다. 보유한 텐트 수가 많으면 돈을 더 벌 수 있다. 봄·가을 ‘한철 영업’으로 수익을 낼 수 있는 구조다.
한철장사인 텐트 대여만으로 상가 입주까지 가능할까. D 부동산중개업자는 “이곳 상가는 재개발을 앞두고 있다. 매매는 16억 원을 호가하지만 전세는 4억~5억 원으로 비교적 싼 편”이라고 설명했다. 유일하게 문을 연 E 대여소 사장은 “현재 대여소는 모두 전세 입주다. 11월부터 손님이 급격히 줄지만, 지난해까진 지방에서 오는 손님과 외국인 손님, 퇴근 후 방문하는 인근 회사원 등으로 간간히 사업을 이어갔다. 한강 텐트 전면 금지 조례안 개정 이후 매출이 70% 이상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인근 카페를 운영하는 F 씨는 “해질녘이면 한강공원은 업무를 마친 직장인이나 가족 단위 방문객들로 북적인다”고 했다. 한강 텐트 전면 금지에 대해 “같이 잘 먹고 잘 살아야 하는데 안타깝다”며 고객의 발길이 끊길 것을 우려하는 눈치였다.
한강사업본부 측은 대여소 영업이익 급감에 대해 인지하는 듯했다. 그러나 “대여소의 실익보다는 자연보존의 가치가 더 크다고 봤기 때문에 철회할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앞서 유일하게 문을 연 E 대여소 사장은 텐트 대여뿐 아니라 전동휠과 전동휠 수리 등으로도 수입을 내고 있다고 전했다. “텐트 대여 서비스만 제공하는 나머지 업체는 부업일 것이다. 내가 텐트 대여에만 매진했더라면 가게 문을 닫았을 것”이라 말했다. 그는 공작상가의 텐트 대여소 다수가 매물로 나왔다며 “텐트 대여 수입이 끊기고, 돗자리로는 매출을 이어가는 것이 한계가 있다”며 걱정했다.
황채영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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